박원순, 박근혜·홍준표 맹비난 "철학의 문제"

'복지성장론' 주장…文 소득주도성장, 安 공정성장론과 비교

박원순 서울시장이 7일 '복지 성장론'이라는 자신의 성장 담론을 내놓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연 '정책 엑스포' 강연(☞관련기사 : 새정치 '정책 엑스포'…문재인·안철수·박원순 총출격)에서였다. 특히 박 시장은 국가적 과제의 해법으로 복지를 제시하는 한편, 그 모델로 서울시를 들기도 했다. 국가 지도자 후보군으로서의 위상을 강조한 게 아닌가 하는 해석이 나온다.

같은날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공정성장론'을 주장하며(☞관련기사 : 안철수, 문재인 '소득주도 성장론' 공개 비판) 문재인 대표가 강조하고 있는 '소득 주도 성장론'(☞관련기사 : 문재인 '두툼한 지갑론'…"소득 주도 성장해야")을 비판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소속 차기 대선주자 3인방의 성장 담론이 같은날 대비된 셈이어서 눈길을 끈다.

박원순 "불안사회 해법은 복지, 서울시가 모델"

박 시장은 7일 정책 엑스포 행사의 일부로 열린 강연에서 '박원순의 복지성장론'이라는 주제를 들고 나왔다. 박 시장은 한국사회의 현 상황에 대해 "성장은 정체하고 사회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가난과 불평등이 세습돼 신분 이동의 길이 차단되면서 젊은이들은 희망을 잃었고 사회는 불안 사회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런 상황에서 '창조경제'가 웬 말이고 '국민의 능력을 한 곳으로 모은다'는 것은 또 웬 말인가?"라고 박근혜 정부를 간접 비판했다.

박 시장은 "그러나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복지"라며 "복지야말로 우리 시대의 빈곤과 불평등,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유럽과 서유럽의 사례를 들어 "이들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동력을 유지하고 사회적 통합과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전략의 키워드는 바로 복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시장은 "멀리 갈 것 없다. 바로 서울특별시가 선순환구조의 모델을 만들고 있다"며 "복지에 투자함으로써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 동시에 도시의 경쟁력을 함께 높이고 있다. 시민들은 행복하고 도시는 글로벌·미래로 나아가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는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이 2013년 12월 펴낸 '사회복지 재정지출의 사회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인용해 "2013년 서울시는 6조285억 원의 사회복지 예산을 지출했는데, 그 결과 지출비용의 두 배가 넘는 14조112억 원에 이르는 생산유발 효과와 15만4000명의 고용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가 공짜나 낭비가 아니고, 우리 경제를 돌아가게 하고 성장의 바탕이 되고 삶의 질을 높인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상급식은 철학 문제…경상남도 부끄럽다"

특히 박 시장은 이날 정치적으로 첨예한 주제에 대해서도 언급을 피하지 않았다. 반값 등록금, 시청 청소노동자 정규직화, 서울의료원 반값 진료비 등 서울시의 정책 사례들을 나열하던 그는 "2011년 11월, 저는 '아이들이 먹는 밥 한 끼에 어른들 세상의 경제적 불평등과 차별로 눈칫밥 주지 말자'는 원칙 아래 친환경 무상급식에 결재함으로써 제 임기를 시작했다"며 "작년에만 72만9000여 명의 학생들이 차별 없고 몸에 좋은 친환경 밥상을 받게 되었다"고 했다.

박 시장은 "밥을 먹을 때마다 부모의 가난을 떠올리며 먹는 밥은 아이들에게 열등감이나 수치심을 주기 마련"이라며 "이는 존엄한 인권을 가진 인격체로서 한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 것이고, 사회적 신뢰와 연대의 결속력도 떨어뜨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경남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사태를 비판했다.

박 시장은 특히 홍 지사의 발언을 거의 직접적으로 겨냥해 "어떻게 아이들에게 밥을 굶고 공부만 하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복지는 시혜가 아니다. 무상급식은 결국 인간에 대한 철학의 문제"라고 하기도 했다. 홍 지사는 지난달 11일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라고 했었다. (☞관련기사 : 홍준표 "무상급식, 진보좌파 정책과 어긋나")

"박근혜 무상복지 공약, 돈은 지자체가 대라?"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이 나왔다. 박 시장은 "복지국가 모델을 기초하고 설계한 페르손 전 스웨덴 총리는 복지국가의 10대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며 "그 중 하나가 온 국민에게 해당되는 보편적 복지의 경우에는 중앙정부가 부담하고 지방정부에 전가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오늘날 대한민국 중앙정부는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 온 국민에게 해당하는 보편적 복지를 지방정부에 전가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무상보육, 그 돈 실제로 누가 대고 있는가? 서울시만 해도 무상보육에 드는 예산 65%를 서울시가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는 '정부가 무상보육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진짜 복지냐"고 꼬집었다.

박 시장은 한편 "'재정 때문에 복지하기 어렵다'는 분들께 묻고 싶다"며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을 파헤치면서 무려 22조 원의 예산이 들었고, 만약 이를 다시 복원한다면 그 비용만 86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4대강 사업이야말로 낭비이고 소모"라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22조 원이면 한 해 결혼하는 신혼부부 11만 쌍에게 2억 원짜리 아파트 한 채씩을 공짜로 줄 수 있고, 전국의 어린이집 전부를 국공립으로 지을 수 있고, 65세 이상 500만 어르신에게 매달 36만 원씩 1년을 드리고도 남는 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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