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사정에 밝은 한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지난 31일 김 전 대통령 묘를 참배한 후 '권노갑 고문이 4.29 재보선 지원에 나서야 하나'를 놓고 거수를 해 봤더니 '돕자'는 한 명도 없고 전원 '돕지 말자'에 손을 들었다"고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말했다.
문재인 대표로 상징되는 이른바 '친노' 그룹과 호남 세력 간의 반목이 다시 불거진 직접적 계기는 서울 관악을 지역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이곳에서 친노계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이 호남 쪽인 김희철 전 의원을 꺾고 관악을 후보가 된 이후다.
정동영 전 통일장관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국민모임 신당 후보로 이 지역에 나설 것을 선언하자, 권노갑 고문은 이를 비판하며 정태호 후보 지지에 나설 뜻을 비친 바 있다. 이에 대해 동교동계 내부에서 '권 고문이 왜 문 대표를 돕느냐'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친노와 호남 세력 간의 갈등은 노무현 정부 초기 대북송금 특검 문제, 호남 홀대론 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문 대표와 2.8 전당대회에서 경쟁했던 박지원 의원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며 문 대표를 비난하기도 했다.
박지원·김한길, 문재인이 소집한 '역대 대표 만찬' 불참
박 의원은 이날 저녁 문 대표가 4.29 재보선 지원 등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한 전직 당 대표들의 만찬 회동에도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박 의원은 당 대표 대행인 비상대책위원장을 2차례 지냈었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불참 이유에 대해 "미리 잡힌 대학교 특강이 있어 약속을 어길 수 없었다"면서 "(문 대표 쪽에서) 2일 또는 3일에 저녁을 하자고 했지만 우리는 (통보받은 시점에서 이미) '2일은 대학 강연이 있어 어렵다'고 답했었다"고 했다. 불참에 어떤 의미를 두지 말라는 강조다.
이날 전직 대표단 만찬에는 김한길 전 대표도 불참했다. 김 대표는 감기몸살이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의도 유무와 관계없이, 결과적으로 비노계의 좌장 격인 김한길·박지원 전 대표가 불참하면서 의미가 축소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 안철수 전 대표는 만찬에 참석했다. 안 대표는 같은 날 관악을 지역을 찾아 정 후보 지원유세에 나서는 등 선거를 적극 돕고 있다. '친노 대 비노' 대립의 당사자로 비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만찬에는 주재자인 문 대표와 안 전 대표 외에 이해찬·정세균·한명숙 전 대표와 문희상·박영선 전 비대위원장이 참석했다.
진화 나선 새정치연합…"과장된 이야기"
때아닌 '친노 대 비노', '친노계 대 친DJ계' 갈등설이 불거지자 새정치연합은 진화에 나섰다. 김성수 당 대변인은 3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그런 일(동교동계의 거수 투표)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동교동계가 일치해 당에 등을 돌리고 문 대표와 척을 지는 것처럼 비친 것은 사실과 많이 다르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그런 말을 주도적으로 하는 분들은 관악을 경선에서 김희철 전 의원을 도운 분들"이라며 "한두 분이 그런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에서 과장되게 이야기가 전달된 것"이라고 했다. 경선 패배에 대한 앙금일 뿐, 심각한 갈등은 아니라는 취지다.
김 대변인은 "일요일(5일) 동교동측 핵심 원로들인 권노갑·김원기·임채정 상임고문을 관악을 정태호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모시고 조찬 회의를 할 예정"이라며 "(그 자리에서 세 고문으로부터) 이번 선거에서 정 후보를 적극 돕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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