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중원 장악'으로 집권할 수 있을까?

[주간 프레시안 뷰] "'왜 싸우는지'부터 고민해야"

새정치민주연합의 집권 전략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중원 장악'에서 그 답을 찾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민주정책연구원 2017위원회는 3월9일 <새정치민주연합의 '중원장악보고서': 지역·이념·계층·세대의 중원 장악을 위하여>(이하 <중원장악>)라는 문건을 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원을 장악해야 한다는 것이 <중원장악>의 요지입니다. 이념적 중도, 중산층, 지리적 중원(수도권 및 충청권), (전통적) 중년(40-60 연령층)을 확고한 지지층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념적으로는 '포용적 성장'과 '유연한 복지' 전략을 하고, 남북관계와 한미관계에서 국민적 통합 수준에서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계급·계층적으로 '중산층'을 두텁게 만들어 지지를 획득하고, 지역적으로는 수도권 및 충천권의 지지를 획득해야 하며, 연령대별로는 2030보다는 40-60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중원장악> 전략은 10개의 핵심 의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의제1> '새정치민주연합?' 하면 국민 모두에게 '안정과 믿음'을 주는 '신뢰의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연상하도록 환골탈태할 것.

의제2> "새정치민주연합은 누구를 대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포괄정당이라고 대답할 것.

의제3> 문재인 당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의 이미지를 철저히 개선하여 포용성 있고 안정된 신뢰의 리더십으로 각인시킬 것.

의제4> 문재인 당 대표의 안정감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능력 있는 경제정당의 큰 그림과 비전, 그리고 대안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데 집중할 것.

의제5> 한국사회의 보수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념적 공간의 좌우측으로 넓게 쓸 것.

의제6> 한국사회의 지역적 인구구조 변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새정치민주연합은 (호남 유권자들의 지지를 넘어서 유권자 60%에 달하는) 지리적 중원(수도권 및 충청권)을 장악할 것.

의제7> 새정치민주연합은 한국사회의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적극 대처하면서, '386세대'아 유신세대를 중심으로 40-60세대를 지지층으로 삼아 외연을 확대할 것.

의제8> 새정치민주연합은 반대를 위한 정당, 반대'만' 하는 반대 정당, 후보단일화로 선거에 이기려 하는 정당이기보다는 유능한 경제정당으로서 정책과 대안 및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

의제9> 새 지도부는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계파 해체가 불가능하다면 계파 사이의 감정싸움이 아니라 정책과 대안을 중심으로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관계로 정립시킬 것.

의제10> 새정치민주연합과 새 지도부는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새로운 당 문화를 창출할 것.

<중원장악>은 10개 의제의 실천방으로 'high TECH(Trust, Economy, Change, and Honor)'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승리의 관건은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정권을 맡기는게 훨씬 더 낫겠다는 국민들로부터의 '높은 신뢰(high Trust)'를 얻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이때 그 방법이 바로 ① 경제를 크게 성장(high Economic performance)시키고, ② 스스로 크게 변화하며(highly Changed), ③ 서로를 많이 존중(high Honor)하고 품격을 갖춤에 있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면서 능력과 미래 혁신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필자 역시 <중원장악>에 공감, 동의하는 바 큽니다. 필자가 <프레시안 뷰>를 포함한 이런저런 지면과 자리를 통해 주장해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근거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변혁 세대의 중년화와 고령사회라는 인구구조의 변화, 사회경제적 위기라는 국민 다수의 삶의 환경과 조건의 변화, 정치적 명분보다는 경제적 실리를 중시하는 다수 국민의 선호, 소모적인 이념갈등과 양보 없는 이해갈등으로 분열된 사회, 강자의 이해와 요구만이 관철되면서 신분사회의 성격마저 보이는 '갑질 사회'의 조짐, 갈등을 중재하고 조정할 신뢰집단의 부재, 현 집권세력의 보수중도화 전략 등.

필자의 평소 주장도 그렇고, <중원전략>의 주장도 그렇고, 사실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5년 이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지나면서, (당내 역학구도에서 자유로운)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속적으로 나왔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점차 공감과 동의의 폭이 커져왔던 터이기도 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제1야당이 '수권 가능성'을 획득해 집권여당을 견제하는 대항세력으로 존재하고 역할하기 위해서, 또 '정권교체'의 실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한 전략이라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선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중원장악> 문건을 접하면서 몇 가지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있겠다 싶습니다.
첫째,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중원장악>이 제시하는 전략이 없어서 중원을 장악하지 못했냐는 것입니다. 필자가 보기엔 전략의 부재보다는 그 전략을 실행하는 주체와 프로그램 그리고 정책적 대안의 부재가 더 컸던 것 같기에 하는 말입니다.

둘째, 새로운 전략을 담은 문건을 당 내부만이 아닌 외부에까지 '유포'하는 행위가 어떤 의미가 있냐는 것입니다. <중원장악>의 길로 '끌고 가려는' 전략적 수일지도 모릅니다. 외부의 압박을 통해 중원장악 전략에 대한 내부 동의와 지지를 구하려는 의도 말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 전략이 지금껏 성공한 적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중원전략>에 동의하고 그것을 따른 실천을 수행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내부의 핵심을 먼저 세워내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는 것이지요. 비판자 혹은 반대자들이 <중원전략>의 성과를 보고 따라오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셋째, 상대적 비중의 부여와 우선순위의 설정은 불가피한 것입니다만, 한국 사회의 중장기적 미래를 고려할 때, 2030보다 40~60의 이해와 선호를 중시하는 것이 진짜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냐는 것입니다. 40~60 세대가 2030의 부모 세대들인 점을 고려할 때, 청년실업과 교육 문제, 일자리, 소득 문제 등 '2030 세대 문제'를 해결할 대안의 제시를 통해 40~60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도도 있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이때 당연히 2030 세대의 지지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말입니다. 따라서 '세대를 관통하는 지지집단의 조직'이 더 필요한 것이지, 특정 연령대를 중심으로 지지집단을 조직하자는 것을 강조할 것은 아니지 않냐는 것입니다. 유권자 구조에 대한 너무 '평면적인 조망'이 아닌가 싶어 하는 말입니다.

넷째, 너무 현상유지 혹은 현상추수적인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지지를 구하고자 하는 연령과 세대 문제를 포함해, 미래의 길을 열어준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신뢰받고 있지 못한 기성 제1야당의 집권만 염원하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정치의 지평과 활로를 열어준다는,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이 전략을 따라가면 '새로운 미래 세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또 얼마 남지 않았기에 그럴 수 있습니다. 또 지향하는 미래가 집권을 통해서 열릴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런 것이었다면 내부에서만 회람했어야 했습니다. 외부자의 관점에서 아직 실력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집권에만 열을 올리는 정당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중원전략>은 서민보다 중산층의 정당임을, 또 계급·계층정당보다는 포괄정당을 표방하고 그 길을 가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언명이 지금 우리가 딛고 살아가는 시대에 부응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몰락한 중산층의 재건이라면 몰라도, 또 중도와 균형과 합리성을 대안적 가치로 내세우는 방식이라면 몰라도, 그저 중산층과 포괄정당을 내세우는 것이 정말 맞는 것인지, 또 효과적인 것인지 의문입니다. 진보정당에게 서민정당과 계급·계층정당의 공간을 내어주기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즉 <중원장악>의 필자들은 '보수-중도-진보'의 삼분구도를 전제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서민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고통은 보수-중보-진보를 가릴 것 없이 자신의 것으로 삼아야 하는 문제입니다. 생계 문제로 생명을 끊고, 자산 수준에 따라 선거 참여마저 저조한 '정치적 불평등' 문제의 성격을 고려할 때, 제1야당은 서민에게 우선적으로 복지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 그것에 바탕해 정치참여의 기회를 창출해주는 것, 그래서 서민이 스스로를, 또 타인을 존중할 수 있는 넉넉함과 역량을 누리고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우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집권이라는 목표는 있으나 왜 새정치민주연합이 집권하려 하는지, 왜 집권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제시해주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문건의 성격상 그것을 담을 수는 없다 해도 암시는 주어야 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신뢰와 경제성장을 위한 실력, 변화와 존중을 강조할 때 그랬어야 합니다. 'high TECH'가 집권만이 아닌 어떤 사회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제를 담고 있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신뢰와 실력, 변화와 존중을 강조하는 문건이 오히려 불신과 실력 없음, 그리고 현상유지와 배제의 위험성을 드러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상대가 있는 실천을 함에 있어서, 특히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정치에 있어서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누구와 싸우는 것인지'보다는 '왜 싸우는 것인지'가 바로 그것입니다. 정치를 위한 말과 글은 그 내용과 방식과 순서에 있어 늘 '왜 싸우는지'를 중심에 두고 앞세워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싸움의 결과를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중원장악의 길도 그리해야만 들어설 수 있고, 보다 많은 사람과 함께 걸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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