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6급, 민간조사관 7급…주도면밀한 방해 작전"

[인터뷰] 권영빈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정부가 입법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안 철회를 공식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특조위는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3층 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안 철회 요구 결의(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출석 위원 14명 가운데 10명이 철회 요구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특조위는 소위원회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시행령 철회 요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달 27일 시행령 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예견된 일이었다. 정부는 특조위가 제안했던 3국 1관(진상규명국·안전사회국·지원국·기획행정담당관)을 1실 1국 2과(기획조정실·진상규명국·안전사회과·피해자지원점검과)로 줄이고 안전사회과의 역할을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재해·재난 예방'으로 축소했다. 5개과를 산하에 둔 진상규명국은 조사1·2·3과로 축소됐다. 인원은 120명에서 90명으로 줄었고, 이 가운데 42명이 파견 공무원이다. 각 국에 대한 소위원회의 지휘·감독 권한을 규정한 특조위 안은 삭제됐다.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프레시안>은 정부 시행령 안에 대한 특조위의 철회 요구 결정이 내려지기 하루 전인 지난 1일, 권영빈 특조위 상임위원(진상조사 소위원장)을 만났다. 권 위원은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 안은 휴지조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기본적인 법 논리도 갖추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어 그는 "정부의 시행령 안은 주도면밀하게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자리마다 공무원이 배치돼 있고, 이들의 직급이 민간 조사관보다 높다는 것이다. 이날 권 위원과 나눈 이야기를 간추렸다.

▲권영빈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권헌열

"정부, 세월호 특조위가 활동하지 않기를 바라는 건가"

프레시안 :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 안에 따르면, 현직 공무원이 사실상 특조위를 운영하게 된다.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권영빈 : 기획조정실장이 사실상 특조위를 운영하게 돼 있다. 그리고 현직 공무원이 기획조정실장을 맡는다. 언론의 비판은 주로 이 대목을 향한다. 그런데 그 문제만 떼어놓고 보면 안 된다. 시행령 자체가 총체적으로 문제다.

지난 2월 17일 특조위가 만든 시행령 안을 정부에 보냈다. 정부는 계속 답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입법예고가 됐다. 정부가 내놓은 시행령 안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기획조정실장 아래 있는 기획총괄담당관 업무까지 보고 나선, 더 읽어갈 수 없었다. 정부의 시행령 안은 한마디로 휴지조각이다.

정부 안에 따르면, 진상규명국은 조사1·2·3과로 돼 있는데, 핵심 역할을 하는 조사1과장을 파견 공무원이 맡게 돼 있다. 역시 말이 안 된다. 게다가 조사1과장, 조사2과장의 업무를 보면, 정부 조사 결과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임무를 강제하고 있다. (정부 시행령 안에 따르면, 조사 1과장의 업무는 "416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에 관한 정부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로, 조사2과장의 업무는 "416 세월호 참사의 구조구난 작업에 대한 정부조사자료 분석과 조사"로 규정돼 있다. 조사의 대상이 불분명하게 서술돼 있어서, 정부가 이미 조사한 범위 안으로 특조위 활동을 가두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편집자)

프레시안 : 세월호 참사에는 정부의 책임이 큰데, 현직 공무원이 정부를 상대로 제대로 조사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주로 나온다. 조사 대상과 조사 주체가 겹친다는 비판이다.

권영빈 : '세월호 참사는 정부 책임'이라고 단정하고 들어가서는 안 된다. 책임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진상이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 진상 규명이 먼저다. 그러니까 제대로 조사하자는 게다. 또 처벌 관점으로 접근하자는 것도 아니다.

물론, 공무원이 일차적인 조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건 당연한 거다. 조사가 제대로 되면, 일정 부분 책임이 밝혀질 수도 있을 게다. 다만 중요한 건, 다시는 이런 참사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원인을 밝히고, 참사가 재발하지 않게끔 시스템을 구축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어루만지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게 특조위가 할 일이다.

그런데 정부는 그게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지, 그래서 특조위가 활동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 아닌지, 이런 추측이 든다. 법리적으로 아예 말이 안 되는 시행령 안을 내놓은 것을 보면 말이다.

"참사 재발 방지가 조사의 목적, '청와대의 7시간'은 부차적 문제다"

프레시안 :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청와대의 7시간'에 대해 석연치 않은 면이 있으니까, 정부가 세월호의 진실을 제대로 파헤치길 꺼린다는 식이다.

권영빈 : 거듭 이야기하지만, 중요한 건 참사가 재발되지 않게끔 하는 일이다. 그걸 위해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크게 두 가지가 중요하다. 먼저, 사고 순간 앞뒤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조사해야 한다. 거대한 여객선이 왜 침몰했는지 말이다. 사건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조사해야 할 건 왜 구조하지 못 했는지다. 구조요청 이후 침몰까지 오랜 시간이 있었다. 구조인력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피해자들은 어떤 상태였는지, 왜 구조가 안 된 건지,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청와대의 7시간'을 조사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거기에만 주목하면, 오히려 사태의 진상에서 멀어진다. 조사 대상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개인이 할 수 없다. 특조위 위원들의 의사를 모아야 한다.

프레시안 : 세월호 특별법은 특조위의 업무와 사무를 구분한다. 정부가 파견한 공무원은 특조위 업무를 지원하는 사무 역할만 담당하는 게 옳다는 의견이 많다.

권영빈 : 그렇다. 특조위가 만든 단일안을 지난 2월 17일 정부에 보냈다. 여기에 따르면, 특조위는 진상규명, 안전사회,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이들 업무에 대해 각각 소위원회가 구성되고, 소위원회 위원장 중심으로 업무를 진행한다. 현직 공무원은 사무처에 파견된다. 이들은 특조위 업무를 행정적으로 지원한다. 이게 특조위 입장이었다. 세월호 특별법의 취지대로라면, 그렇게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안에 대해 아무런 답이 없었다. 정부 담당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황당한 시행령 안이 입법예고 됐다.

"공무원은 6급, 민간 조사관은 7급주도면밀하게 방해하는 정부"

프레시안 : 특조위 인원이 대폭 줄어든 데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가 높다.

권영빈 :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 안에 따르면, 90명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서 상임위원을 빼면 85명이다. 또 위원장 비서, 운전기사 등을 빼면, 81명이 된다. 이 가운데 정부가 파견한 공무원이 42명이다. 결국 민간 조사관은 39명으로, 공무원보다 적어진다.

더 세밀한 문제가 있다. 공무원들은 주로 6급, 민간 조사관은 7급으로 배치된 경우가 많다. 잘 들여다보면, 중요한 길목마다 공무원이 배치돼 있다. 정부의 시행령 안은 주도면밀하게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권영빈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권헌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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