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김영란법 '주저'하는 이유 알고 보니…

의원총회서 '반발' 기류 가시화…野 "무엇이 무서워 반대하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에 대한 새누리당 내 반발 기류가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법안을 '가족관계파괴법' 등에 빗대며 또다시 수정을 요구하는 여론이 당내에 형성되며, 기대를 모았던 내달 3일 본회의 처리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27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지난 1월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김영란법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주초까지만 해도 법사위 소속 의원들에게 논의를 맡겨놓았지만, 본회의를 고작 며칠 앞두고도 진척이 없자 총회를 통해 당의 방침을 정해야 했다는 게 유승민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의원총회에서 '원안(정무위원)' 반대 의견을 표명한 의원들이 내세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우선 공직자 범위에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 종사자를 정무위가 새롭게 포함한 것을 두고 일부 의원은 "과도한 제한"이라고 주장했다. 민간영역과 공공영역 사이 모호한 경계에 있는 이들에 대한 '행동의 자유 침해'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보다 더 큰 반발을 산 것은 '공직자 가족 금품 수수 신고' 관련 조항이다. 공직자 가족이 금품을 받았을 경우 공직자에게 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기대 가능성이 희박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게 반발의 이유다.

"反 국가 활동도 가족 신고는 안 해도 된다"

김영우 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김용남 의원은 이날 "반(反) 국가단체 활동을 해도 가족은 신고를 안 하는 것을 허용한다. (김영란법은) 형사법 체계에도 안 맞는 가족해체법"이라고 말했고 권성동 의원 또한 '가족관계파괴법', '행정부 강화법', '내수경제위축법' 등에 법안을 빗댔다.

검사 출신의 정미경 의원은 김영란법이 이대로 통과되면 "검찰 공화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정청탁 의미가 명확하지 않아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활동을 포기해야 한다"면서 "지역 얘기를 듣고 관련 민원을 행정부처에 전달하는 것조차 불법이 된다"고 말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홍일표 의원은 김영란법의 '주요 문제점'을 정리한 종이를 배포하며 위헌 소지와 부정청탁 의미의 모호성 등을 조목조목 설명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에는 "직무관련성과 관계없이 형사 처벌을 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위배", "권익위가 헌법기관·행정기관은 물론 학교, 언론사 등을 대상으로 준사법적 처분인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권한 집중"이란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 외에도 이날 의총에서 발언을 한 6명 의원 중 박민식·함진규 의원을 제외하고 대체로 정무위안 통과 반대 주장을 펼쳤다.

다만 찬성 의원을 보인 의원들도 법안 취지에 찬성할 뿐 가족 금품 수수 신고 의무 규정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국민 여론과 법사위까지 법안이 진행된 상황 등을 고려해 정무위안 그대로를 처리하고 추후 수정을 다시 논의하자는 발상이다.

김영란법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은 상황임에도, 이처럼 일부 의원들이 대놓고 반대 의견을 전개할 수 있었던 데에는 김무성 대표의 "용기있게 토론해 달라"는 발언이 영향을 끼친 것을 보인다.

의원총회가 비공개로 전환되기 전, 김 대표는 최초 발언자로 나서 "김영란법에 찬성하면 선이고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면 악이라는 이분법적으로 기류가 형성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위기에 밀려 통과됐던 국회 선진화법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며 국정 발목을 잡고 있는지 경험하고 있다. 또 공직자 윤리법 중 주식백지신탁법은 악법 중 악법이라고 평가되고 있다"면서 "법의 실효성을 높이고 입법 취지를 최대한 살리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럴 때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가족 신고? 우회 통로 차단하기 위한 규정"

그러나 정작 시민 사회는 김 대표가 말한 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무위안이 그대로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 이날 가장 강한 반발을 샀던 '가족 금품 수수 신고 의무' 조항 역시, 공직자의 가족을 통해 부정한 영향력을 끼치려는 '우회 통로'를 차단하기 위한 규정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앞서 김영란법에 관해 낸 의견서에서 "공직자가 가족의 금품 수수 사실 여부를 항상 감시하라는 것이 아니며 알게 되었을 경우 신고하면 면책되는 것"이라 오히려 "공직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부정청탁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정 의원 등의 주장 또한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정무위안은 부정청탁의 행위를 15개 유형으로 추려놨다. 이는 애초 정부가 제출했었던 김영란법 원안보다 더욱 명확히 부정청탁의 개념을 정리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공직자는 물론이고 공직자에게 청탁하는 사람들도 무엇이 금지되는 부정청탁인지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면서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법 집행에 대한 우려는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 방지와 견제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었다.

새누리당은 내달 1일 저녁 의원총회를 다시 열고 밤샘 토론을 해서라도 김영란법 처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지금처럼 당내 찬반 여론이 계속 맞부딪치면 내달 3일 본회의 통과가 불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박완주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이날 "도대체 뭐가 무서워 김영란법을 반대하느냐"면서 "국회선진화법이 국정 발목을 잡고 있다는데, 정작 김영란법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새누리당"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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