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김영란법 후퇴' 쑥덕쑥덕

"자의적 적용 방지해야"…26일부터 국회 정무위서 심의

공직자 부패 및 관피아 방지법으로 통하는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 충돌 방지법)' 정부 원안을 일부 수정하자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검토안이 새누리당에 24일 비공개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권익위는 당일 비공개 당정 협의에서 일곱 쪽으로 구성된 '부정청탁 금지법 주요 쟁점별 검토 사항' 자료를 제출했으며, 이 자료는 2012년 8월 김영란 당시 권익위원장이 작성한 초안을 바탕으로 한 2013년 정부안에 대한 수정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크게 보면 △부정청탁 개념 축소 △부정청탁 예외사유 확대 △ 제재 범위 축소 △예외적 금품수수 허용 사유 확대 △ 금품 수수시 공직자 신고 의무 완화 등이 그 내용이다.

국회는 이 같은 내용의 정부 검토안과 함께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김영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2013년 정부가 내놓은 정부 원안을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사할 계획이다.

"부정청탁 개념 모호해 의정활동에 장애"

권익위는 제출 문서 '쟁점별 검토 사항'에서 정부 원안의 "부정청탁 개념이 모호해 의정 활동에 장애 요인"이 된다면서 부정청탁 개념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공렴하고 청렴하게 직무 수행을 저해하는'이라고 표현된 부정청탁 개념이 자칫하면 "자의적인 적용"을 부를 수 있어 이를 삭제하고, 대신 "공직자에게 법령·기준을 위반하게 하거나 지위·권한을 남용하게 하는 청탁 또는 알선 행위"로 하자는 의견이다.

아울러 당초 4개로 규정했던 부정청탁 예외 사유 항목도 7개로 늘리자고 했다. 공직자와 일반 국민의 의사소통 위축을 부르거나 정당한 업수수행까지 방해할수 있다는 문제 의식이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민원법 등 법령·기준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제기된 민원은 법령에 위반되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허용"하고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민원은 전면 허용해 민원 위축을 방지"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부정청탁 제재 범위와 관련해선, 부정청탁이 처음 적발되어도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던 정부안이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면서 "1차 부정청탁은 처벌에서 제외하고 동일한 청탁을 반복시 과태료를 부과"하자고 했다.

또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의 의무 신고를 임의 신고로 전환해 민원인의 의사표시 위축을 방지하고, 신고에 따른 공직자 부담 완화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공직자 의무 신고→임의 신고로…적용 대상 고위공직자는 7000명으로 확대

▲ 국민권익위가 24일 비공개 당·정 협의에서 새누리당에 보고한 '김영란법' 주요 쟁점별 검토 방향 문서. ⓒ프레시안
권익위는 예외적 금품수수의 허용 사유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냈다. "친족 범위를 확대하고 친족의 금품 등 제공 사유인 '부조의 목적' 부분을 삭제해 친족간 금품수수는 전면 허용"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다.

여기서 친족 범위는 당초 4촌 이내 친족으로 한 입법 예고안에서 8촌 이내 혈족과 4촌 이내 인척(민법 777조)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자고 했다.

권익위는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고위 공직자의 범위는 부패방지권익위법 수준으로 확대해 차관급 이상 공무원과 국회의원, 법관·검사는 물론, 장관급 장교와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자치단체장, 시·도 교육감, 공직유관 단체장도 포함하자는 의견을 냈다. 이렇게 되면 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고위공직자는 6896명이 될 것으로 권익위는 내다봤다.

다만 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공직자 가족의 범위는 당초 배우자·직계혈족·형제자매·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및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에서, 배우자와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존비속으로 축소하자고 했다.

공직자의 이해 충돌 방지 적용대상 직무 범위는 11개 유형으로 축소하자고 제시했다. 기존 안에선 "이해충돌시 제한되는 직무범위가 포괄적이어서 행정 비효율이 초래"된다는 검토 결과에 따른 것이다.

한편, 고위공직자 등의 가족 채용 제한 예외는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확대하자고 했다. 공개 경쟁 채용시험 절차에 따른 채용만 허용했던 정부안에서 나아가, 공개경쟁 절차에 따른 경력직 공직자 채용도 예외로 두잔 것이다.

"애초 목적인 관피아 척결 가능하게 법 만들어야"

이 같은 권익위의 검토안을 두고 일각에서는 2012년 8월 김영란 당시 권익위원장이 작성한 초안에서 대폭 후퇴한 안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만, 앞선 법안들이 자칫하면 '관피아 척결'이란 애초 목적보다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에 따른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 위축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상존했던 것도 현실이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을 주로 향했던 '입법 로비' 수사를 두고 '정치적 목적을 가진 편파 수사', '일단 공표하고 보는 야당 탄압 목적의 수사'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김영란법 또한 '악용의 여지'가 있다면 수정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일부 수정과 축소만으로 법의 효력이 완전히 상실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기존 목적인 관피아 척결 등에 적합하게 정부안과 검토안 등을 심도 있게 국회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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