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연말정산 논란과 관련해 "국민들께 많은 불편을 끼쳐드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유감을 표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연말정산 논란의 여파로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저녁 배포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서면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전하며 "연말정산 문제와 관련해 심도 깊은 논의가 있었다"고 했다.
브리핑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을 상대로 지난 2013년 세법을 개정한 취지, 추가납부자가 발생한 이유, 향후 보완책 등을 물으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하므로 원인, 배경 등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 보완 대책에 대해서도 국민들께 더 정확하게 알려드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 수석은 "간이세액표가 단순해 1600만 명에 달하는 근로자의 특성을 모두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런 내용을 미리미리 국민들께 상세히 설명 드리지 못했던 것은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한 "간이세액표를 맞춤형으로 개편해 최대한 많은 유형의 근로자들의 특성을 반영하도록 해서 과다하게 환급받거나 추가 납부하는 일이 없도록 정교하게 보완하고 원천징수금액 등을 선택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안 수석은 이어 "법 개정이 2월 중에 이뤄지면 환급받는 분들은 예정대로 환급 받고 추가 납부하는 분들은 3월부터 분납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보완책에도 불구하고 5500만 원 이하 근로자들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면 (추가로) 보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서민 증세' 논란이 일고 있는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 문제와 관련해서도 "지자체와 어떤 협의가 진행되고 있고 지자체에서 어떤 요구가 있었느냐"고 묻기도 했다.
안 수석은 이에 대해 "오랜 기간 동안 변동이 없었기 때문에 지자체들이 그간 지속적으로 현실화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데 국회의 논의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자동차와 주민세는 모두 지방세이기 때문에 지자체와 긴밀하게 협의를 하고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관련법은 국회에서 여야 간에 논의할 문제"라며 "그런 것을 다 듣고 나중에 중앙정부가 신중하게 검토하기 바란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을 상대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발생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이냐", "그동안 모든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논의가 많았는데 국회에서 아직까지도 관련법이 통과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박 대통령은 "어린이집 교육과정에 학부모들의 참관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 중에 있느냐"며 "어린이집 인증과정, 우수 어린이집 인증과정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서도 계획을 잘 세웠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교사들의 자질,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번에 확실하게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청와대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의 세부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브리핑한 까닭은 박 대통령이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그동안 회의 때 많은 토론을 했지만 공개되지 않아 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던 면이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주요 정책이라든가 논란이 되는 문제들은 수석과의 토론 과정도 공개해서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
그러나 박 대통령이 지적한 연말정산 논란 등은 이미 언론을 통해 문제제기가 된 내용인데다, 보완책도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수석이 이미 수차례 브리핑한 내용의 재탕이었다. 지방세 인상 논란도 지난해에 이미 드러난 문제다.
국민들과의 '소통 강화'라는 취지와 달리, 박 대통령이 마치 정부와 유리된 제3자의 입장에서 수석비서관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형태의 회의 내용 공개는 '보여주기식 소통' 아니냐는 지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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