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무리하게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다가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자원개발펀드가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의 '압력'으로 진행된 사실이 확인됐다.
<한겨레>가 박원석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2010년 9월 24일 지식경제부 장관은 공공기관인 수출입은행장 앞으로 '자원개발펀드 관련 협조 요청'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자원개발 전문 공기업이 참여하는 '자원개발펀드'에 참여하라는 게 주요골자다.
이 공문을 받은 뒤 수출입은행(수은)은 두 달쯤 지나 확대여신위원회를 열었다. 위원회는 이견 없이 펀드에 100억 원을 넣기로 의결했다. 수은은 위원회에 부친 '해외자원개발 펀드에 대한 투자' 안건에 펀드 참여 이유에 대해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활성화 정책 관련 지경부의 당행 앞 펀드 참여 요청에 따라…투자 참여"라고 밝혔다. 당시 지경부는 지금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고 있는 최경환 부총리가 장관이었다.
수은은 앞서 2009년 12월 설립된 1호 자원개발펀드에도 500억 원을 넣기로 약정했다. 이 약정을 하기 3개월 전에도 지경부 장관은 수출입은행장 앞으로 펀드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수은뿐만 아니라 산업은행, 정책금융공사, 한전도 정부의 ‘강권’에 이끌려 펀드에 돈을 넣었다가 큰 손실을 봤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는 펀드에 각각 2500억 원과 500억 원의 출자를 약정했다. 적자에 허덕이던 한전도 펀드에 모두 300억 원을 집어넣기로 했다. 역시 지경부의 공문이 하달된 뒤 모두 이뤄진 결정들이었다.
지경부는 최경환 장관 시절인 2009년 11월18일 한전 사장 앞으로 장관 명의의 공문을 보내 자원개발펀드 조성에 협조 요청을 했다. 지경부 산하기관인 한전은 바로 다음날 이사회를 열어 '해외자원개발 펀드 출자'를 이견 없이 의결했다.
달랑 한쪽짜리 공문이었지만 지경부 장관의 직인은 공공기관 자금 수백억 원은 쉽게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문제는 펀드는 수익은커녕 손실만 보게 됐다는 점이다. 미국 텍사스와 캐나다 서부, 영국의 석유·가스전 등에 투자된 펀드는 모두 2013년 말 기준으로 각각 25%, 26%씩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속히 떨어지는 추세를 고려했을 때, 지금은 펀드의 원금 거의 절반(1779억 원)이 '증발'(평가손)했을 가능성이 크고 <한겨레>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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