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우경화? 동의 안해…정동영 탈당 섭섭"

대선 패배 책임론엔 "2년 자숙이면 충분" 일축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전날 기자회견 내용을 강하게 비판했다. 문 위원장은 또 새정치연합 내의 계파 갈등에 대해서는 "그렇게 심각하게 갈등이 있지 않다"고 부인하는 한편, 최근 '국민모임' 신당 참여를 선언한 정동영 전 의원에 대해 공개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당내 계파갈등 심하지 않아…당대권 분리론은 가치 없는 쟁점"

문 위원장은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갈등이 더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저는 그렇게 심각하게 계파 갈등이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전당대회가 갈등만으로 진행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후보들이 혁신과 통합을 얘기한다"고 했다.

문 위원장은 또 당권 주자들 간에 논란이 되었던 '당·대권 분리론', '대선 패배 책임론' 등에 대해 "쟁점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의미 없다"고 일축했다. 당·대권 분리론에 대해서는 현재 당헌에 대선후보 경선 출마자는 경선 1년 전 당 대표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돼 있지 않느냐며 "3년 남은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2년 임기의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그 문제가 왜 떠오르나. 아무 의미도 실익도 없다"고 했다.

대선 패배 책임론에 대해서도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자숙 기간이 필요하지만 2년이면 자숙 기간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민주당'으로의 당명 개정 논란에 대해서 역시 "부질없는 토론"이라며 "국민 반 이상이 '새 정치'를 희구하고 새 정치가 (안철수 세력과의) 통합 정신으로 살아 있는 한 동의 없이 바꿀 수 없다. 절차적으로도 지금 불가능하다"고 잘랐다.

그는 당 내의 잠재적 대권 주자들의 장단점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는 "장점만 말하겠다"며 "안희정 지사는 유연성, 박원순 시장은 실용성, 문재인 의원은 휴머니즘, 정세균 의원은 안정성, 안철수 의원은 지성"이라고 약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어 "이인영은 역동성·도전정신, 추미애는 기품"이라고 하고, 배석한 민주당 당직자들을 돌아보며 "이 중에 대권 주자 있으면 빨리 (자기 이름을) 말하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누군가가 신기남 당 선관위원장의 이름을 말하자 문 위원장은 "신기남은 '신기함'"이라고 즉석에서 농담으로 받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우경화'됐다? 동의 안해…정동영 탈당, 섭섭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야권 내에서 '진보적 대중정당'을 표방하는 신당 추진 움직임(☞관련기사 : '국민모임'에 쏠린 관심과 우려)에 대한 질문들도 나왔다. 문 위원장은 "우리 당이 우경화됐다는 대목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정동영 전 의원이 무슨 뜻으로 이런 말씀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그는 최근 탈당한 정 전 의원에 대해 "참 안타깝고 섭섭하다. 당이 백척간두, 누란지위의 위기라면, 침몰하는 배에서 뛰어내릴 생각보다 배에 타서 '혁신하자. 좌클릭으로 돌자'고 할 수는 없었나"라고 했다. 그는 "전당대회가 진행 중인 이 시점에 꼭 그렇게 했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며 "당 고문이고 전 대선후보로 무한한 힘을 보탤 능력이 있는 분이 왜 그런 이야기를 하나"라고도 했다.

정 전 의원이 현재의 새정치연합을 비판한 데 대해 그는 "당이 어려울 때 와서 좀 도와줘야지, 당을 살리려 하는 사람을 그런 식으로 폄훼한다면 살아남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한 번도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중도개혁노선을 바꾼 적 없다. 표현이 달라진 적은 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민주당 이래 근본적으로 (노선이) 달라진 적 없다"며 "만약 (정 전 의원 등이 말하는) '우경화'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면 우리는 왕 보수고,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진보라면 우리는 왕 진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둘의) 병행 추진 노선을 김대중 대통령 시절 만들고 그대로 가는데 왜 좌경화, 우경화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신당 출현에 대해 "(창당의) 당위 논리가 국민적 공감대라면 우리도 혁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일정 부분 진보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혁신하면 그 분들이 그런 말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신당 추진 그룹에서 '야권 혁신 없이는 정권교체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그는 "옳은 말"이라며 "부족하게 보여도 우리도 온몸으로, 온갖 것을 동원해 혁신하려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신년 회견, 대통령 상황 인식에 의구심"

앞서 문 위원장은 회견 모두발언에서 "대통령께서 참으로 오랜만에 국민들 앞에서 국정 전반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신 점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참 잘 하신 일"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느끼기에 혹시 대통령께서 오늘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계신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문 위원장은 "야당 대표로서 실망스럽다, 미흡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은 오히려 걱정이 더 커졌고, 절망이 더 깊어졌다. 국민 걱정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더 큰 걱정을 안겨주었다"고 했다.

문 위원장은 특히 비선실세 국정 농단 의혹에 대해 "여야 없이 국정 쇄신 단행만이 정답이라고 말했고 쇄신의 요체는 인적 쇄신"이라며 "그럼에도 대통령은 인적 쇄신은커녕 측근들에 대해 '사심이 없다', '항명 파동이 아니다',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두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 안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지휘 책임을 지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고 사과의 말이 없었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질의응답에서 신년 기자회견 후 대통령 지지율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말이 나오자 그는 "국민 의사를 무시하면 어떤 지도자든 지지율이 떨어지게 마련"이라며 "모두 다 청와대 인적 쇄신을 주장했는데 '하나도 안 하겠다'는 대통령 말씀 듣고 누가 지지 철회를 안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그는 "어제 기자회견을 보면서 대통령이 다른 나라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다. 대통령이 보는 경제지표와 국민이 보는 경제지표가 정반대로 달랐기 때문"이라며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정부의 경제방향은 전면 재검토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해고가 자유로운 노동시장, 무차별적 규제 완화, 엄청난 사내 유보금을 쌓아두는 재벌·대기업에게 또다시 특혜를 주는 경제정책. 이런 기조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며 "지금 정부가 채워야 하는 것은 재벌의 금고가 아니라 서민들의 텅 빈 지갑"이라고 했다.

개헌 논의에 대한 박 대통령의 단호한 거부에 대해서도 그는 기자들과의 문답을 통해 "대통령은 개헌에 국민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지금 여론조사를 보면 개헌해야 한다는 의견이 50%를 넘는다"며 "경제 활성화 때문에 안 된다는 말도 맞지 않다. 1987년 개헌 당시 경제성장률이 11%를 넘겼고, 경제 활성화 '골든 타임'이라고 하지만 골든 타임이 경제에만 있는 게 아니다. (올해는) 개헌에도 골든 타임"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다. 개헌 시기의 여당 대표이기 때문"이라며 "박 대통령이 개헌에 반대한다면 '나는 헌법 개정안을 안 내겠다'고 해야 옳지, 왜 국회에 감 놔라 배 놔라 헌법을 논하는 것조차 금지하는가? 이것은 대통령 권한을 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에 여당이 어떻게 임하는가 하는 초점에 김 대표가 있다"며 "김 대표는 통 크고 현명한 정치인이다. 이 문제를 끌고 나갈 힘과 실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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