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최저임금 1만 원으로…대국민운동 벌일 것"

[굴뚝신문] 한상균 첫 직선 민주노총 위원장 인터뷰

지난해 12월 13일 쌍용자동차 굴뚝 위에 오른 해고자 이창근 씨의 휴대폰엔 기자 연락처만 수백 개라고 합니다. 2009년 해고된 이후 6년째 노조의 '대변인' 일을 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그런 그가 동료 해고자인 김정욱 씨와 함께 70미터 높이 공장 안 굴뚝에 올랐단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절절한 보도자료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밤새워 작성하던 그의 농성 시작 소식에 <프레시안>, <경향신문>, <한겨레>,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참세상>, <미디어스>, <레디앙>에서 일하는 전·현직 노동 전문 기자들이 머리를 맞대기로 했습니다. <굴뚝신문>이 만들어진 배경입니다.

<굴뚝신문> 2면에 실린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첫 직선 민주노총 위원장이 된 그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으로 77일 옥쇄 파업을 이끌었고 해고됐습니다. 아직 그 자신의 싸움도 끝나지 않았건만 그는 더 큰 투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은 물론이거니와, 이땅의 모든 '장그래'를 위한 싸움입니다. 지난해 12월 31일, 광화문 인큰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편집자>

“총연맹이 주도하면 총파업 충분히 가능하다"

프레시안 : 쌍용차 해고자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이 됐다.    

한상균 : 해고자 조끼에서 투쟁하는 모든 이의 절박함이 담긴 조끼로 갈아입었다. 많은 우려 속에서도 우리 조합원들이 직선제를 훌륭하게 치렀다. 총파업은 피할 수 없지만,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단결도 중요하다는 생각, 혁신이란 과제와 사회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열망이 모인 결과다. 이번 선거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승리다.

프레시안 : 총파업을 외치며 당선됐는데, 여전히 그 실현 가능성엔 물음표가 그려져 있다.   

한상균 : '총파업 그거 할 수 있겠어?'란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안다. 과거 산별노조, 사업장 투쟁에 총연맹은 깃발만 들고 서 있었던 경험이 누적된 결과다. 이와 달리 총연맹이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고 책임감 있게 주도해 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조합원들의 열망은 이미 드러난 것 아니겠나. '총파업에 동의하면 표를 달라'고 했고 '다시 묻지 않을 테니 잘 생각해 달라'고도 했다. 이제는 나를 서울에서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전국 사업장을 발로 뛰겠다.

프레시안 : 당선과 동시에 '장그래 살리기 운동본부'를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한상균 : 이전까지 산별 차원에서 공단 조직화 등을 시도한 적은 있었지만 민주노총 주도의 전 국민 대상 운동은 활발하지 않았다. 전 지역에서 국민 속으로 들어가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인상' 요구 를 포함한 캠페인을 벌이려고 한다. '장그래 살리기 운동본부'는 씨앤앰 투쟁 승리에 큰 역할을 했던 '진짜 사장 운동본부'의 확장판으로 봐도 된다. 정부는 '정규직에 드는 비용이 많아 문제' 라며 정규직-비정규직을 갈라치기 하려고 한다. 그런데 같은 시기, 씨앤앰에선 원하청 공동투쟁이 승리를 이끌었다. 이 모델을 확산하려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비정규직법 개악, 해고 요건 완화 시도에 맞선 싸움이 조직 노동자들의 힘만으로 가능하다고 생각 하진 않는다. 수많은 미조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당당히 노조에 가입해 싸워 나갈 때 비로소 가능하다. 운동본부는 국민 속으로 스며드는 실천을 통해 '민주노총이 전체 노동자를 위한 싸움을 하는구나', '부당한 차별과 대우에 맞서는 곳은 미우나 고우나 민주노총뿐이구나', '민주노총이 책임진다니 한번 싸워봐야겠다'란 국민적 자신감과 공감대를 만들어갈 것이다.  

다가오는 싸움은 매년 해오던 임금단체 협상 투쟁과는 성격이 다르다. 더 깊어질 어둠이 없고 싸우지 않으면 지금 조건도 지키지 못한다. 어차피 합법적 투쟁은 없단 생각으로 첫 직선 위원장이 앞장설 테니 힘을 실어 달라.



"굴뚝 위 동료들에게 제때 따뜻한 밥도 못 올라갔다니 가슴이 찢어졌다"

프레시안 : 비정규직 문제와 함께 노동계의 오랜 과제 중 하나가 손배·가압류다.

한상균 : 사측의 일방적인 손해액 산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법·제도가 절실하다. 유럽에선 노조가 회계사를 선정하고 사용자가 그 비용을 지출하는 사례가 많다. 한국에선 회계사 밥줄이 자본에만 있으니 노동자 편에 설 전문가를 구하기가 어렵다. 쌍용차 해고자들이 갖은 노력 끝에 회계 조작을 밝혀냈어도 대법원이 인정하질 않았고, 현대차가 300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 손배·가압류를 비정규직 노조에 청구할 수 있는 배경이다. 관련법 제·개정을 통해 유럽 방식이 한국에도 도입된다면 손배 산정액을 둘러싼 비효율적 공방을 할 필요가 없고 기업의 경영 투명성도 제고될 것이다.

프레시안 : 굴뚝에 있는 두 동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상균 : 먼발치에서 손 흔들고 오면 모를 줄 알았는데 알고 있더라. 제때 따스한 밥도 못 올라갔다니 가슴이 찢어졌다. '회사가 어려운데 왜 올라갔느냐'란 따가운 시선에 상처가 정말 컸을 거다. 6년째 하는 투쟁이 그리 쉽게 해결되겠나. 마음 단단히 먹었으면 좋겠다.

'이젠 밖에 있는 사람들이 들어와야 한다'는 공장 안 동료들의 마음도 커지고 있다. 그런 문자가 수없이 많이 들어 온다. 국민들도 목숨 걸고 싸우는 두 사람의 하루하루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쌍용차가 이를 무시한다면 커다란 우를 범하는 것이다. 마힌드라와 쌍용차, 기업노조는 폭탄 돌리기를 멈추고 결단해야 한다.

<굴뚝신문> 발행위원회

발행인 : 신학림
취 재 : 김도연(미디어오늘) 김용욱(참세상) 박철응(경향신문) 이광호(레디앙) 전종휘(한겨레) 최지용(오마이뉴스) 최하얀(프레시안) 한윤형(미디어스)
편 집 : 한겨레 정정화 주민규 김원일 박정민 이천우 김지야 나성숙 유홍상 임병학
사 진 : 노순택 박승화 변백선 이명익 정기훈 정택용 최형락
광고디자인 : 이원우 정하연

* 이 외에도 많은 이들이 마음과 정성을 보태주었습니다. 백기완 선생과 김소연 시인이 글을 보내주셨고, 만화가와 사진작가들, 디자이너들도 재능 기부를 했습니다. 멀리 해외에서는 슬라보예 지젝 교수가 흔쾌이 인터뷰에 응해주셨고, 한겨레신문 편집 기자들은 새벽까지 야근하며 신문 완성을 도왔습니다. 지금은 전국의 많은 이들이 '굴뚝 배달부'를 자청해 신문을 배포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노사 간 논의가 빨리 진척돼 <굴뚝신문> 2호가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 굴뚝신문 1호 전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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