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의혹' 핵심이 유출자 색출? 수상한 숨바꼭질

야당 등에서 비선의 국정 농단 의혹 규명 요구 봇물…유출 경위 문제 삼는 청와대

정윤회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담긴 청와대 문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이후 정치권과 언론은 이번 논란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야당과 상당수 언론사는 민간인인 정 씨가 청와대 '비선 실세'라는 항간의 소문에 힘을 실어주는 문건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비선 라인의 국정 농단'으로 규정하고 청와대에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관련 기사 : 野 "정윤회 게이트, 대통령이 밝혀야"-與 "수사 기다려야")

반면 청와대는 "정식 문건이 아니"라며 문건 성격을 축소하는 동시에, 되려 문건 유출 경위를 문제 삼고 있다. 첫 보도를 한 <세계일보> 관계자들을 고소한 것은 물론, 문건 유출자로 지목된 해당 경정을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한 상태다. <조선일보> 등 일부 보수 언론은 청와대 입장에 동조하듯 '청와대 문건 유출'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다.

▲<조선일보> 11월 29일 자 1면.

<조선> "'정윤회 문건', 청와대 민정수석실 출신 박모 경정이 무단 반출"

<조선>은 '정윤회 문건'이 <세계일보>를 통해 최초로 알려진 뒤 다음 날인 지난 29일 1면 머리에 "라면박스 2개 靑 문건 통째로 샜다" 기사를 배치했다. 신문은 "라면박스 2개 분량에 달하는 이 문건들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다 지난 2월 경찰로 원대 복귀한 박모 경정이 외부로 무단 반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 경정은 지난해 4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파견됐다가 올해 2월 갑작스럽게 청와대를 나와 경찰로 원대 복귀해 현재 서울 시내 모 경찰서에서 정보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조선>은 "박 경정은 경찰 복귀 발령이 나기 2주 전쯤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 소속 정보분실에 청와대 문건과 자신의 개인 사물을 옮겨놓았다가 2주일 뒤 일선 경찰서로 발령이 나자 이를 다시 챙겨갔다"고 보도했다. 이어 "박 경정이 문건을 정보분실에 맡겨둔 사이 이 사무실 소속 A경위 등 2~3명이 박 경정 몰래 문건을 복사했고, 같은 사무실 직원들이 이 문건을 돌려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박 경정이 빼돌린 문건을 정보분석실 소속 일부 경찰관이 복사하는 과정에서 <세계> 소속 기자에게 노출됐고, 해당 기자가 이 문건을 근거로 단독 보도했다는 것이다.

박 경정 "문건 유출자 나 아냐…나를 지목한 소스 짚이는 데 있다"

문건 유출자로 지목된 박 경정은 자신을 유출자로 지목한 <조선> 보도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박 경정은 29일 <노컷뉴스>와 만나 "문건 유출자는 내가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며 "청와대 문건이 유출된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경정은 "어디가 그런 소스인지 짚이는 데가 있지만, 누군지 말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컷>은 "'문건 유출자 지목과 관련해 청와대 안팎에서 누군가 컨트롤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냐'라는 질문에 박 경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보도하며 "문건 유출 책임을 둘러싸고 청와대 안팎에서 갈등이 있다는 걸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박 경정은 이날 다시 <연합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내가 청와대 문건들을 통째로 유출했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거듭 부인했다.

<연합>은 박 경정이 <세계> 보도가 나온 28일에 기자들과 통화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상부에는 "보도가 나온 경위는 나와는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논란이 일어 고생이 많았겠다'는 말에는 웃으며 '업보다'라고 말하며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문고리 3인방 견제 세력 없다…대통령 눈과 귀 가려"

그런가 하면, 정윤회 씨와 정기적으로 국정 개입을 위해 접촉했다는 '문고리 3인방'에 대해 박 경정이 과거에 비판한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문고리 3인방'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3월 '박지만 "정윤회가 날 미행했다"' 보도를 내보낸 <시사저널>은 오는 12월 9일 자 발행본 기사를 통해 박 경정이 박지만 미행 사건을 내사하다 사실상 좌천됐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월 박 경정과 두 차례 만나 나눈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박 경정은 인터뷰에서 "문고리 3인방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고리들이 박지만 회장을 무척 경계하고 있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이다. 민정 내부에서도 문고리를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은 조응천 민정수석실 공직비서관(현재는 변호사)과 나밖에 없다"고 밝혔다.

'문고리 위에는 누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정윤회로 취재 방향을 잡았다면 잘 잡은 것"이라며 "내가 민정에 있으면서 박지만 회장과 관련한 얘기는 들은 바가 없다. 그러나 정윤회 얘기는 심심찮게 들었다. 정윤회가 이재만과 안봉근을 통해 그림자 권력 행세를 한다고 들었다. 정호성은 컨트롤이 잘 안 된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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