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리아 공습, 누가 웃는가?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이스라엘과 시리아 독재정권이 최대 수혜자

2011년 아랍의 봄이 쓰나미처럼 시리아로 몰려든 뒤, 인구 1800 만의 시리아는 엄청난 내전의 불길에 휩싸였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벌어져 온 3년 반 동안의 내전에서 사망자만도 20만 명을 넘어섰다. 국제사회에서 시리아의 내전을 끝장내고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21세기 초강대국 미국은 이렇다 할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왔다.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지원도 미적지근했다. 한마디로 구경만 하는 모습이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무력개입에 나섰다. 9월 22일부터 시작된 공습은 1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공습 내용이 이상하다. 숱한 민간인들을 살상해온 시리아 독재정권의 군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이슬람국가(IS)'라는 이름을 지닌 특정 반군세력을 공격 목표로 삼았다. IS가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이라크의 안정을 위협하고, 그 과정에서 납치된 서방 기자들을 잇달아 참수하는 테러조직이므로 공격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본다. 미국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반군을 공습한다면 누구에게 이로울까. 누가 미 공습의 수혜자일까. 대답은 너무도 뻔하지만 수혜자는 두 부류다. 하나는 시리아 독재정권이고, 다른 하나는 '21세기의 깡패국가'라는 오명을 얻고 있는 이스라엘이다.

▲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 항공모합 토마호크 미사일이 시리아에 위치한 IS(이슬람국가) 근거지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독재자 아사드, "나도 테러와의 전쟁 벌이는 중"

첫째, 시리아 아사드 독재정권. 1970년부터 무려 44년 동안 2대(하페즈 알 아사드→바샤르 알 아사드)에 걸쳐 시리아를 철권으로 다스려온 아사드 독재정권은 입만 열었다 하면 "우리도 테러와의 전쟁을 벌인다"고 주장해왔다. 논리가 전혀 안 맞는 것은 아니다. 2001년 9.11 테러 뒤 시리아의 정보기관들은 알 카에다를 비롯한 전투적 이슬람 조직들에 관한 정보들을 미국에 제공했었다.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9.11 뒤 미국에 정보를 넘긴 데는 그 나름의 교활한 정치적 계산이 스며있었다고 보여진다. 첫째는 미국이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처럼 반미-반이스라엘 노선을 걸어온 시리아의 정권교체를 노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쳐내고 미국의 압박 수위를 낮추고자 했다. 둘째는 시리아 체제를 위협하는 골칫거리 인사들의 이름을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려 미국에 넘겨줌으로써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시리아의 국내 정치 안정을 꾀하려 했다.

속셈이야 어찌 됐든 얼핏 보면 시리아도 9.11 뒤 미국이 벌여온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셈이다. 시리아 독재자 아사드도 "우리도 테러와의 전쟁을 벌인다"고 주장할 만하다. 테러란 우리말로 공포, 두려움이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시리아 민주화를 열망하는 민중의 시각에서 보면 독재자 아사드야말로 (공포정치로 민중을 두려움에 떨게 해온) 최악의 테러리스트라는 것이다.

시리아 정보당국의 교활한 계산

미국의 반군 공습이라는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과정을 되짚어보면, 시리아 정보당국은 이미 지금 상황을 내다보고 교활한 공작을 펴왔다는 의심을 받아 마땅하다. 시리아 독재정권이 테러와의 전쟁을 편다고 선전하기 위해, 반군 가운데 이슬람 극단주의 집단으로 꼽히는 반군의 세력이 커 나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오히려 세력확장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그 증거로는 첫째, 시리아 공군은 친서방적인 성향을 보이는 자유시리아자유군(FSA) 기지를 공습하면서도 '이슬람국가(IS)'의 근거지인 라카는 공습하지 않아 왔다. 둘째, 군 형무소 등에 수감 중이던 수백 명의 '이슬람 과격분자'들을 풀어줌으로써 이들이 '이슬람국가(IS)'의 전신인 '알 누스라 전선'(Al-Nusra Front, ANF 또는 JAN)에 자연스럽게 합류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2011년 3월 15일부터 시작된 민주화 시위가 유혈투쟁 양상으로 바꾸어가던 그해 5월 시리아 정부의 칙령 61호에 따라 군 형무소 등에 수감 중이던 수백 명의 이른바 '이슬람 과격분자'들도 풀려났다. 시리아 아사드 독재정권이 화해와 통합이란 명분을 내세워 감옥에서 풀어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지금 시리아 라카를 근거지로 한 IS의 핵심 전력을 이룬다.

이래저래 시리아 독재자 아사드는 미국의 공습이 더없이 고맙게 느낄 것이다. '이슬람국가(IS)'는 여러 시리아 반군조직 가운데 가장 세력이 강하고 전투적인 투쟁성을 지녔기에 시리아 정부군조차 두려움을 느끼는 중이다. 이라크 북부도시 모술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그곳 은행에 있던 5억 달러의 현금을 챙긴 데다 석유 밀수출 등으로 탄탄한 자금력을 보유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진다.

시간이 흐르면 '이슬람국가(IS)' 세력이 더 커지면서 그 칼날의 끝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심장부인 다마스쿠스로 향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아사드로선 벼랑 끝에 내몰릴 수도 있다. 그런 위기 상황에서 미국이 IS를 겨냥한 공습에 나섰으니, 독재자 아사드로선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을 것이다.

예루살렘 시민들, 미 공습 소식에 환호성

둘째, 이스라엘이 미 공습의 수혜자라는 점이다. 이스라엘 강경우파 연립정권을 이끌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대시리아 최대 관심사는 (시리아 민주화와 안정이 아니라) '아사드 독재정권이 무너진다면 누가 다마스쿠스를 접수할 것이냐'였다.

지난 3년 반 동안의 시리아 내전 상황은 그런대로 힘의 균형 상태에 있었다. 시리아 정부군은 민중의 강력한 저항으로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져 반군을 압도할 수가 없었고, 반군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서로 세력다툼을 하는 판에 다마스쿠스로 진격해 정권교체를 이뤄내지 못했다. 이스라엘로선 외교관계조차 없는 이웃의 적성국인 시리아에서 내전이 지속되는 동안 이스라엘 안보를 걱정할 필요가 없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팔짱 끼고 내전의 불길을 쳐다보는 재미조차 느꼈을 법하다.

그런데 2013년부터 힘의 균형이 깨지는 여러 조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중심엔 바로 '이슬람국가'(IS)가 있다. IS의 전신인 ISIS(이라크시리아이슬람국가)는 2013년 3월 시리아 동북부 라카주의 주도 라카를 접수했고, 그곳 유전에서 나는 원유를 터키에 밀수출해 벌어들인 군자금으로 세력을 키워갔다. 그리고 2014년 1월 이라크 서부 안바르 주를, 2014년 6월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점령했다.

그 기세대로라면 시리아 다마스쿠스가 함락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이란 이슬람혁명(1979년)의 아야톨라 호메이니 같은 강성 지도자가 다마스쿠스를 접수한다면, 이스라엘로선 안보 위협을 느껴야할 상황에 부딪치게 된다. 1967년부터 시리아 골란고원을 점령 중인 이스라엘로선 다마스쿠스에 강성 반이스라엘 정권이 나타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헨리 키신저 같은 미국의 강경파들이 일찍부터 시리아 반군에 대한 전면 공격(all-out attack)의 전쟁 북소리를 둥둥 울려댄 것도 이스라엘의 국가이익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군사개입을 망설이며 저울질하는 사이에 이스라엘로선 다행스럽게도 IS가 미국에 밉보이는 일들을 저질렀다. 2003년 이라크 침공 이래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겨우 빠져나왔던 이라크 수렁이 아니었던가. 그런 이라크가 바그다드마저 위협을 받고, 서방 기자들이 잇달아 목이 잘리는 일을 두고 보기 어렵게 됐다. 결국 미국이 이라크와 시리아의 IS 근거지 공습에 나서게 됐고, 안보 걱정을 덜게 된 이스라엘 예루살렘 거리의 유대인들은 공습 소식에 박수를 치며 기뻐하는 모습이다.

이스라엘-미국의 끈끈한 유착

미-이스라엘 양국은 미국의 시리아 공습 작전 수립과정에서 서로 정보를 주고 받는 등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은 이스라엘에게 시리아의 반군세력인 '이슬람국가'(IS)를 공습하겠다는 내용(공습 시간과 방법, IS 지휘부와 병참시설을 포함한 공격 목표물)을 공습 이틀 전에 미리 알려주었다. 아울러 이스라엘이 시리아 상공을 오가는 전투기를 시리아 전투기로 오인하지 말도록 당부했다고 한다.

미국의 시리아 공습에 앞서 이스라엘은 IS 기지(지휘부와 병참시설 등) 위치를 담은 위성사진 등 IS에 관련한 정보를 미국에게 건네주었다. 시리아 공습이 이뤄진 첫날(9월 22일)에도 미-이스라엘 두 나라는 전화 통화 등을 통해 시리아 공습 진행 과정을 세밀한 부분까지 공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서 '이스라엘'이란 이스라엘 국방부(IDF)를, '미국'이란 워싱턴 국방부(펜타곤)은 물론 시리아 공습작전을 수행중인 미 중부군사령부(플로리다주 탬파 소재)를 가리킨다.

미국 중동정책의 우선순위는 이스라엘 안보, 그리고 중동 석유의 안정적 수급이다. 최우선 동맹국인 이스라엘의 안보를 챙기고,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친미 중동 산유국의 안보를 챙겨주면서 그 대가로 미국으로 석유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미 중동정책의 두 가지 핵심이다.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최대 관심은 민주화나 내전 종식에 따라 시리아 사람들이 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시리아 내전이 이스라엘과 중동 석유산유국들의 안보, 그리고 중동 유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모아져 있다. 이스라엘과 중동 독재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그곳 정치지형에 여러 해악을 끼쳐왔음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중동지역 사람들은 미국의 이슬람국가(IS) 공습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물음표를 던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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