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에 대한 오독을 벗어나기

[최재천의 책갈피] <경전의 탄생> 카렌 암스트롱 글, 정영목 번역

"종교는 흔히 근대적 관심사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의 '믿음'이 무엇이든 각 인간의 성스러움을 재발견하고 우리 세계를 다시 성스럽게 하는 길을 찾는 것은 인간 생존에 핵심적이다."

중세 흑사병 이후 절대 종교의 시대는 끝났다. 그렇다면 현대 코로나19 이후, 더불어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우리 시대 종교는 끝나가는 것일까.

카렌 암스트롱에게 물어야 한다. 새 책 <경전의 탄생>이다. 사실 나의 종교에 대한 이해는 상당 부분을 카렌 암스트롱에게 기대고 있다. <축의 시대>는 지금도 기본 텍스트로 활용할 정도다. <축의 시대>에서 말했던 '황금률'이야말로 카렌 암스트롱이 말하는 종교의 핵심이다. '타인에 대한 연민과 존중'을 받아들이자고 호소하는 열정 말이다.

<경전의 탄생>은 경전에 대한 오독에서 벗어나 다시 경전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한다. 저자의 문제의식이다.

"오늘날 서양에서는 경전을 '최종적인 말씀', 영원히 봉인된, 신성하고 불변이고 불가침인 정전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보았듯이 근대 이전 세계에서 경전은 늘 진행 중인 작업이었다. 옛글을 숭배했지만 화석화하지는 않았다. 경전은 늘 변하는 환경과 연결되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종종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비교종교학자답게 책에서는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라는 유일신 전통만이 아니라 인도와 중국 주요 경전까지 연대기적 발달을 추적하며 경전 장르에 대한 이해를 추구한다. '황금률'처럼 주요 경전의 공통주제가 있을까.

"이 경전들은 초월적인 것과 조화를 이루어 사는 방법을 다양하게 처방하지만 한 가지 점에서는 모두 의견이 같다. 즉 스트렝이 미지의 '궁극적인 것'이라고 부르는 것과 진정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려면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그리스인이 케노시스(Kenosis, 자기를 '비움')라고 부른 것이 바로 경전의 중심 주제다."

그렇다. 채우는 게 아니라 비우는 것이다. 비우는 것이야말로 모든 종교의 출발이다. 더불어 절대자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결코 모른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야말로 수행이다.

토마스 아퀴나스 말이다.

"인간의 궁극적 지식은 우리가 하느님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하느님이 인간이 하느님에 관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믿을 때, 오직 그때만 우리는 하느님을 진실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경전의 탄생> 카렌 암스트롱 글, 정영목 번역 ⓒ교양인

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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