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미국, 이스라엘에 무기 제공 시인

겉으로는 비난하고 뒤로는 무기 건네···이중적 태도 비난

미국이 이스라엘에 박격포탄을 비롯한 각종 탄약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이 가자지구 내 유엔 학교를 폭격한 이스라엘의 행위에 대해 비난 성명을 발표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 미국의 이중성에 관한 비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을 염려하면서 실제로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미국 ABC방송을 비롯해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 <에이에프피>통신 등 주요 외신은 30일(현지시각) 미국이 이스라엘에 40mm 수류탄과 120mm 박격포탄 등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마이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0일 이스라엘로부터 탄약 공급 요청이 들어왔으며, 미국 국방부는 3일 동안 검토 후 이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이스라엘에 건네준 탄약은 이스라엘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보유한 비상전시물자(WSRA-I)에서 공급된 것이라며 이는 백악관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스라엘이 강한 자위력을 유지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이번 무기 공급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30일(현지시간) 샤티 난민촌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고 무너진 한 이슬람 사원의 첨탑을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국방부 관계자는 ABC방송에 이스라엘에 전달된 탄약은 시효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들이며 조만간 다시 채워 넣어야 했던 것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에 건네지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새로운 탄약으로 교체했어야 할 낡은 탄약이었다는 것이다.

주이스라엘 미군의 비상전시물자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스라엘 군이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ABC 방송은 2006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전쟁을 치렀을 때도 해당 탄약이 쓰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미군의 탄약을 쓸 정도로 긴급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지난 8일 가자지구에 공습을 시작한 이후 3주가 지난 현재까지 이스라엘은 압도적인 화력으로 하마스를 압박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미국에 탄약 공급을 신청했던 20일 역시 이스라엘의 매서운 공습이 이어지고 있던 때였다. 이스라엘이 위급하다고 여길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3주가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공격에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3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은 유엔 시설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이용하는 재래시장까지 포격하고 있다. 잇따른 민간인 시설 및 유엔 시설 폭격으로 국제적인 공분을 사고 있는 이스라엘에 탄약을 건네줬다는 것 자체로 미국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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