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학교 앞 화상경마장 반대…주민투표 하자"

[현장] 용산 화상경마장 대치 현장 방문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형 시정 현안으로 떠오른 용산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를 방문해 학교 앞 화상경마장 입점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국마사회와 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5월부터 화상경마장 용산지점 입점 문제를 두고 1년 넘게 대치해오고 있으며, 지난달 28일 마사회의 기습 시범 개장으로 양측 대립이 극심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박원순 서울 시장(가운데 마이크 잡고 있는 이)이 20일 오후 서울시 한강로 3가 한국마사회 용산지점 앞 농성장을 찾아 '화상경마장 입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성장현 용산구청장. ⓒ프레시안(최형락)

박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에 위치한 한국마사회 용산지점,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 대책위원회' 농성장 등을 방문한 뒤 "서울시는 용산구청과 더불어 주택가와 학교 주변에 사행성 시설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그간 주민 대표와의 면담 등을 통해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으나, 공개적으로 주민들 앞에서 분명하게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시장의 단호한 입장 발표에 반대 측 주민들은 크게 환호했다.

박 시장은 아울러 "어떤 좋은 일이라 할지라도 사전협의를 하고 들어오는 게 적절한데 그런 게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며 마사회가 주민들의 공감 없이 입점을 강행한 데 문제를 제기했다.

"법적 문제 떠나 찬반 양측 동의 얻어 주민투표해야"

현장에 도착한 박 시장은 먼저 반대 측 주민들이 있는 천막 농성장 안으로 들어섰다. 박 시장은 '용산 화상경마장 입점 반대' 입장을 거듭 표명하면서, 경마장 승인 절차와 관련한 법령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서울시 10개가 넘는 화상경마장이 있는데 영업 허가를 내 줄 권한이 서울시에 있는 게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에 있다"며 "도박 산업이 서울 시내에 설치되는데 시장이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 대책위원회' 천막 농성장을 찾아 경마장 입저 반대 측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박원순 서울시장. ⓒ프레시안(최형락)

박 시장은 이어 반대 주민들과 마사회 양측에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주도 하에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주민투표 방법은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도 제안한 바 있다.

박 시장은 천막에서 주민들에게 "제가 예전에 부안 방사능폐기물처리장 찬반 논란이 있을 때 주민투표관리위원장이었다. 그땐 법적으로 주민투표를 할 수 없던 때였지만, 그런 식으로도 의사를 결정했다"며 "서울시 선관위와 이야기해보고, 서울시의회에서도 (의원들이) 발의하셔서 결의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했다.

이후 마사회 건물에 올라가 내부 시설 등을 둘러본 박 시장은 현명관 마사회 회장에게도 주민투표를 제안했다.

현 회장이 "반대하는 분도 많지만 찬성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하자, 박 시장은 "그럼 서울시 선관위 주도로 주민투표를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현 회장이 "법적으로 어렵다"고 하자, 박 시장은 "법적 문제를 떠나 서로 동의를 해서 합의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현 회장이 "이미 합법적으로 승인이 난 사안"이라며 입점 철회에 대한 뜻이 없음을 분명하게 밝히자, 이날 박 시장과 동행한 성장현 용산구청장도 나섰다. 성 구청장은 "용산은 용산참사가 났던 힘든 곳이다. 법적으로 맞다고 해도, 도박은 아이들을 위해서도 안 해야 하는데 아이들도 하지 말라는 데도 밀어붙이면 어쩌느냐"고 말했다.

▲현명관 한국마사회장(왼쪽에서 두 번째) 설명을 듣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프레시안(최형락)

박 시장이 건물 1층으로 내려오자, 찬성 측 주민 일부가 박 시장을 막고 "반대 측 입장만 듣고 있다"며 불만을 표했다. 박 시장이 "그럼 얘기를 듣겠다"며 대화를 시도했다.

"왜 지지하십니까."
"마사회 건물이 들어옴으로 인해서 이 일대 상권이 살아납니다."
"어떤 상권이 살아납니까."
"눈으로 보시면 모릅니까. 저한테 일일이 설명을 해달라는 겁니까."

찬성 측 주민들이 고성을 지르며 더 거세게 항의하자, 안전요원들이 이를 제지하고 박 시장은 곧 자리를 떠났다.

▲현명관 한국마사회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면담하고 있는 중에도 스크린을 통해 경마 중계를 보고 있는 용산 화상경마장 이용객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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