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북한, 3차 핵실험 이후에도 '전통적 우호관계'

6자회담 신속한 재개 강조, "6자회담으로 돌아가야 북핵 문제 풀 수 있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을 두고,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양국관계가 악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과 북한은 '전통적 우호 관계'라며 큰 틀에서 양국 관계가 변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17일(현지시간) 오전 베이징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중국 외교부 류젠차오(劉建超) 부장조리(차관보)는 시 주석이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이 이례적이고, 이는 곧 북핵 개발에 대한 중국의 경고 메시지 아니냐는 질문에 "표면적으로 봤을 때 시 주석이 북한 방문 전에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여기에는 필연적인 관계는 없다. 중국은 중한관계도 중요시하고 조선과의 관계도 중요시한다"면서 "중국과 한국은 전략적 동반자, 중국과 조선은 전통적 우호 관계다"고 설명했다. 북한을 늦게 방문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북·중 간 고위급 교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류 부장조리는 "중국 북한은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서 정상적 왕래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은 주권국가로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북한 최고 영도자이고 우리는 이를 존중한다"면서 "많이 짐작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북·중 관계가 소홀해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류 부장조리는 신속한 6자회담 재개를 강조했다. 그는 "6자 간 차이점을 줄이고 더 많은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이 6자회담 중 가장 중요한 나라다. 한국 측이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이 미국과 함께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의 선(先)행동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회담 재개를 위해 미국을 설득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라는 주문이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 역시 "한국은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아주 특수한 지위와 역할이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과 미국이 서로 소통하고 대화하도록 교류하는 것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이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발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북핵 문제와 한반도비핵화, 북·미 간 관계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뜻으로 읽힌다. 

특히 훙 대변인은 6자회담의 틀을 강조하면서 "6자회담이 성과를 거뒀을 때 한반도의 정세가 평화롭고 안정적이었다. 반면 6자회담이 좌절됐을 때 한반도의 정세가 별로 좋지 못했다"면서 "6자회담의 역할은 실천으로 증명이 됐다"고 주장했다. 6자회담이 돌아가야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북·일 간 납치자 재조사 합의가 6자회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류 부장조리는 "이웃 국가 간의 관계 개선에 대해 환영하고 기쁘게 생각한다"며 "납치자 문제는 일정 정도 6자회담에 영향 미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기분 나쁠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아베 신조 총리의 과거사 도발에 대해서는 "올해 들어 일본 총리의 행동을 보면 분명한 역사적 사실과 인류의 양식, 그리고 중한 양국을 비롯한 전 세계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희망에 위배되고 있다"며 "한국 측과 역사 문제에 대해 계속 소통과 교류하고 싶다"면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중 양국의 적극적인 공조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창극 총리 임명, 한국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가 중국을 민주화시켜야 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류 부장조리는 "어느 분이 총리가 될 것인지는 한국 내부의 일"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국의 민주화에 대한 문 내정자의 발언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류 부장조리는 "한 국가가 어떤 발전의 길을 선택할지는 그 나라의 인민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라며 "종교 및 민주주의 실현 방식과 발전 모델 역시 각국 인민들이 각자 선택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은 공산당 영도하에 개혁개방을 심화했고 이는 과거 몇십 년 동안 중국의 발전이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총리를 선택하는 것이 한국 국민이듯이 중국이 어떤 발전 경로를 따를 것인지는 중국 사람의 선택이라면서 "중국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와 경제 사회 발전 방식, 통치 방식에 대한 경험을 교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문 내정자는 2011년 봄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우리나라가 성령님으로 도덕의 나라 개혁의 나라로 가기 위해선 5가지의 '기도'를 해야 한다"며 "4번째로 중국의 자유화, 민주화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중국의 기독교화가 이루어지면 우리나라 통일은 자연히 되고 중국의 민주화도 자연히 이루어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베이징 공동취재단, 이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