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 노인, 기초연금 추가 금액 0원"

노령연금 20만 원 오른 만큼 기초생활 급여 깎여

94세 노모를 모시고 사는 박명희(68)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다. 정부는 박 씨 모녀에게 기초생활보장 급여로 월 61만 4000원을, 기초노령연금으로 각각 월 9만9100원씩을 지급한다. 기초생활보장 급여와 기초노령연금을 합치면 한 달에 81만 2200원이다.

아픈 노모를 간호하며 근근이 생활하는 박 씨는 본인의 건강도 좋지 않아 일을 할 수 없다. 그러던 박 씨는 정부가 오는 7월부터 기초연금을 최대 20만 원으로 올린다고 해서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는 기초연금에 따른 추가 혜택이 0원임을 알고 뒤늦게 울분을 토했다.

기초연금이 오르더라도, 오른 금액이 '소득'으로 잡히면서 기초생활보장 급여가 그만큼 깎이는 탓이다. 박 씨 모녀는 오는 7월부터 기초연금을 20만 원씩 받지만, 이 돈은 기초생활보장 생계 급여에서 고스란히 깎인다. 기초생활보장 급여와 기초연금을 합쳐 받는 돈은 이전과 똑같이 81만 2200원이다.
박 씨는 "기초연금이 오른 만큼 기초생활수급 급여가 깎이는 게 말이 되느냐"며 "나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기초생활수급권자라는 이유로 기초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해서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박 씨와 같은 기초생활수급권자인 노인이 전국에 40만 명이나 된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 40만 명이 기초연금 20만 원을 받고 기초생활보장 생계 급여에서 도로 20만 원이 깎여 추가로 0원을 받는 것이다.
▲ 기초생활수급권자는 늘어난 기초연금의 혜택에서 제외된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프레시안(최형락)

이에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노년유니온,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빈곤사회연대,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등 복지시민단체는 19일 청와대 앞 효자동 주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장 가난한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 원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기초생활 수급자인 노인이 기초연금을 제대로 못 받는 문제는 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된다"며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바로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기초연금만큼 기초생활수급 급여를 깎는 것은 '아동 양육 수당'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들 단체는 "월 10만~20만 원씩 아동에게 지급되는 양육 수당은 기초생활수급권자의 생계 급여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책정할 때 양육 수당처럼 기초연금도 '소득 범위'에서 제외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기초연금 공약 사기, 국민연금 연계 차등지급, 물가 연동 등 박근혜 대통령이 기초연금에 행한 과오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대통령은 이도 모자라 하위 70% 노인들에게 지급하겠다는 기초연금에서 가장 가난한 노인들에게 혜택을 제외하는 것을 용납할 수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관계자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다른 복지 지원을 받아도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않는 가구를 위해 부족한 부분만큼 지원하는 제도"라며 "외국에서도 기초연금을 우선 적용하고, 최저생계비에서 부족한 나머지를 기초생활보장과 같은 보충 급여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초연금이 오르면, 그만큼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깎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장애 수당이나 아동 수당을 기초생활보장의 소득 범위에서 제외하는 이유는, 아이를 키우거나 장애가 있으면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며 "(늘어난 기초연금만큼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깎지 않으면) 차상위계층과 소득 역전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시행령을 개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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