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우리는 사건만 나면 대통령 공격" 발언 논란

"세월호로 대통령 곤욕"…야당 "제정신인가? 국가보훈처냐 '국민비하처'냐"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우리나라는 무슨 큰 사건만 나면 우선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한다"면서 세월호 사태와 관련한 대통령·정부 비판 여론을 비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은 박 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탐사보도 전문 매체 <뉴스타파>는 박 처장이 지난 2일 '안보 강사' 100여 명을 모아 놓고 강연을 하면서 이같은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매체가 입수한 강연 동영상에 따르면, 박 처장은 "세월호 침몰 사건때문에 대통령과 정부가 아주 곤욕을 치르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지금 무슨 큰 사건만 나면 우선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정부와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이 관례가 되어 있다"고도 했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것은 그저 '관례'라는 말이다. 

박 처장은 "국가가 위기에 처하고 어려울 때 미국은 단결(한다)"며 "9.11 테러가 났을때, 부시 대통령이 사후 보고를 받고 나타나서 소방관과 경찰관들 어깨를 두드려 줬는데,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56%에서 90%로 올랐다"고 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의 임기말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은 문제"라며 "강사들이 그 원인을 분석해서 우리 국민들을 교육하는 것도 대단히 좋은 교육이 될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보훈처 '나라사랑' 교육 강사들에게 대통령 지지율을 올리는 교육을 하라는 취지로 풀이될 수 있다. 

박 처장의 당시 강연은 보훈처 '나라사랑' 교육 전문강사들에 대한 워크숍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보훈처에 따르면, '나라사랑' 교육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사람들의 숭고한 정신, 독립·호국·민주화에 대한 역사의식, 안보의식 국가정체성 등에 대한 이해를 제공"한다는 취지이지만 이미 앞서 수차례 정치 편향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박 처장은 대선을 앞둔 지난 2012년 안보 강연에서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남북공조를 중시하는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 여기에 국가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말해 스스로 정치 편향 논란의 한가운데 서기도 했었다. (☞관련기사 보기)

야당은 박 처장에 대해 "공직자 자격도 없고 국민의 자격조차 없다"며 "박승춘 '국민비하처장'은 더 이상 국민을 미개하다고 탓하지 말고 그동안 국민의 세금으로 받은 급여를 모두 반납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맹비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박 처장이 세월호 참사를 미국 9.11 테러와 비교해서 국민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며 "주권국가 장관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제 정신으로 할 수 있는 말인가?"라고 힐난하며 "9.11 테러는 외부 공격에 의한 것이고,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하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은 대통령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인가, 어떤 경우에도 대통령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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