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태어난 죄, 시급 6000원 '닭갈비집 인생'

[당신은 얼마짜리 노동자입니까? ①] 닭갈비집 '알바' 노동자

* 이 글은 대학가 닭갈비집에서 시급 6000원을 받고 일하는 '알바' 노동자와 한 인터뷰를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닭갈비집 '알바'를 벗어날 수 있을까?
내 첫 '알바' 자리는 주유소였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나는 학교·주유소·집을 오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런데 시급이 너무 낮았고, 몸에서는 매일 샤워를 해도 휘발유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기름 냄새가 싫어 찾아간 곳이 지금의 닭갈비집이다.
일을 해서 월급을 받으면 내 생활비를 빼놓고는 모두 부모님께 드렸다. 당시 집에 일이 터져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군대에 다녀온 후에는 회사에 들어가서 10개월쯤 일했지만 월급이 계속 밀려 결국 그만두었다. 돈을 벌기 위해 다시 닭갈비집으로 돌아왔다.
한번은 단기간에 돈을 좀 벌어놓고 공부를 해보려는 마음에 공사장 잡부로 일하기도 했다. 새벽밥 먹으며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보려 했지만 돈은 모이지 않았다. 일이 워낙 불규칙적이었다. 결국 나는 다시 닭갈비집으로 돌아왔다. 지금 나는 모아둔 돈이 별로 없다. 대부분 빚 갚는 데 써버렸다. 내가 닭갈비집을 벗어날 수 있을까?
시급 결정하는 사장, 저당 잡힌 내 몸
이곳에서도 크고 작게 다치는 일이 많다. 닭갈비 판이 무쇠로 되어 있던 때에는 일하다가 허리를 삐끗하기도 했고, 빈 병을 옮기다가 병이 깨져 발에 박힌 적도 있다.
한번은 주방에서 강판으로 야채를 채 썰다가 손가락을 심하게 베었다. 지혈제를 사다가 뿌렸는데 그걸 뚫고 피가 솟구쳐 나올 만큼 상처가 심했다. 곧바로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며칠 쉬라고 하면서 붕대를 두껍게 감아줬다.
가게에 의사의 말을 전하고 집으로 갔는데, 다음 날 사장이 왜 일하러 나오지 않느냐고 전화를 했다. 사장의 다그침에 하는 수 없이 가게에 나갔더니 사장이 내 손가락에서 붕대를 빼고 밴드를 붙인 후 테이프를 붙이며 가서 일하라고 했다. '알바'인 나는 사장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억울했지만 뭐라 한마디 대꾸도 못했다. 내 시급을 결정하는 건 사장이니까. 밉보여 봐야 좋을 게 없으니.
나의 꿈
나는 대학에 정말 가고 싶었지만 집안 사정 때문에 갈 수 없었다. 친구들이 놀러 다닐 때 나는 일해야 했고, 친구들이 공부할 때도 나는 일해야 했다. 뭔가 사회의 혜택을 못 받은 것 같고 또래들 삶의 속도에 뒤처진 것 같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래도 나는 꿈이 있다. 경찰이 되는 것이다. 휴일에 제대로 쉬고 수당도 알아서 잘 나오고 수입이 일정하고 자기 위치에 맞춰 그 일만 처리하면 되니 괜찮은 직업이라 생각한다. 경찰이 되고 싶은 또 다른 이유는 어서 빨리 돈을 벌어 가족들로부터 독립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만의 공간을 가꾸고 그곳에서 좀 편하게 쉬고 싶다. 그러자면 '알바'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어서 빨리 경찰이 되기를 소망한다.

ⓒ프레시안(김윤나영)

내 시급은 적절한가?
지금까지 시급에 대해 의문을 품어본 적이 없다.'아 월급 나왔구나, 그럼 뭘 해야지' 이렇게 생각하지, '어? 왜 월급이 이것밖에 안 나와?' 이렇게 생각해 보진 않았다. 대부분 '알바'들도 주는 대로 받지, 현재의 물가나 경제를 생각해 내가 받는 임금이 적정한지 따지지는 못할 것이다. 부족하면 '아, 일을 더 해야지' 이렇게만 생각하는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나에게는 여윳돈이 없다. 내 미래를 위한 준비에 투자할 돈이 없다. 여기서 시급을 더 늘려줄 것 같진 않고 경찰 시험 준비는 계속해야 하니,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다른 일을 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항상 든다.
그런데 얼마 전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다녀온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곳은 '알바'만 해도 어느 정도는 먹고살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외국인들이 호주의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거나 돈을 제대로 못 받는 사건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껏 쉬지 않고 일했는데도 먹고살기 힘들다. 우리나라랑 호주의 시급 차이가 3~4배 정도인데, 물가도 3~4배 차이나는 건 아니지 않나. 사실 사람이 사는 건 다 거기서 거기일 텐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호주 사람보다 못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일을 더 많이, 더 열심히 하는데도 밥 한 끼 사먹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뭔가 안 맞는 것 같다.

ⓒ프레시안(최형락)

시급이 오르면 내 삶은 달라질까?
작년에 친구들이 '스키장 가자, 빙어 낚시 가자'고 했는데 나는 돈 없어서 못 간다고 했다. 친구들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같이 가자"고 말했지만 다음에 기회가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알바' 시급이 오른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같은 시간 일해도 받는 시급이 오르면 그만큼 내 삶의 여유도 늘어날 것이다.
만약 '알바'를 처음 시작한 후 지금까지 줄곧 시급이 1만 원 정도로 높았다면 친구들과 여행을 종종 다녔을지도 모른다. 공부를 하거나 무엇이든 배우는 기회가 좀 더 늘어났을 수도 있고, 미래에 대한 계획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낮은 시급을 받으며 살아온 삶이 좀 억울하다. 알바노조에 관심이 많은데 활동을 열심히 해서 더 늦기 전에 시급 1만 원이 빨리 되게 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프레시안>은 "당신은 얼마짜리 노동자입니까?"라는 주제로 릴레이 인터뷰를 싣습니다. 이 인터뷰는 '임금'을 둘러싼 노동자들의 삶을 돌아보며 우리 사회의 낮은 최저임금이 가져온 현실을 들춰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인터뷰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생활임금 쟁취/서울연석회의'의 참여 단체가 차례로 맡을 예정입니다. <편집자>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