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 재범률 매년 높아지는 한국…이대로 둘 건가

[청소년 범죄, 법과 복지 사이] <5> 팀 차일드의 교훈

청소년 범죄가 늘어 걱정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청소년 범죄에서 강력 범죄의 비율이 높아지고 재범률이 높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위험한 10대'를 묘사하는 보도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를 깊이 있게 탐색하는 시도는 그리 많지 않다.

<프레시안>은 법률구조와 사회 복지를 결합해 이 문제를 풀어갈 것을 제안하는 김익태 변호사(법무법인 도담)의 글을 게재한다. 김 변호사는 미국 변호사로서 미국 형사 법원에서 국선 전담 변호사로 활동하며 청소년 범죄를 비롯한 다양한 범죄를 접했다. 귀국 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통상교섭본부 민간자문위원과 인하대 법학 전문 대학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2012∼2013년 론스타와 ISD, FTA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연재를 진행하기도 했다(☞ 론스타 연재 바로 가기). <편집자>

청소년 범죄, 법과 복지 사이
<1> '알바' 구하던 15세 소년, 살인범으로 몰리다

<2> 강간범 누명 6년 옥살이, 13년 만에 무죄 밝혀졌지만

<3> 부유한 백인들이 흑인 청소년 범죄자 위해 돈 낸 이유

<4> "교회에 돈 내려 매춘"? 황당해도 귀 기울인 이유

미국 서부의 시애틀에, 세 번째 연재에 소개한 시카고의 모란센터와 유사한 청소년 법률 복지 지원 단체가 있다. 팀 차일드(Teamchild)라고 불리는 이 단체는 워싱턴 주(Washington D.C.가 아니고 서부의 State of Washington)에서 1995년에 시작하여 현재까지 1만3000건, 1만여 명의 청소년 형사 사건을 처리해 온 규모 있는 조직이다.

현재는 워싱턴 주 5개 카운티의 청소년 형사 및 민사 사건을 무료 변론하고 있다. 주로 12세에서 18세까지의 저소득 청소년들의 사건을 담당하고 있으며 단순히 무료 법률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학교 복귀, 주거 문제, 심리 상담 등의 부수적인 사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단체는 또한 지역을 상대로 청소년 범죄 예방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단체의 활동에서도 드러나듯이, 법률과 사회복지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범죄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하여 융합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실례로 이 단체가 위치한 시애틀의 워싱턴 주립대학 로스쿨에서는 법학과 사회복지 조인트 학위를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지역 내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팀 차일드가 밝힌 몇 가지 성공 사례를 소개한다.

캠(Cam)

캠의 어머니는 캠이 열두 살 때 돌아가셨다. 그 후로 캠은 친척 집을 전전하면서 자랐다. 친척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여의치 않게 되자, 결국은 친한 친구의 집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친구의 부모님은 좋은 분들이어서 딱한 처지에 놓인 캠을 자신들의 자식처럼 잘 돌봐 주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그로 인한 우울증 그리고 생활고라는 삼중고를 겪으면서도 캠은 씩씩하게 잘 자랐다. 학교생활도 잘했고 성적도 상위권에 속했다.

한데 고등학교 졸업을 6개월 남겨둔 시점에 캠에게 문제가 생겼다. 대마초를 피우다가 적발된 것이었다. 6개월 후면 졸업인데 퇴학 처분과 형사 처분을 동시에 받을 처지가 된 것이다. 사건을 맡은 팀 차일드의 사회 복지사는 캠의 상황을 즉각 분석하고 변호사와 사건에 대해 논의하였다. 사건을 맡은 변호사는 캠의 가정환경과 그간 성실하게 생활한 나름의 노력에 대해 재판부에 설명하였고, 처벌보다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판결을 이끌어내었다. 그 후 캠은 마약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또한 팀 차일드는 캠을 대변하여 학교 측과 협상해 캠이 복학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마침내 캠은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였다.

엔리크(Enrique)

엔리크와 그의 어머니는 엔리크의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떠난 후, 워싱턴 주로 이사 왔다. 이사 오기 전 살았던 캘리포니아에서 엔리크는 지적장애와 행동장애에 근거한 특수교육을 받아왔다. 엔리크의 어머니는 워싱턴 주로 이사한 후 전학 갈 학교에 엔리크에게 특수교육이 필요함을 설명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엔리크를 일반 학급에 배정하였다. 엔리크는 학교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다. 성적은 점점 떨어졌고 친구들과 종종 부딪히기 시작했다. 결국 엔리크는 절도 혐의로 학교에서 퇴학 조치를 받게 되었다.

팀 차일드의 변호사는 엔리크 사건을 접한 후, 부당한 퇴학 조치에 대하여 학교 측에 이의를 제기하였다. 학교 측에서는 예산 문제와 특수교육 자원의 부족함 때문에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하다가, 결국 엔리크의 특수한 요구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였다. 이에 학교 측은 엔리크의 복교를 결정하였다. 그리고 엔리크의 지적장애와 행동장애에 맞추어 특수교육을 제공하게 되었다.

사라(Sarah)

사라는 열네 살 때 학교에서 친구들을 위협했다는 이유로 퇴학 처분을 받았다. 당시 사라는 가족 문제로 인해 가족과 함께 살지 않고 친구 집에서 살고 있었다. 부모가 사라의 문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채, 친구의 부모가 대신해서 사라의 퇴학 처분에 대해서 항의했다. 그러나 처분은 취소되지 않았다.

사라는 1년 동안 어떠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지내다가 팀 차일드를 소개받고 찾아왔다. 퇴학을 당했다는 이유로 사라는 당시 지역 내 공립학교에 재입학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렇다고 해서 고액의 학비를 내야 하는 사립학교에 다닐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다. 팀 차일드의 변호사는 교육청에 사라의 교육권에 대해 청원하고 법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였다. 결국 교육청은 청원을 받아들이고 사라를 지역 내 다른 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조처하였다.

친부모가 자녀 교육에 관심을 갖지 않고 함께 살지도 않는 처지에 친구의 부모가 그나마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지만, 비전문가의 한계가 시작부터 존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조인의 전문성이 돋보였다. 팀 차일드의 법적 조력이 없었다면, 사라는 아마 초등학교 졸업장을 가지고 평생을 살든지 추후 본인의 노력으로 검정고시를 통해 중고등학교 학력을 취득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친구 가정을 통해서만 도움을 받던 사라가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할 삶의 현실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어떤 불안한 미래가 펼쳐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교육 복귀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팀 차일드의 역할이 컸다.

▲ 팀 차일드 홈페이지(www.teamchild.org).

마이클(Michael)

마이클은 발달장애를 가진 청소년으로 주변 또래 집단에게 쉽게 영향을 받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과거에 문제가 여러 번 있었다. 형사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기도 했고, 학교에서도 종종 문제를 일으켰다.

팀 차일드에서 마이클을 소개받았을 때, 팀 차일드의 사회 복지사와 변호사는 마이클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발달장애에 대한 적절한 치료와 돌봄임을 확인했다. 먼저 조모와 살고 있어서 부모의 돌봄을 잘 받을 수 없는 마이클이 시의 발달장애지원팀(Division of Developmental Disabilities, DDS)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협의하였다. 시의 지원으로 일정한 시간 동안 도우미를 고용하여 마이클을 집에서 돌볼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마이클의 상태는 점점 호전돼 갔다. 그런데 그 와중에 시에서 갑자기 보조를 중단하였다. 마이클의 상태가 호전되어 가기는 했으나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기 때문에 가족의 걱정은 컸다.

이에 팀 차일드의 변호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마이클에 대한 지원을 연장할 것을 요청하였다. 판사는 이를 받아들였고, 지원은 계속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마이클의 상태에 대해서 재검사가 이루어졌다. 재판부는 기존의 제한된 돌봄 시간 외에 추가로 도우미의 돌봄 시간이 필요함을 확인하고, 그 시간을 연장하였다. 사회 복지사와 변호사의 노력으로 마이클은 안정적인 돌봄 서비스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팀 차일드 센터의 시사점

사례를 통해서 본 바와 같이 팀 차일드 센터는 모란센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 복지의 측면에 좀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어느 쪽이 더 우수한지 논할 필요는 없다. 각각의 특수성을 인정하면서 창조적으로 벤치마킹을 하면 그만이다.

다만 팀 차일드의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교육에 대한 강조다. 공교육의 틀에서 벗어나는 청소년들 중 자발적 천재형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범죄로 인하여 공교육의 끈을 놓치는 경우, 사회에 진입하기도 전에 사회 공동체에서 제외되는 심리적 소외감을 느끼게 됨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는 상대적 열등감과 사회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범죄로 인하여 교육의 기회를 놓치게 되면 고용을 통하여 사회에 진입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노동할 수 없는 사회 구성원이 찾을 수 있는 대안은 많은 경우 범죄다. 그런 점에서 팀 차일드에서 강조하는 교육 기회 확보에 대한 법적인 노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육과 재범률

교육과 재범률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보고가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길리건(James Giligan)이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이희재 역, 교양인 펴냄)라는 저서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재범을 예방하는 데 100퍼센트 확실한 효과를 보인 프로그램은 단 하나, 교도소에서 학위를 따는 것이라고 한다.

이 실험에 의하면, 보스턴 대학 교수들이 25년 동안 자원봉사로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교도소에서 대학 과정 수업을 가르친 결과, 그 기간 동안 모두 200명에서 300명쯤 되는 재소자들이 적어도 학사 학위 이상을 취득했고 이 중 단 한 사람도 재범으로 교도소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에 교수들은 자신들이 실수를 했거나 무언가를 빠뜨렸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교도소에서도 결과가 같음을 확인했다. 인디애나 주 전체 교도소에서도 재범자가 전무했고 캘리포니아 주 폴섬 교도소에서도 재범률이 0퍼센트였다.

모든 교도소가 그렇게 완벽한 결과를 얻은 것은 아니었고, 기간을 30년으로 늘려 잡았을 때는 재범자가 두 명 나왔다고는 한다. 하지만 그래봐야 30년 동안 재범률이 1퍼센트에도 못 미쳤다는 말이다. 미국의 평균 재범률이 출소 후 겨우 3년이 지난 시점에서 65퍼센트라는 것과 비교하면 놀랄 만한 수치다.

물론 교도소에서 공부한 사람들은 대부분의 죄수들보다 분명히 의욕이 더 넘쳤고 이미 교육 수준이 더 높았다는 점에서 전형적 죄수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저지른 죄는 살인, 강간처럼 여느 죄수가 저지른 것과 똑같은 강력 범죄였다. 그리고 일반 교도소의 상상을 초월하는 높은 재범률을 생각했을 때, 폭력 범죄의 발생 빈도를 줄이는 데 관심이 있는 정부 관계자라면 조금이라도 능력이 있는 재소자에게 고등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큰 틀에서 사회적 비용의 감소라는 막대한 효과를 얻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높아지는 소년범 재범률…사회 복지와 법률구조 결합해 대안 모색해야

범죄율 감소의 측면에서 볼 때 성인들조차 이런 정도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데, 청소년들이야 더 말해서 무엇 할까? 초범과 재범은 하늘과 땅 차이다. 재범 청소년들의 미래는 상당 부분 성인 범죄자일 것이다. 마땅한 다른 삶의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청소년 재범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3년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검거된 소년범들의 재범률은 2009년 32.4%에서 2010년 35.5%, 2011년 36.9%, 2012년 37.3%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증가세가 역전될 만한 호재는 없어 보인다. 이러한 추세를 방치하면, 청소년 범죄자가 재범을 통하여 성인 범죄자로 이어지는 사회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다.

미국은 땅이 넓은 나라라서 우범지대를 게토화하고 지역적 차단을 통하여 범죄를 고립시키는 정책을 펴기도 한다. 닭장처럼 좁디좁은 대한민국에서는 불가능한 방법이다. 더욱이 격리를 통한 미봉책이 과연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답이 될 수 있을까? 이 점에서 복지와 법률구조의 결합을 통한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고민이 더욱 절실하다.

사회 복지와 법률구조를 결합하는 궁극적인 목적 중 하나는 재범 확산을 막고 청소년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사회에 진입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소년범 수감 시설 내에서 학교를 운영해 소년범들이 수감 기간 동안 중학교나 고등학교 교육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최근 한국에서도 이러한 시설들이 운영되고 있고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교도소 수감 시설 내의 교육 시설이 차선이라면, 최선은 청소년들이 또래 집단과 함께 공교육을 받고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다. 문제적 청소년들이 가능하면 공교육의 틀에서 교육 과정을 마치고 사춘기 시절을 또래 집단과 함께 무사히 넘기며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델일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 소개한 외국 사례들에 대한 벤치마킹은 의미가 있으리라고 본다. 지방선거가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이 시점에 제안하고 싶은 바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서 지역 청소년 범죄에 좀 더 진지하게, 기존과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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