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땅, 한국 불법점거"

위안부 문제는 빠져···한일 관계 다시 수렁속으로?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확정됐다.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에도 별다른 관계 개선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일 관계가 당분간 냉각기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4일 오전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초등학교 3~6학년 사회과 교과서 4개 출판사의 12종 교과서 중 8종에 독도 관련 내용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6종 교과서가 독도가 일본 땅이며 한국이 불법점거를 하고 있다고 명시했고, 독도 관련 내용 기술은 없지만 독도를 지도에 일본 영토로 표기한 교과서가 2종이었다. 

일본 교과서는 4년을 주기로 검정 작업을 실시한다. 지난 2010년에는 독도 관련 내용을 기술한 교과서는 1종, 지도에만 일본 영토로 표기한 교과서는 7종이었다. 이와 비교해보면 이번 검정 때 독도 관련 교과서 기술이 일본 측 입장을 강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부교재인 사회과부도 역시 4년 전인 2010년 검정 당시 2종 모두 독도 관련 내용이 포함돼있지 않았으나 이번 검정에서는 2종 중 1종의 교과서에서 독도 관련 내용이 기술됐다.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된 내용은 이번 교과서 검정에서 모두 빠졌다. 지난 2010년에도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위안부 내용은 명시되지 않았다. 실제 지난 3월 26일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일본 문부과학상은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가 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아니라며 교과서 우선 기술 대상에서 제외시키겠다는 의중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지난 2010년보다 독도에 대한 도발 수위를 더욱 높인 초등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아베 총리가 불과 3주 전 국회에서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공언하고서도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제국주의 침탈의 역사를 왜곡·은폐하는 교육을 실시한다면 이는 스스로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월 1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고노 담화를 수정할 생각이 없고 역대 정부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부는 이밖에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들여 이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할 방침이다. 또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를 일본 외무성으로 보내 관련 내용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일본은 같은 날 연간 외교정책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2014년 외교청서를 발간했다. 외교청서에서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은 성의를 갖고 노력해 왔다. 이 문제를 포함해 한일 간 재산·청구권 문제는 법적으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보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일본에 의한 추가적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한일 관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날 교과서와 외교청서 발표로 한일 관계는 다시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한미일 정상회담에 참가하기로 결정하면서 △아베 총리의 고노 담화 계승 발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간 국장급 협의에 일본 외무성이 진지하게 협의에 임하겠다고 한 점 등을 일본의 진전된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교과서 검정과 외교청서 발간을 통해 독도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입장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하면서 당장 위안부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한 국장급 협의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위안부 관련 한일 양국 간 국장급 협의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점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청서에 명시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입장만 말한 것도 아니고 한국도 어떻게 하고 있다고 기술하지 않았나”라며 “그 이상 그 이하로 해석하기는 좀”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번 외교청서 발간이 위안부 국장급 협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피하고 싶은 의도로 읽히지만, 일본 정부가 위안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만큼 한일 간 협의가 순탄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본이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 문제를 명시해 독도까지 한일 간 주요 이슈로 부상되면서 과거사와 위안부 문제에서 첨예하게 대립했던 한일 간 갈등이 다방면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달 중으로 야스쿠니(靖國)신사 춘계 예대제(제사)도 예정돼 있어 한미일 정상회담으로 봉합되는 듯 보였던 한일 관계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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