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예치하고 있는 미국 은행에서 분담금을 이용해 이자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맡긴 돈으로 사기업이 수익을 올리는 구조의 문제와 더불어 정부가 분담금 협상 당시 이 문제를 알고 있었음에도 외부에 알리지 않은 의도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방위비 분담금이 주한미군 영내에 위치한 미국은행인 커뮤니티 뱅크(CB)의 무이자 계좌에 입금·관리되고 있음을 주한미군 측으로부터 수차례 공식 확인한 바 있다”며 “이번 9차 협상 과정에서도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측의 방위비 분담금이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계좌에 예치돼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문제는 분담금 계좌를 운영하고 있는 커뮤니티 뱅크가 이 금액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다시 예치해서 이자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측은 “투자 및 수익 창출이라는 통상적인 은행 영업 활동”이라는 입장이다. 조 대변인은 “미국 정부와는 관계없고 수익의 일부라도 주한미군이나 미국 국방부에 이전된 바 없다는 것을 (미측으로부터) 공식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이어 “커뮤니티 뱅크가 발생시킨 수익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과세 문제가 있다”면서 “미측은 과세 문제는 한국 정부와 커뮤니티뱅크 간 관련 법령에 따라 처리할 문제이고, 미국 정부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세당국을 중심으로 면밀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커뮤니티 뱅크의 이자 수익에 국세청이 세금을 매길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커뮤니티 뱅크가 방위비 분담금으로 이자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 지금까지 시민단체 등에서 수차례 언급이 됐던 문제라며, 정부가 그동안 이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난 12일 제9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타결을 발표했을 때 커뮤니티 뱅크가 이자 수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 역시 소극적인 대처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 대변인은 “커뮤니티뱅크가 이자수익을 얻고 있다는 점은 국회 측에 다 설명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부러 숨기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한 외교부 당국자는 “5년 전 시민단체에서 관련 소송을 냈을 때 조약과 법령에 근거해 미국 은행에 과세하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며 이 문제가 현시점에서 불거진 사안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 당국자는 커뮤니티 뱅크의 이자수익 문제가 “현재 현금 미집행액이 많기 때문에 생긴 문제로 2~3년 이내에 이를 다 쓰면 해결되는 문제”라며 축적된 방위비 분담금이 많아서 발생한 일시적인 문제라는 식으로 언급해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내놨다. 분담금을 많이 써서 없애면 된다는 외교부 당국자의 안이한 인식 역시 소극적 대처의 전형적인 유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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