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중재도 수포…정부 "철도 파업은 불법" 강경론 회귀

박근혜 "공짜 점심은 없다"… 정부 대화 의지 '제로' 확인

민주노총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파국을 막기 위한 국회 차원의 막판 중재 노력마저 실패로 돌아갔다. 정부는 수서발 KTX 법인에 사업 면허를 발급하겠단 계획을 끝까지 고수했고, 철도노조 파업에 '불법' 딱지를 붙이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철도노조 파업 19일째인 27일,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국민을 위해 철도 부문에 경쟁 체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경제학에 '공짜 정심은 없다'라는 말이 있듯 방만 경영에 따른 적자는 국민의 부담으로 귀착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인식이나 이념논리 때문에 나라 발전이 가로막히지 않도록 올바른 논리를 세워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해 철도 민영화 비판을 차단하고 기존 수서발KTX 별도 법인 설립 계획을 강행하겠단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민주노총 공권력 투입 다음날인 지난 23일에도 "적당히 타협하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말해 사실상 노동계와 대화할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다.

서승환 "면허 발급은 협상 대상 아니다"

파업 19일째 만에 처음으로 마련된 노사정 대화 자리도 아무런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철도노조와 코레일,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막판 중재에 나섰으나, 노사정 입장 차만 확인하고 5시께 산회했다. 밤늦게까지 중재를 계속하겠단 여야 간사의 약속에도, 극적으로 중재안이 도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목소리로 "철도 경쟁 체제 도입이란 정부 정책은 노사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에 반대하며 진행 중인 파업은 불법 파업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고 일관했다.

'정부가 수서발KTX 법인 면허 발급을 중단하면 파업을 중단하겠다'는 철도노조의 최종 요구에 대해서 서 장관은 "(면허 발급은) 전혀 타협 대상이 아니다. 원칙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대로 등기가 나오면 바로 발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파업과 면허 발급 둘 다 일단 멈추고 사회적 대화를 하자'는 야당 의원들의 중재안 역시 거부됐다.

정부·코레일, 틈 날 때마다 '불법 파업' 딱지 붙이기에 매진

말 머리마다 '불법 파업'과 '국민 불편'이란 단어가 등장해, 일부 야당 의원들이 "이 자리에선 비난을 자제하라"고 정부와 코레일 측에 요구하는 상황도 반복됐다.

서 장관은 이날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 손실이 점점 커지고 있다"로 말문을 열었으며,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사상 초유의 불법 파업으로 큰 불편을 끼쳐 사죄드린다"며 입을 뗐다. 방 장관은 "노조는 불법 파업을 마치는 것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신계륜 환노위원장은 이에 "불법인지 아닌지도 논쟁거리일 수 있지만, 불법이라고 노조 요구가 무조건 부당한 것은 아닌 만큼 이 자리에선 상대편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라"고 주의를 줬고,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대통령 마음 헤아리기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취임 후 철도노조 처음 만난 서승환 "노조 만날 환경 아니었다"

이날 회의에선 서 장관이 취임 이후에 철도노조를 처음 만난 사실도 확인돼 "대화할 의지가 애초에 없었다"는 비판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서 장관은 '수서발 법인을 만들면서 30차례 간담회를 했다면서 왜 민주노총 산하 철도노조하곤 한 번도 대화하지 않았냐'는 민주당 서영교 의원 질문에 "노조가 거부한 것"라고 말해 노조 측 반발을 불렀다.

김재길 철도노조 정책실장은 "국토부에 수차례 공문을 보내도 장관이 한 번도 위원장을 만나주지 않았다"며 "예전에도 노조 위원장은 정례적으로 장관과 만났었고, 큰 사안(철도 민영화 논란과 파업)도 예고돼 있으니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으나 일절 만나주지 않았다"고 했다.

김 정책실장은 이어 "6월 20일 철도발전산업위원회가 열리기 며칠 전에야 차관이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연락이 왔지만, 명분쌓기용으로 보여 응하지 않았다"며 국토부 차원의 대화 시도가 전무하다시피 했음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 장관은 "노조위원장을 만날 환경이 아니었다"고 말해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신 위원장은 "큰일이 있고 요청이 있으면 주무부처 장관이 100번이라도 만나야 하는 것 아니었느냐"며 "장관이 노조를 만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여야와 노사정은 오후 4시 20분께 정회를 하고 위원장실에서 중재를 위한 협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일단 철도노조 파업의 중재를 위한 양당 간사 간 협의를 진행키로 하고 산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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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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