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행진' 김태흠의 '피해자' 코스프레, 사과가 먼저다

[기자의 눈] 국회는 2년 전 직접 고용 전환 약속 지켜야

지난해 10월, 한 대학의 용역 시설 관리 노동자들을 취재하며 듣게 된 '막말' 하나를 소개한다. 당시 이 학교 시설관리 노동자 20명은 1년도 아닌 무려 3개월 단위로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서를 새로 쓰고 있었다. 관리자는 툭 하면 재계약을 거론하며 횡포를 부렸고, 이를 견디다 못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교섭을 요구했다.

취재 과정에서 이 업체 사장에게서 들은 얘기는 참으로 절망적이었다.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사장은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경영 철학인데 노동법이나 노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왜 필요한가요. 노동법은 한 번 들춰 본 적도 없어요"라고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도 그의 진심 어렸던 어투를 잊기 어렵다. 이 사장의 경영 철학이 누가 뭐래도 오로지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란 것이 너무나 잘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이는 단언컨대 '막말'이다. 자신이 '파리목숨'처럼 부리는 사람들을 그가 무한히 사랑한다손 치더라도, 이는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는 적어도 20명 이상을 고용한 사장이고, 그로써 발생하는 '노사관계'에 관한 법과 사회적 책임을 따를 의무가 있다. 아니 적어도 그것이 무엇인지 공부하는 것이 사용자의 '기본'이며, 이를 체화해 '입조심'을 해야 하는 것도 그가 갖췄어야 할 사업가로서의 필수 자질이다. '노조 필요 없음'의 취지가 어떠했든, 그는 비판받아 마땅했다.

▲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고개 숙인 국회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를 매서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툭하면 파업에 들어가면 어떻게 관리하겠느냐"라는 김 의원의 발언은 정부여당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합뉴스

취지를 왜곡했다고? 헌법을 왜곡 말라

지난달 26일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의 첫 번째 막말을 듣고, 10개월 전 취재했던 용역업체 사장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청소노동자들이 무기계약직이 되면 노동 3권이 보장된다. 툭 하면 파업할 텐데 어떻게 관리하려고 하느냐". (관련 기사 보기 : 김태흠 의원 한마디에 국회 청소노동자 '통곡')

아마도 진심으로 걱정돼 한 말이었을 것이다. 김 의원 측 해명대로, 다른 용역 노동자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국회 조직 방대화 문제, 정년 문제 등을 차분히 검토하자는 '취지'였던 것은 백번 양보해 알겠다. 좋은 취지로 자신의 고뇌를 꺼내놨는데 무려 '헌법 부정'이란 거센 공격을 받으니 '황당'했을 거란 점도 어쩐지 이해가 간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문제다. 자신의 발언이 어떤 점에서 문제인지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김 의원의 세포 하나하나에 오랜 시간 파고 들어갔을, 비뚤어진 또는 무(無)에 가까운 노사 관계 인식.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숙지하고, 그를 바탕으로 말과 행동을 가려해야하는 것이 '기본'인 국회의원이 '무기계약직이 되면 노동 3권이 보장된다'고 발언했다. 이는 결코 그냥 '실수'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제는 김 의원도 이해했겠지만, 무기계약직이건 비정규직이건 그 누구에게나 '노동 3권'은 보장된다. 무의식적으로 공개한 '비정규직은 노동 3권 없음' 인식은 김 의원이 어떻게 해명하더라도 '헌법 부정' 발언이다. 비판받아 마땅하며 사과해야 적절하다.

비판을 악플로 치환하는 뻔뻔함

5일 터져 나온 두 번째 '막말'은 더욱 충격적이다. 김 의원은 국회 운영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입장하며 "청소용역인지 뭔지 때문에 요즘 죽을 맛이다. 악플 댓글로 자살하는 연예인들의 심정을 알겠다"고 해 또 한 번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은 김 의원이 무의식적으로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 3권을 박탈한지 고작 열흘째 되던 날이었다. 청소 노동자들의 고용 계약 만료가 겨우 26일 남은 시점이기도 했다. 그런 때에 김 의원은 뜬금없이 자신을 '피해자'화하며 그간 쏟아진 비판을 '악플'로 간단히 치환해버렸다. (관련 기사 보기 : "김태흠 발언 논란 후, 올해도 계약해지 통보 받았다")

'무기계약직이 되면 노동 3권이 보장된다(=비정규직은 노동 3권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그 때문에 쏟아진 비판으로 '죽을 맛'이라고 우는소리까지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청소 노동자들은 아직도 김 의원의 사과를 기다리고 있다. 자신들을 툭 하면 파업이나 할 '떼쟁이'로 몰고 간 김 의원의 사과를 직접 고용 전환만큼이나 기다리고 있다.

사실 김 의원의 막말 행진은 단지 그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인간에 대한 사랑'만을 유일무이한 경영 가치로 내세웠던 용역 회사 사장처럼, 노동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 여전히 파업은 무조건 잘못된 것이며, 노동조합은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란 인식이 사회 저변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게 사실이다.

그 결과 '헌법 준수'를 선서한 국회의원마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누군가의 '노동 3권'을 말 한마디로 박탈하는 일이 생겼다. 이번 김태흠 의원의 막말 행진은 그런 면에서 어찌 보면 기회다. 국회의원마저 반노동 사고에 깊게 물들어 있는 데 대해 다른 의원들은 물론, 사회 전체가 어디서부터 꼬였는지를 촘촘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를 계기로 국회가 청소 노동자들에게 2년 전 했던 직접 고용 전환 약속을 꼭 지켜야 함은 물론이다. 물론 그 출발은 김 의원의 '진심 어린' 사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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