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이외수 작가가 천안함 사건을 놓고서 "소설"이라고 한 사실이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을 통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방송사 측에서 이를 잠재우고자 '통편집'하기로 한 것. 그러나 정치적인 이유로 프로그램 내용이 수정되는 것은 제작 자율성 침해라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MBC 권석 예능국 부장은 22일 이외수 작가 촬영분 편집 방침에 대해 "프로그램 의도와는 관계없는 방향으로 논란이 계속 커지니까 고심 끝에 결정한 것"이라며 "유가족이나 전사자의 상처를 다시 건드리는 것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이외수 작가가 지난 16일 자신의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에 <진짜 사나이> 강연 사실을 올린 데서 시작됐다. 이후 해당 게시물을 본 하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이 작가의 출연을 비난하고 방송사 측에 방송 중지를 요청하는 기자 회견을 열었다. 하 의원은 "천안함 폭침을 '소설'로 규정하고 '내가 졌다'며 조롱하던 이외수가 강연을 하고 그것이 방송되다니…"라며 "이번 초청 강연을 주선한 측과 그것을 승인한 제2함대 사령부 측에 모두 깊은 반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앞서 지난 2010년 천안함 사태 당시 SNS에 "천안함 사태를 보면서 한국에는 소설쓰기에 발군의 기량을 가진 분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지금까지 30년 넘게 소설을 써서 밥 먹고 살았지만 작금의 사태에 대해서는 딱 한 마디밖에 할 수가 없다. 졌다"라며 조사 과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하 의원은 기자 회견 이후에도 자신의 SNS에 "강연을 들은 장병들이 불쌍하다"고 글을 올렸고, 이 작가는 "저는 그래도 병역을 필했다"라고 받아쳤다.
논란이 계속되자 국방부도 나섰다. 국방부는 21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의도치 않게 논란이 야기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천안함 전사자 및 유가족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외수 씨의 강연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국방부 실무자들은 이외수 씨의 과거 천안함 폭침 관련 트위터 등을 꼼꼼히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는 이외수 씨의 최근 개인사 논란 등을 이유로 MBC 측에 강사 교체를 요구했다"며 "이에 MBC 측에서는 특별히 문제되지 않을 것이고 다른 인물을 섭외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답변을 해 왔다"며 MBC 측에 책임이 있음을 밝혔다.
MBC의 '통편집' 방침엔 하 의원을 비롯한 여당과 국방부의 문책성 발언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마디로 정치 권력이 프로그램 제작에 개입했다는 것.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권력의 핵심인 국회의원이 공식적으로 나서 프로그램 방영 중지를 요구하는 것은 프로그램 제작에 정치 권력이 직접적으로 개입한 것"이라며 "이는 언론에 대한 탄압이며 폭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출연자의 정치적 성향의 문제를 꼬투리 잡아 프로그램 내용을 가위질하는 관행이 보도 영역을 넘어서 예능 부분까지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앞으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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