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가 2일부터 재개됐다. 막아서는 주민들의 얼굴은 여전히 강경했다. 목에 쇠사슬을 묶고 길을 막는가 하면, 찬 새벽에 산 속에서 노숙을 하기도 하고, 경운기와 트랙터로 공사장 입구를 막은 채 움막 안에 무덤을 파 놓고 버티기도 했다. 곳곳에 자살을 암시하는 밧줄이 내려와 있었다. 상동면의 경우 감 수확철이었지만 한 해 농사를 포기하고서라도 공사를 막아내겠다는 노인들이 산 깊은 공사장에 지팡이를 짚고 나타났다. 수시로 일어나는 마찰에 고령의 주민들이 실신하거나 부상당하는 일이 속출했다.
이토록 처절한 반대는 이들의 존재의 문제와 연결돼 있었다. "우리가 늙고 시골에서 농사나 짓는다고 무시하는 것 아니냐", "우리는 국민이 아니냐"는 말이 이들의 처절한 싸움을 설명했다. 다수를 위해 희생을 감당하라는 국가의 시대착오적 논리 앞에서, 그 논리와 절차가 부당함을 증명하지 않으면 보상금 몇 푼 더 받고 싶어 안달난 사람이 돼 버릴 상황에서 이들의 싸움은 더 절박했다. 그들이 보호받아야 할 국민인지 다수를 위해 희생되어도 좋을 국민인지를 확인하려는 몸부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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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9번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주민들이 몸에 쇠사슬을 감고 길을 막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그러나 밀양은 고립돼 있었다. 올 겨울 전력난을 우려하는 보도가 잇따르고 오랜 싸움에 여론도 식을대로 식은 상태. 한전과 밀양시청은 어느 때보다 집요하게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나이 든 주민들은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고 있었다. 후보시절 다 해결해 줄 것처럼 말하고 떠난 '거짓말 대통령'에 대한 체념 혹은 노골적인 배신감이 증명하듯 밀양 주민의 삶은 국가의 관심 영역에서 벗어나 있었다.
현재 밀양은 국가와 국민 사이의 전쟁 상태에 있다. 국가의 지배 논리, 원전의 논리가 주민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국가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전쟁에 임한 밀양 주민들의 절박하고 결연한 얼굴들을 사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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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6번 공사 현장. 주민들은 산꼭대기에서 노숙하며 공사 재개를 반대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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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9번 현장. 2일 오전 주민의 반대를 봉쇄하고 공사가 강행됐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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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공구 현장. 헬리콥터가 공사현장에 자재를 나르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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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밧줄로 목을 맨 문정선 밀양시의원.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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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핵 희망버스' 참가자가 시위 도중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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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6번 공사 현장에서 한 노인이 힘겹게 경찰과 맞서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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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7번 공사 현장. 주민들이 움막을 치고 현장을 지킨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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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7번 현장의 움막. 공권력 투입에 대비해 파 놓은 이 구덩이를 주민들은 '무덤'이라고 불렀다. 이곳에서 끝까지 싸우다 죽겠다는 뜻이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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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9번 현장. 상동면 고정리의 고답마을, 고정마을, 모정마을과 도곡리의 도곡마을 등 4개 마을 주민들이 공사 반대를 위해 올라와 있다. 이 곳에서 밤을 새우지만 천막이나 이불 등의 반입을 경찰이 막고 있다. 상동면은 상동반시로 유명한 감 산지다. 지금 한창 수확철이지만 공사 재개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다. 주민들은 한전이 이 점을 노렸다고 말한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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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9번 현장은 걸어서 한시간 가량 산길을 올라가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언론 노출이 거의 되지 않은 곳이다. 한 주민이 두개의 지팡이를 짚고 공사장에서 내려오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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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7번 현장의 움막. 태극기가 걸려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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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 상황은 좋지 못하다. 올 겨울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갈등이 조속히 봉합되고 송전탑 건설이 시급히 마무리돼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방송사의 입장이다. 이러한 고립 상태에서 밀양 주민의 싸움은 힘겹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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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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