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민심, '네이버'와 '다음'이 정반대… 왜?

[편집국에서] 채동욱 총장이 틀렸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단골로 등장하는 기사가 있다. '추석 민심 탐방.' 추석은 민심을 읽기에 좋은 시즌이기도 하다. 전국 곳곳에 흩어져 사는 일가친척들, 혹은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이니 다양한 화제와 의견들이 모이고 때로는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직접 추석 민심을 청취하는데 한계가 있다. 만나는 사람들이 한정적이니까.

그래서 지역구에 내려가 민심을 청취하는 국회의원들이 전하는 말을 종합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국회의원들이 만나는 사람들의 범위가 훨씬 넓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추석 전 여론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다. 진척이 없던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 회담이 추석 직전 성사된 배경에는 이런 정치적 배경도 있었으리라 본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아쉽게도 '3자 회담'에 대한 민심은 읽을 수 없었다. 주변에서 아무도 3자 회담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럴 때 민심을 읽을 수 있는 조금 나은 방법이 있다. 인터넷 사이트 댓글이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신문이 생겨나고 각종 게시판과 커뮤니티 사이트, 블로그 등 인터넷 공간에 '논객'들이 활보하면서 댓글은 복잡한 여론조사 없이도 순발력 있게 여론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었다.

다만 댓글을 통해 여론을 읽어내기에 개별 언론사 홈페이지 댓글은 표본의 양이 부족해 아쉽다. '끼리끼리' 모여 있는 페이스북 같은 SNS는 편향적인 여론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주로 참고하는 것이 포털 사이트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포털 사이트 메인에 걸린 기사는 댓글만 수백, 수천 개에 이르고, 요즘은 '추천', '호감'과 같은 평가 방식도 있어서 '추천순', '호감순'으로 댓글을 훑어보면 대강의 여론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댓글은 더 이상 여론 참고서가 되지 않는다. 한 예를 보자. '3자 회담' 후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민주주의 위기 아니라 민주주의 과잉"이라며 야당을 공격한 말이 기사화됐다. 여러 언론사의 기사 중 <뉴시스>의 기사가 17일 포털 사이트 다음(daum.net)과 네이버(naver.com)에 각각 올라왔다.

다음에는 19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3278개의 댓글이, 네이버에는 199개의 댓글이 달렸다. 다음에는 메인에, 네이버에는 서브 메인에 걸렸고, 노출 시간에도 차이가 있었기에 댓글 수 자체는 다음이 많았다. 흥미로운 점은 다음과 네이버의 댓글 성향이 정 반대라는 점이다.

네이버에서 가장 많은 '호감'을 받은 댓글은 "대통령에게 온갖 동물 갖다 대고 욕해도 안 잡아가는 나라다…민주주의 타령 하려면 북에 넘어가서 하던가"라는 내용의 댓글이었다. 이어 "야당 뜻을 다 관철해줘야지 민주주의냐…"라는 내용이, "이 나라는 민주주의가 너무 과해서 문제지…"라는 내용의 댓글에 호감이 많았다.

반면 다음에서는 "도대체 얘들 머릿속엔 뭐가 들어있을까…한 번 쪼개보고 싶어"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고, 그 다음은 "유신독재주의가 과잉이지…"라는 댓글이, 그 다음은 "야당지지 좌빨종북, 정책반대 좌빨종북…"이라는 댓글이, 그 다음은 "민주주의 과잉이니 독재로 돌아가자는…"이라는 댓글이 추천을 많이 받았다.

▲ 다음 댓글(추천순)
▲ 네이버 댓글(호감순)

정량적으로 분석해보지는 않았지만 최근 네이버와 다음의 댓글 여론 흐름을 보면 네이버는 다소 보수 쪽이, 다음은 진보 쪽이 강세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네이버와 다음에 나타나는 여론의 방향이 다르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정확한 여론을 읽기 어렵다는 것.

그런데 이렇게 네이버와 다음은 여론의 방향이 다른 원인이 뭘까? 다음은 진보적인 시민들이 더 많이 이용하고, 네이버는 보수적인 시민들이 더 많이 보는가?

사실 인터넷 댓글 '알바'들이 어제 오늘 사이에 생겨난 건 아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될 때 보수 세력은 뒤늦게 '인터넷의 힘'을 깨닫게 됐고, 이후 인터넷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단지 정치 영역에서만 '알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떤 국책사업에 대한 여론을 조사할 때는 해당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의 직원들이 대거 동원돼 인터넷 여론조사 찬성률이 80%가 넘었던 적이 있고, 모 재벌기업도 총수를 보호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열심히 댓글을 달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이미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가 횡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알바'들을 색출해내 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고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돈을 받고 댓글을 달지언정 대한민국은 언론의 자유가 있는 곳이니까. 또한 여론이 알바들에게 휘둘릴 만큼 대한민국이 미성숙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고 봤다.

그런데 순진한 생각이었다. 국가의 최고 정보기관이 나서서 조직적으로 댓글 공작을 펴고 있었다. 이 사건을 접하고 처음 든 생각은 "아 창피해. 국가정보원 수준이 저 정도라니"라는 즉자적 반응이었다. 지금은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판단이 생겼다. 댓글 여론 자체를 믿을 수 없게 된 현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다음의 댓글 차이가 나는 것. 혹시 국정원이 네이버를 주 표적으로 삼는 건 아닐까?'라는 의심이 생겼다. 사람들은 이제 자기 의견과 다른 댓글을 보면 "당신 국정원 직원 아니냐"를 의심하게 됐다. 신뢰를 무너뜨렸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다. 소통은 막힌다.

이런 면에서 채동욱 검찰총장이 틀렸다. 국정원이 저지른 일이 단순 선거법 위반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 분열을 획책한 국정원을 무슨 죄로 다스려야 할까? 형법 공부를 좀 더 해봐야겠다.

사족: 한 가지 떠오르는 건 있다. 국정원의 댓글 공작은 업무 방해다. '뽐뿌'와 '오늘의 유머' 등 국정원의 공작이 개입된 것으로 확인된 인터넷 사이트 운영 업체들은 응당 국정원을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부당한 개입으로 사이트의 신뢰도를 떨어뜨리지 않았는가. 포털 사이트도 언론사 사이트도 물론이다. 국정원 개입의 증거를 찾아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기자들도 항의해야 한다. 국정원 때문에 일하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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