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세슘 생선', 과연 괴담인가?

[하승수의 생태기행] "허술한 한국 식품방사능 관리체계"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이 첫 조합원 대상 서비스로 6월 28일 뉴스 큐레이팅 서비스 <주간 프레시안 뷰> 준비호 1호를 냈다. 지난 2일로 준비호 6호를 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정치, 경제, 국제, 생태, 한반도 등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뽑은 뉴스다.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흐름으로서의 뉴스', '지식으로서의 뉴스'를 추구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 발행되는 조합원에게 무료로 제공되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유료인 콘텐츠다. <주간 프레시안 뷰>를 보고자 하는 독자는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7월 한달 동안 준비 기간을 거쳐 8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용이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지난 2일 발행된 <주간 프레시안 뷰>에 실린 글의 일부를 게재한다. <편집자>


무더위가 심해집니다. 여름이 되니 몇 가지가 생각이 납니다. 우선 제주도가 생각납니다. 많은 사람이 가고 싶어 하는 섬, 제주에서는 요즘 강정평화대행진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제주도 남쪽 강정마을에서 출발해 동쪽과 서쪽으로 나누어 제주도를 반 바퀴 도는 행진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가장 무더울 때에 진행됩니다. 월요일(7월 28일)에 출발해서 행진한 후에 일요일(8월 4일) 강정마을의 평화를 위한 '인간 띠 잇기'를 마지막으로 마치는 일정입니다.

천주교 제주교구장이시고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을 맡고 계신 강우일 주교님도 2일 함께 하신답니다. 그리고 <살바도르>, <JFK>, <플래툰>, <킬러>, <닉슨>, <월 스트리트> 등의 영화를 감독한 올리버 스톤 감독이 3일 제주를 방문해서 저녁에 제주시 탑동 광장에서 열리는 문화제에서 직접 발언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강우일 주교 평화대행진 참여... "강정에 평화를")

강정 해군기지는 기지의 필요성, 부지 선정의 적정성, 절차의 민주성 등과 관련해서 무수히 많은 문제점이 있는 사업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제주대 법학부/로스쿨 교수로 근무했었는데, 2007년 4월에 강정해군기지 문제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 과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2007년 4월 26일 당시의 강정마을 이장과 마을주민 몇몇이 모여서 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때까지 강정은 해군기지 후보지로 거론이 안 되던 마을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식으로 일이 추진된 것입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김태환 당시 제주도지사와 해군 측이 물밑에서 마을이장 등과 접촉을 했던 모양입니다.

문제는 마을주민들 전체에게 제대로 공지를 해서 총회를 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몇몇이 모여서 결정을 했던 것입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마을주민들이 마을 규약(향약)을 갖고 제주대의 제 연구실로 찾아왔습니다. 마을 규약을 보니, 마을총회를 하기 위해서는 미리 안건공지를 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은 이런 일을 저지른 마을 이장을 해임하고, 자체적인 주민투표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압도적인 다수 주민들이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제주도와 해군은 이런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사업을 밀어붙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강정마을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이 땅에서 민주주의란 단어는 여전히 '장식품'인 경우가 많습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강정마을에서 있었던 비민주적인 일은 무관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민주주의의 뿌리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민주주의가 통하지 않는 영역은 무수히 많습니다. 에너지/전력분야도 대표적인 영역입니다. 정부가 국민들을 속이고, 국민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해 왔습니다. 그 뒤에는 물론 산업계의 이권이 걸려있습니다.

요즘에는 여름이 되면 빼놓을 수 없는 얘기가 '전력난'입니다. 특히 원전 10기가 부품공급비리, 정비 등의 이유로 가동중단이 되면서, 정부는 '전력 대란'이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물론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전력난 때문에 발전소를 빨리 지어야 하고, 송전선도 빨리 건설해야 하는 것처럼 얘기합니다. 어떻게 보면 전력난을 핑계로 자신들이 추진하다가 차질이 생긴 일들을 해결하려 하는 것입니다.

원전이 멈춘다고 해서 당장 국가가 무너질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명백한 과장입니다. 원전이 많이 멈춘 지난 6월에 우리나라는 수요관리 정책을 강화하고 가스발전 등의 가동률을 높여서 전력난이 없도록 해결했습니다. 가스발전소는 발전단가가 비싸다는 이유로 평소에 가동률이 낮은데, 그 가동률을 높이면 당장 원전이 멈춰서 생긴 전력 공백을 메꿀 수 있는 것입니다. <한겨레>가 이 부분을 잘 짚은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원전 10기 멈췄지만 전력대란 없어…증설정책 바꿀 때 됐다)

이처럼 거짓이나 왜곡된 얘기를 하는 정부, 그리고 그것을 받아쓰는 언론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돌아오는 얘기 중의 하나가 '괴담'이라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정부와 언론이 일본 후쿠시마에서 유출되고 있는 방사능에 대한 우려를 '방사능 괴담'으로 몰아붙였습니다.

▲캘리포니아 해역에서 잡힌 참다랑어들이 후쿠시마 방사능에 오염됐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AP=연합

최근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오염수나 수증기가 유출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자, 인터넷이나 SNS에서는 방사능에 대한 우려가 확산했습니다. 일본산 수산물에서 검출되는 방사능 물질에 대한 얘기도 많이 퍼졌습니다. 그 내용 중에 일부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있다고 하지만, 이런 우려가 나오는 것을 당연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괴담'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정당하지 못합니다. 우려의 근원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상당히 많은 방사능이 유출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바다로 흘러들어 간 방사능 물질이 어패류의 몸속에 축적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것은 여러 차례 확인된 사실입니다.

나아가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있는 일본산 수산물에서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농림수산검역본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2년에만 일본에서 수입된 냉장 명태에서 34회, 냉동 고등어에서 37회, 냉동 대구에서 9회나 세슘이 검출됐습니다.

또한 검사방법에 대해서도 미흡한 점들이 지적됐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세슘과 요오드 이외에도 스트론튬이나 플루토늄 같은 방사능 물질도 많이 유출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세슘과 요오드만 지표 핵종으로 검사하고 있을 뿐입니다. 스트론튬이나 플루토늄을 검사하기 위한 장비도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본에 비오염증명서를 요구해서 해결하면 된다"는 식입니다. 자체적으로 검사를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예전에 제가 <한겨레21>에 썼던 글에서 자세하게 정리를 해 두었습니다. 한번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나는 오늘도 세슘생선을 먹었다)

특히 명태, 고등어처럼 한국인들이 많이 먹는 수산물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일본산 수산물을 먹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시장에 가서 상인들에게 물어봐도 '일본산'은 갖다 놓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일본산'이 아니라 '러시아산'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일본산 수산물은 계속 수입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이 수산물들을 먹고 있을까요?

비교적 최근인 6월 26일 방송된 문화방송(MBC) <불만제로>에서 이 문제를 추적했습니다. 일본산 수입수산물의 불투명한 유통경로에 대해 자세하게 보도를 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가 먹는 '간고등어' 중에 일본에서 수입된 냉동고등어가 많다는 것입니다. 또 우리가 먹는 명태 중에 90% 이상이 일본에서 수입된 것이라는 겁니다. 일본산 수산물들은 일단 수입이 된 다음에 국산이나 러시아산으로 둔갑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이것이 '일본산'인지도 모르고 먹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식품방사능 관리체계는 허술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부모나 교사 중에 걱정을 많이 하시는 분들도 만납니다. 어린이집, 학교에서 제공되는 식단 중에 명태나 고등어가 빠졌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듣습니다. 급식에 사용되는 음식재료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철저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듣습니다.

이분들이 모두 괴담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방사능이 유출된 것이 사실이고, 그 방사능이 수산물에서 검출된다면 이런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런 걱정을 괴담으로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최대한의 대책을 세우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입니다. 방사능에 취약한 유아나 어린이들이 집단급식 등을 통해 내부 피폭을 당하지 않도록 엄격한 검사체계를 갖추는 것입니다.

지난 8월 1일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여성환경연대, 한국YWCA연합회, 녹색당, 핵 없는 세상이 공동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는 일본산 수입수산물에 대해 철저한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아마도 방사능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계속 커질 것입니다. (☞ 일본산 수산물 수입중단 촉구 기자회견문)

마지막으로 누가 괴담을 얘기하는지와 관련된 하나의 논쟁을 소개합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인한 피해규모는 얘기하는 주체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4000명이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이 정도 규모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뉴욕과학아카데미(New York Academy of Sciences)는 2009년에 98만 5000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요? 최소한 과학자집단의 얘기를 '괴담'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합니다.

저선량 피폭으로 불리는 방사선 피폭의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사전예방의 원칙'에 따라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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