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쥐 포스터' 재판, 표현의 자유 척도"

"공용물건 훼손은 인정, 사회적 관용 높여야"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창동 영화감독이 G20 기간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대학강사 박모 씨 등의 사건에 대해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척도가 될 것"이라며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이 감독은 탄원서에서 "박 씨 등이 그래피티 작업을 해 공용물건 훼손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음이 인정되지만, 이는 사회적으로 관용되는 예술의 범위를 확장해 표현의 자유를 높이고 우리 사회를 더욱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이들의 행위는 국민들에게 풍자적인 웃음과 해학을 제공해 줬을 뿐 어느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박 씨 등은 미리 도안한 쥐 그림을 포스터에 댄 뒤 검정색 스프레이를 뿌리는 방식으로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렸다.
이 감독은 "그래피티는 이미 세계적으로 수십년 전부터 새로운 예술장르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생성된 역사적·사회적 배경과 매체의 특성상 일정한 도발성과 기존 권력에 대한 풍자와 비판,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 그려진다는 위법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이어 "이들의 표현물에 무거운 형벌이 가해지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성숙도,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바탕으로 한 예술적 창의성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깊이 헤아려달라"고 요청했다.

박 씨 등은 지난해 10월 31일 새벽, 서울 종로와 을지로, 남대문 등 도심 22곳에 설치된 G20 홍보포스터 22개에 쥐 그림을 그려 공용물 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13일 열리고, 이 감독에 이어 박찬욱, 봉준호, 정윤철 감독 등도 탄원서 제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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