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그림' 알레르기…검찰, 대학강사 기소 예정

'표현의 자유'에 끝내 칼 빼드나…'기소권 남용' 논란 일 듯

검찰이 지난해 11월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린 대학강사 등을 빠르면 이번주 내 기소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19일자 <경향신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안병익 부장검사)는 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 위에 이른바 '쥐 그라피티'를 그린 대학강사 박모(41) 씨를 공동물손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씨와 함께 그림을 그려넣은 대학생 박모(24) 씨 등 4~5명에 대해서는 범행의 경중을 가려 불구속 기소하거나 약식 기소, 또는 기소 유예키로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검찰의 기소 사유는 박 씨 등이 국가의 중요 행사인 G20 정상회의를 흠집내기 위해 치밀하게 범행을 사전 모의, 계획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박 씨 등은 사전에 모의한 뒤 G20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덧칠했고, 작업한 결과물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라며 "G20이라는 국가 중대 행사를 폄훼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박 씨 등은 G20 정상회의 전인 지난해 10월 31일 서울 을지로 시내 가판대에 부착된 G20 홍보 포스터 12장에 '쥐 그림'을 덧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그림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자, 경찰은 이들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해 결국 기각되는 등 톡톡히 망신을 치렀다. 그러나 이 '낙서' 사건에 급기야 검찰 공안부까지 나섰고, 경찰은 박 씨 등에 대한 소환조사에서 그림을 그리게 한 '배후 세력'을 끈질기게 추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해 10월 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 위에 박 씨 등이 그린 '쥐 그라피티'. ⓒ프레시안

애초 G20 정상회의 당시 이 사건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터라, 검찰이 예정대로 박 씨 등을 기소할 경우 논란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경미한 사안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배당한 것에 이어, 기소까지 할 경우 '기소권 남용'이란 비판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낙서 하나로 '공안 사범'이 된 박 씨 역시 지난해 11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G20의 'G'와 '쥐'의 발음이 같아서 쥐 그림을 그린 것 뿐"이라며 "이 정도의 유머도 이해 못하느냐"라고 검·경을 꼬집은 바 있다.

선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