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어 축제 취소, 1000억 이상 피해
강원도 화천군은 11일 집행위원회를 열어 15일로 한 차례 연기됐던 산천어 축제를 아예 취소하기로 했다. 당초 1주일 연기했던 축제는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을 붙였으나, 연기 후에도 2건의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하는 등 구제역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특히 주변과 완전 차단된 고급 청정 한우 농가인 삼일리 대성목장 한우 16마리가 구제역 양성판정을 받으면서 축제 취소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축제 개최 기간과 후에 구제역이 발생하면 그 책임이 축제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화천군은 더불어 산천어 방류까지 금지시켜 외지인이 몰려오는 요인 자체를 없앨 계획이다.
▲ 춘천시에서 화천군으로 진입하는 도로에 축제개최를 반대하는 축산농가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
그러나 지역 상인들은 울상이다. 화천군에는 "지역경제 파탄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화천군이 축제 준비에 들인 비용만 37억 원 가량이고 87톤의 산천어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축제 예매 환불 비용도 다 부담해야 할 판이다.
화천 산천어 축제는 매년 100만 명이 찾던 겨울철 대표 축제로 이번 축제 취소로 인한 직접적 경제 피해액만 533억 원에 이르고, 간접효과까지 더할 경우 1164억 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구제역 지역 5일장 거의 폐쇄…"돈이 안 돈다"
지역 5일장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경기도 안성시가 11일 안성장, 일죽장, 죽산장 등 관내 5일장을 잠정 폐쇄키로 했고, 이에 앞서 이천, 여주, 양평 등도 민속 5일장을 잠정 폐쇄했다. 포천, 연천은 이미 지난 달 말 5일장을 폐쇄했다.
이뿐만 아니라 구제역이 강원 충청으로 확산되면서 충북 음성, 괴산도 5일장을 폐쇄키로 했으며 인근 진천군도 폐쇄를 검토 중이다. 관광 명소가 됐던 강원도 정선 5일장도 잇따라 취소하는 등 구제역이 걸린 지역의 5일장이 계속 폐쇄, 취소되고 있다. 강원도 춘천 정도만 연말 폐쇄했던 5일장을 재개장한 정도다.
이동 제한 조치가 내려지면서 식당과 상설시장 등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구제역이 최초 발생한 경북 안동의 시내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구제역이 인체에 무해하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이 설마 구제역을 옮길까 집 밖에 나오질 않으니 매상이 평소의 50% 이상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돈은 돌고 돌아 돈인데, 돌 돈도 없다"고 한 숨 쉬었다.
▲ 이미 지난 12월 중순 봉화군 봉화읍 재래시장에는 '5일장 임시 폐쇄'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다.ⓒ연합뉴스 |
'특별재난지역' 선포 요구도
대량 살처분 매장으로 인해 가축의 출하 시기를 놓치는 것은 물론 가축의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소비 심리가 위축돼 지역의 현금 흐름이 꽉 막히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충남 천안·보령·서산의 정육점 하루 평균 매출액이 150만 원인데, 구제역 발생 후 매출액이 40만 원 선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육점뿐만 아니라 식당들도 400만 원에 달하던 매출이 80만 원 선으로 곤두박질 쳤다. 관광객 등 외지인들의 발길까지 뜸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단골' 때문에 유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5일장까지 폐쇄되면 매출이 '제로'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는 도로를 폐쇄하는 것은 물론 시내버스 노선까지 단축 운행하고 있다. 강원, 경북 지역에서는 해맞이 행사가 취소돼 해안가 상인들이 이른바 '대목' 장사를 놓치기도 했다.
이에 가축전염예방법에 의한 축산 농가 지원 외에도 상인 등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송훈석 의원은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은 지역 축제가 취소되고 축산 농가는 가축의 살처분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구제역 발생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경제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원도 원주시의회도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경우 축산 농가 외에도 생계안전자금과 구호금이 긴급하게 지원되고 지방세 감면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
돼지, 한우값 인상 추세…우유도 심상치 않아
구제역에 의한 피해가 축산 농가와 지역 상권뿐만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에 큰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선은 축산물 가격 인상이 현실화 되고 있다. 양돈자조금관리위원회 홈페이지의 '오늘의 지육지세'에 표시돼 있던 '두수'는 1150만 마리가 넘었으나 12일에는 930만 마리까지 떨어졌다.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1월 평균 돈가를 4300~4400원을 예상했으나, 이미 5000원 선을 돌파했다. 특히 구제역이 발생한 수도권은 평균 돈가가 6000원대로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경남권(3000원 대)에 비해 4배 가량 가격 인상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우 역시 도축 물량이 감소하고 있고, 이동 제한 조치에 따라 지역간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면서 설 명절을 앞두고 가격이 요동칠 전망이다.
우유 값도 심상치 않다.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은 산지 원유 생산량이 이미 5~20% 정도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1~2월은 방학 기간이어서 생산 감소로 인한 영향이 적지만 3월에 개학을 하면 우유 수급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
"올 설에는 내려오지 말아라"…설 연휴 민심은?
피해 확산에 따른 정부 재정부담도 큰 골칫덩이다. 구제역이 40일 이상 지속되면서 살처분 매장된 가축 두수가 140만 마리를 넘어섰다. 이들에 대한 보상금 등에만 1조3000억 원이 투입되는데, 정부 입장에서는 1년간 천재지변에 대비해 써야 할 예비비를 한 달 사이에 절반 가까이를 써버린 셈이다.
관가에서는 구제역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추가 살처분 보상 비용과 백신 비용 등에 1조 원이 더 투입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국민경제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고비는 설 연휴가 될 전망이다. 설 연휴 전까지 구제역이 진정되지 않으면 명절 대이동으로 인해 구제역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구제역 확산을 우려해 명절 고향 방문 등을 취소하더라도 이는 지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힌다. 설구제역에 의한 축산 농가 피해 뿐만 아니라, 당장 집계되지 않는 경제적 피해가 상당하다. 설 민심이 심상치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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