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연석회의,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등이 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주최한 '안전한 G20? 위험해지는 인권' 토론회에 참석한 박진옥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인사업실장은 "현재 국제앰네스티 본부에서는 조사관을 한국으로 파견했고 G20과 관련해 인권 침해 실상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 따르면 라지브 나라얀(Rajiv Narayan) 동아시아 조사관은 한국에 파견돼 6일부터 G20 정상회의가 끝나는 날인 12일까지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한다. 6일엔 서울역에서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가 열리고, 다음날에도 같은 장소에서 전국노동자대회 본대회가 열린다.
나라얀 조사관은 집회 및 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과도한 폭력을 행사 등 인권침해 사례가 발견될 경우 즉각 언론에 문제점를 지적하고, 정부에도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또한 심각한 인권침해가 있을 경우 국제앰네스티 사무국 정책팀과 상의해 국제앰네스티 차원의 의견서를 내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 G20 시위를 대비해 경찰이 모의 진압 작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G20 정상회외를 앞두고 국제앰네스티 조사관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여러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미 한국 정부는 G20을 대비해 정상회의 반대 시위에 참여할 우려가 있는 해외 입국자들을 강제 출국시키고 있다. 검찰은 G20 홍보 포스터에 페인트로 쥐를 그렸다는 이유로 대학 시간 강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경찰은 6일부터 '갑호비상' 체제로 비상근무에 들어간다. 갑호비상은 가장 높은 수준의 비상령으로 행사 폐막 다음날인 13일까지 8일간 계속된다. 이 기간 동안 경찰은 코엑스 등 G20 행사장 주변에 사상 최대인 5만여 명의 경력을 동원, 철통같은 경비, 경호 태세를 갖출 예정이다.
김희진 국제앰네스티 사무국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1년에 한 번 한국을 방문하는 조사관이 G20 관련 모니터링을 위해 일부러 시기를 맞춰 이 시기에 한국을 방문했다"며 "조사관은 G20 기간 동안 집회 현장에 내내 나가 있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조사관이 이렇게 한국을 방문한 것은 국제앰네스티 사무국에서도 한국의 과도한 경찰력 운용을 문제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2년 전 촛불 집회 때부터 나온 보도자료, 성명서 등을 사무국에서는 예의주시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G20은 국가가 개인의 인권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사용"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활동가는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장 활동가는 "현행 집시법만으로도 교통소통방해우려, 폭력집회발생우려 등을 이유로 광범위하게 집회를 금지할 수 있음에도 G20 특별법은 통제단장이 필요하다는 판단만으로도 모든 집회를 금지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표적인 예가 경호안전 특별법일 뿐, 이것 말고도 G20으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곳곳에서 인권 침해를 겪고 있다"며 "G20은 국가가 개인의 인권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외국인 204명의 입국을 금지했다고 밝혔고, 경찰은 이미 입국한 외국인 100여 명을 집중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지난 10월부터 국내 4개 공항에서 전신검색장비를 운영하고 있다. '알몸 투시기'라 불리는 전신검색장비는 G20에 따른 테러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설치됐다.
장 활동가는 "국가가 인권을 제한하는 가장 대표적인 논리가 공공의 이익"이라며 "특히 G20과 같은 국가적 행사는 기본권 제한의 좋은 명분이 되기 싶다"고 설명했다. 장 활동가는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G20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라며 "범죄와 테러가 늘어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국가는 적극적 치안의 행위자임을 자임하며 인권을 제한하는 감시 기술을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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