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노무현 비서실장 수락한 것 가장 후회돼"

"단일화 논의, 이젠 투명하게 다 밝혀야"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20일 야권 단일화 후보 선정 작업이 난항을 겪는 데 대해 "안 후보 측에서 누가 보더라도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식을 주장하고 있어 타결이 안 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63시티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누가 봐도 '양쪽이 한발씩 물러서서 객관적인 방안을 마련했구나'하는,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후보 측에서 단일화 룰로 여론조사와 아울러 민주통합당, 안 후보 지지자를 통한 공론조사를 제시한 데 대한 반응이다.

그는 "안 후보 측에서 여론조사와 공론조사 방식을 제의해왔다"며 "어떤 방식이 어떤 후보에게 유리한지, 그런 방식으로 정하면 국민들 실망한다. 객관적인 방안을 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같은 내용의 논의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데 대해 "협의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는데, 약속을 안 후보께서 깨고 언론에 알렸다"며 유감의 뜻을 표했다. 그러면서 "(단일화 최종 합의가) 불과 2,3일 남은 긴박한 상황이므로 국민들이 오해가 없도록 논의과정을 밀실이 아니라 투명하게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이어 "다 아시는 바와 같이 민주통합당의 인적 쇄신을 새정치공동선언의 조건으로 넣었다. 민주당은 고뇌 끝에 그 분들이 정말로 크게 결단 내리고 희생을 했다"며 "그런데 (안 후보가) 우리가 요구했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겠느냐"며 토로했다.

문 후보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에도 후보등록일 전 단일화를 마무리 짓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후보등록 전까지 협상이 끝나지 않으면, 이후에도 협상을 진행할 것이냐'는 질문에 "등록일 이후 단일화를 하면 투표 용지에 이름이 다 나와서 많은 사표가 생긴다. 바람직한 방식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24일 밤까지 후보 결정되려면 시간이 없다. 오늘 중에라도 하루 온종일 협상해서라도 타결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한 명을 가진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하는 데 대해 사실상 정당정치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사실 제가 원했던 것은 국민 경선이었지만 (시간상)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상황에서 단일화 협상방식에 의한 여론조사와 공론조사를 우리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의 당 동지들이 다 동의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어 '정당 정치'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새로운 정치라는 것도 결국은 정당을 통해서 정당의 혁신과 정당 민주주의를 통해서 저는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이 촛불집회를 할 것이 아니라 정당으로 의사표현 모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을 단일화 이후에도 (안 후보를) 설득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비서실장한 것 후회… 가정이 정치보다 중요"

문 후보는 이 자리에서 "참여정부 때와는 전혀 다르다"며 참여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는 "그 당시에 경제민주화를 주장할 수 있었나. 또 '화합'이라고 하면 빨갱이소리를 들었다"며 "2002년엔 정치적 민주주의가 시대적 과제였지만 사회경제적 민주화에선 부족했고, 그 반성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확정 후 라이벌이었던 미트 롬니가 '초당적 지지'를 선언한 점을 들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당선이 되어도 지지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참여정부 때 겪은 것이 적대적인 대결정치"라며 "상대를 성공 못하게 하는 정치문화를 바꿔야 한다. 그것이 제가 정치에 나선 이유"라고 흔쾌히 수용할 뜻을 밝혔다.

그는 "새정치공동선언에서도 야당과 함께 협의회 만들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며 "왜 야당에는 국방 등 정보 제공하지 않나. 그럼(야당에 정보를 제공하면) 대화도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계 안팎에서 논의되는 '개헌론'에 대해선 "접근하기 너무 어려운 문제"라며 "정권 초기 블랙홀이 돼 다른 개혁과제 추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국민들 사이에 공감대가 있는 4년 중임제라든지 부통령제 등은 아예 선거과정에서 공약을 내걸고 지지받으면 정권 초기부터 바로 추진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후보는 개인의 인생관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가장 후회스러운 일 한 가지를 꼽으라'는 질문에 그는 잠시 주저하더니 "참여정부 비서실장직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잘 했던 일로는 "사법연수원 수료한 이후에 부산 내려가서 서민들을 돕는 변호사 일 선택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문 후보에게 가정이 무엇이냐'는 질문엔 "정치보다도 중요하다"며 "저희 가정은 꼭 지키고 싶다. 정치에 나서면서 혼자 어려움을 극복하는 건 감당할 수 있는데 가족들까지 노출이 되고 공격의 대상이 되는 건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편 문 후보는 이날 토론회 이외에 외부 일정을 자제한 채 단일화에 대비키로 했다. 또 21일로 예정된 안 후보와의 TV토론회를 대비해 각종 정책들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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