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통신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그로시 사무총장은 26일 후쿠시마 제1원전을 시찰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원전 오염수의 해양방류에 대해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국제 관행에 부합한다"면서 "해양방류는 전 세계 원전에서 비상사태가 아닐 때도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계속 생기는 오염수를 정화처리한 뒤 해양(태평양)으로 흘려보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킨 원자로 내의 용융된 핵연료를 식히는 순환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돼 섞이면서 오염수가 늘고 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는 일평균 약 170t씩 증가하는 오염수가 118만t가량 저장돼 있고, 도쿄전력은 올해 말까지 20만t 규모의 저장 탱크를 증설해 총 저장용량을 137만t 수준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이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2022년 여름이 되면 증설분을 포함한 저장탱크가 꽉 차는 상황이 된다며 오염수 처분 방안을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불리는 장치를 이용해 이 오염수에서 기술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트리튬(삼중수소)을 제외한 나머지 방사성 물질(62종)의 대부분을 없앴다는 물(ALPS 처리수)을 탱크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아직 시기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처리수'라고 부르는 이 물을 국제 기준에 맞게 오염농도를 낮춘 뒤 해양에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처분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해양방류에 대해 후쿠시마 주변 지역 어민들은 물론이고 한국 등 주변국들이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오염수 처분 방안으로 해양방출이 최선의 방안인지에 대해선 "(처분 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일본 정부"라며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과학에 근거한 실증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입장은 해양 방류 처리가 세계 각국의 다른 원전에서도 일상적으로 이뤄져 과학적으로 검증된 원전 배출수 처분 방법이라는 도쿄전력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하지만 해양배출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은 정상 원전에서 나오는 것과 노심용융 사고 현장에서 생긴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는 정화처리했다고 해도 똑같이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로시 사무총장은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ALPS 처리를 거쳐 보관되고 있는 오염수에 대해 "기술적으로 건전하게 처리돼 국제기준에도 부합하고 있다. 만족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또 일본 정부가 '처리수'를 실제 방출할 때 IAEA가 조언을 제공하거나 방사성 물질의 모니터링 등에서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IAEA가 오염수 처리 과정에 관여함으로써 국제적 기준에 따른 관리 체제로 방출되는 것을 담보하고 방출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세계에 알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해 7월 임기 중 사망한 일본 출신의 아마노 유키야 전 사무총장 뒤를 이어 작년 12월 취임했다.
IAEA 사무총장으로 처음 방일한 그는 방일 이틀째인 2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을 만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북한 핵 문제 등 현안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그로시 사무총장은 모테기 외무상을 만난 자리에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IAEA는 건설적인 역할을 다하고 싶다"며 "투명성 확보 등 (오염수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과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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