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 키워드는 '불평등'
2020.02.14 11:38:33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어르신 빈곤 문제'에 총력을 기울여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비롯해서 4관왕을 달성했다. 영화 기생충은 2019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후, 영국, 호주, 미국 등 전 세계 주요 영화제 수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기생충은 다분히 한국적인 소재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담고 있다. 세계인들이 공감한 보편성의 토대는 바로 불평등과 빈부격차였다.

불평등과 빈부격차, 최근 몇 년간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이슈다.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의 세계적인 흥행,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 트럼프의 당선, 영화 기생충의 흥행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의 총선 1호 공약 : 공공 와이파이 확대와 청년기초자산제

불평등과 빈부격차는 진보의 대표적인 아젠다이다. 얼마 전, 민주당과 정의당은 '총선 1호 공약'을 발표했다. 총선 1호 공약은 해당 정당이 2020년 총선에서 '가장 중시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민주당의 총선 1호 공약은 '공공 와이파이 확대'다. 자유한국당의 총선 1호 공약은 '공수처 폐지'다. 정의당의 총선 1호 공약은 '청년기초자산제'다. 자유한국당의 총선 1호 공약은 불평등과 완전히 무관한 의제다. 민주당 공약은 2022년까지 공공 와이파이를 전국적으로 5만 3000개로 확대하는 것이다. '청년기초자산제'는 만 20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3년에 걸쳐 1000만 원씩 총 3000만 원을 기초자산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불평등과 빈부격차 관점에서 볼 때, 민주당의 총선 1호 공약은 약간 민망한 수준이다. 공공 와이파이 확대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정책이 '1호 공약'의 격에 어울리는지 의문이다. 또한 정의당의 청년기초자산제 매년 15조 원이 드는 정책인데 투입되는 재정 대비 얼마나 효과가 지닐지 따져 봐야 한다.

'어르신 빈곤 문제'를 회피하는 진보 불평등 담론의 문제점

우리는 불평등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불평등은 자본-노동 불평등, 노동-노동 불평등, 노동-비(非)노동 불평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도 한국의 불평등 현실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노동-비(非)노동 불평등이다. 한국의 불평등은 '노동자조차도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불평등의 최하단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에서 불평등과 빈부격차 문제의 핵심 중 핵심은 '어르신 빈곤 문제'이다. 어르신 빈곤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는 진보의 불평등 담론이 있다면, 그것은 불평등 실태를 모르는 무지이거나, 엉뚱하게 알고 있는 거짓이거나, 알고도 외면하는 위선일 것이다.

불평등은 최상위층과 최하위층의 격차이다. 불평등은 최상위층에게 사회적 책임을 추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최하위층에 있는 사람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것이다. 그럼, 가장 중요한 질문은 도대체 '누가 빈곤자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표 1]은 세대별 빈곤율을 보여준다. 국가의 세금 및 복지정책이 개입하기 이전 단계를 '시장소득'이라 하고, 그 이후 단계를 '가처분소득'이라고 한다. 시장소득 기준 빈곤율은 20대가 10.3%이다. 반면, 60세 이상은 52.8%이고, 65세 이상은 61.7%이다. 가처분소득 기준 빈곤율은 20대가 9.2%이다. 60세 이상은 39.1%이고, 65세 이상은 46.9%이다.

[표 1]은 세대별 관점에서 볼 때, '누가 빈곤자인지' 명징하게 보여준다. 시장소득 기준으로 65세 이상(61.7%)은 20대(10.3%)보다 약 6배 정도 빈곤율이 높다.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65세 이상(46.9%)은 20대(9.2%)보다 약 5배 정도 빈곤율이 높다.

요컨대, 한국의 불평등은, 한국의 빈곤 문제는 '청년 문제'가 아니라 '어르신 문제'이다. 민주당이든, 정의당이든 청년의 자산형성은 중시 여기면서 어르신들 문제는 후순위로 미룬다면, 불평등과 빈부격차 문제를 주목한다고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혹자가 인정한 것처럼 '포퓰리즘'일 수는 있지만, '좋은' 포퓰리즘으로 볼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고려장(高麗葬) 사회 : 경제위기일수록 어르신들을 자살로 내몰았던

빈곤은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개념이다. 중위소득의 1/2은 빈곤이며, 중위소득의 1/4은 극빈층으로 간주한다. 일부에서 고령자들은 청년들에 비해 '자산'이 많기 때문에, 소득을 기준으로 파악하는 어르신 빈곤율은 과장된 것이며, 자산까지를 고려한 어르신들의 실제 빈곤율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청년 빈곤이 어르신 빈곤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자산은 개념상 소득의 역사적 집적(集積)이다. 그래서 고령자일수록 자산이 많은 게 일반적이며, 정상적이다. 소득과 자산을 동시에 고려한 연구에 의하면, 어르신 빈곤율이 '부분적으로' 완화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불평등에서, 자산을 고려해도 어르신 빈곤 문제의 심각성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그걸 보여주는 간접적인 지표가 '연령별 자살률의 변화'이다.


[표 2]는 연령별 자살률 변화이다. 1985년 대비 2005년의 연령별 자살률 변화와 1985년 대비 2015년 연령별 자살률 변화를 보여준다. 1985년 대비 2005년 연령별 자살률 변화는 20대의 경우 20%가 증가했다. 70대는 395% 증가하고, 80대는 무려 728% 증가했다. 1985년 대비 2015년 연령별 자살률 변화를 살펴보면, 20대는 13% 증가했다. 70대는 286% 증가하고, 80년대는 447% 증가했다.

[표 2]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한국의 자살률 증가는 '어르신 자살률'의 급증이 주요 원인이다. 놀라운 지점은 어르신 자살률이 증가했던 변곡점과 원인 부분이다. 결론부터 말해, 대한민국은 고려장(高麗葬)사회이다. 고려장(高麗葬) 사회라는 의미는 '경제가 어려울 때' 한국 사회는 어르신들을 자살로 내몰았다.


[그림 1]은 1985년~2015년 기간, 연령별 자살률 변화를 보여준다. 맨 밑바닥에 깔린 보라색은 15세 미만, 파란색은 15세~64세, 노란색은 65세 이상의 자살률 변화이다.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자살률을 보여주는 '노란색 그래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노란색 그래프가 '급증하는' 시기를 주목해야 한다. 노란색 그래프는 두 번에 걸쳐 급증한다. 최초 급증 시기는 1997년 11월 IMF 구제금융 이후부터 2005년경 즈음까지다. 두 번째 증가 시기는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다.

불평등 축소를 위해 진보는 '박근혜'보다 더 멀리 나가야

불평등과 빈부격차 축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한국의 불평등은 자본-노동 불평등, 노동-노동 불평등, 노동-비(非)노동 불평등의 3차원적 구조를 갖고 있다. 이 중에서 한국 진보는 그동안 '자본-노동 불평등'을 가장 중시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과 최저임금 1만 원 정책 등은 '노동-노동 불평등'을 주목한 정책들이다. 노동-노동 불평등을 주목하는 것은 진일보한 접근이며, 여전히 중요한 테마이다.

그러나, 한국적 현실에서 불평등을 줄이고자 한다면, 더더욱 주목해야 하는 것은 노동-비(非)노동 불평등이다. 우리는 '노동자조차도 되지 못하는' 비(非)노동을 시야에서 놓치면 안 된다. 노동-비(非)노동 불평등의 핵심 중 핵심은 '어르신 빈곤문제'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불평등과 빈부격차 축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그 힌트는 역설적이게도 [그림 1]에 있다. [그림 1]을 보면, 65세 이상 어르신 자살률을 보여주는 노란색 그래프가 두 번 급증한 이후, 두 번에 걸쳐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노란색 그래프는 2006년 이후 소폭으로 하락하고, 2012년 이후에는 대폭으로 하락한다. 2006년 이후와 2012년 이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왜 이 시기에 갑자기 '어르신 자살률'이 하락했던 것일까?

유력한 가능성 중 하나는 2007년 '기초노령연금법'의 제정과 2014년 '기초연금 20만 원' 인상이다. 한국의 복지국가 정책사에서, 기초노령연금 도입의 일등 공신은 누가 뭐라고 해도 과거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정당이다. 기초노령연금은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가 강하게 주장하고,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수용해서 만들어진 타협의 산물이다.

한국 진보는 '조직된 노동'을 핵심 지지층으로 한다. 민주노총, 한국노총이다. 노동 3권은 중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소득 수준으로 본다면, 대기업-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상위 10~20%에 해당한다. 상위 10%~20%여서 나쁘다는 주장을 하려는 게 아니라, '상위 소득'에 위치하기 때문에 약자 집단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일, 한국 진보가 '자본-노동 불평등'을 강조하는 것에 그친다면, 그것은 상위 20% 집단의 이해관계만 반영하는 것에 불과하다.

어르신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기초연금 인상'이다. 기초(노령_연금 도입과 인상 이후 어르신 자살률은 줄어들고, 한국의 불평등 증가율도 완만해졌다. 문재인 정부 역시 현행 20만 원 기초연금을 30만 원으로 인상을 공약했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어르신 빈곤율과 국민연금 제도의 본질적-구조적 한계를 감안할 때, 내가만드는복지국가의 주장처럼 기초연금을 50만 원 수준으로 인상하거나, 보충연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기초연금을 중심으로 다층형 연금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둘째, '어르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부에 비해 '어르신 공공근로 일자리'를 대폭 늘렸다. 바람직한 대응이다.

한국 불평등의 핵심은 '어르신 빈곤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0년간 한국의 진보정치 세력은 무엇을 주장했고, 무엇을 실천했는가? '공공 와이파이 확대'를 내건 민주당과 '만 20세 청년 3000만 원 지급'을 내건 정의당의 총선 1호 공약이 실현되면, 박근혜가 주장하고 실천했던 것보다 한국의 불평등 축소에 기여하게 될까? 한국 진보는 박근혜보다 더 과감하게, 더 멀리 나가야 하는 것 아닐까?

한국의 진보정치 세력은 스스로에게 자문해봐야 한다. 불평등과 빈부격차 축소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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