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에 대한 조언
2020.01.25 15:35:39
[기고] 청해부대 지휘 체계와 작전 범위 명확히 해야
1월 21일 정부와 군은 아덴만에서 활동하던 청해부대 활동영역을 페르시아만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해 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단독 활동 조건이지만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 정부가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충분한 검토와 의견교환 없이 성급하게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못내 아쉽다.

우리에게 필요한 원유의 70%이상이 페르시아만을 통해 수입된다. 그만큼 페르시아 만에서의 안전한 항행은 중요하다. 문제는 페르시아 만에서의 안전한 항행이 군사적인 방법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의 파병결정을 ‘지정학적 자살’이라고 까지 평가하기도 하는 것은 중동정세가 그리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의 파병 결정은 내려졌다. 지금와서 잘잘못을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것보다는 호르무즈 파병 결정이 오히려 우리의 발목을 옥죄지 않도록 늦게라도 대비해야 한다.  

대비책을 제시하기에 앞서 먼저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한 항행이 위협받는 것은 이란 때문이 아니다.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미국이 2015년 5월 합의된 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이란핵합의)을 2019년 5월에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지역 정세가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이 합의파기로 인한 상황 악화이기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의 안전한 항행은 미국의 주장처럼 군사적인 압박으로 보장되기 어렵다. 오히려 군사적인 압박은 이란의 반발을 초래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 미국이 항모전단을 보내고 우리가 병력을 파병한다고 해서 선박의 안전한 항행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면 될수록 선박의 자유항행원칙은 침해를 받을 수 밖에 없다.

페르시아만의 안전한 항행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고 있는 이란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리전략적인 특성상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에 의해서 완전하게 통제되고 있다. 아무리 강력한 미국의 군사력이라고 할지라도 이란이 누리고 있는 지리적인 이점을 극복하기 어렵다. 이란은 미국과의 긴장관계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자유항행원칙에 따라 선박의 통행을 허용했다. 페르시아 만에 군사적인 긴장이 고조되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항행 원칙을 준수해주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된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호르무즈해협과 페르시아만에 일정한 수준 이상의 군사력이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지역의 불안정은 고조되고 선박의 자유항행은 위협을 받게 된다. 지리전략적으로 이란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한 항행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따라서 우리 군이 호르무즈 지역에 파병되더라도 절대로 이란과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군사적 충돌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 지역에 독자 파병을 하기로 한 일본과 프랑스 등의 국가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할 필요도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청해부대는 미국이 주도하는 IMSC(국제해양안보구상·호르무즈 호위연합)에 참여하지 않고 단독 활동을 한다고 한다. 한편, 우리군 장교들이 IMSC와의 협조를 위해 파견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부와 군이 명심해야 할 것은 IMSC와의 협조가 사실상 미군의 지휘를 받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 청해부대 ⓒ해군


이런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군은 청해부대에 대한 지휘체계와 작전활동을 분명하게 정리해야한다. 무엇보다 지휘체계를 분명하게 수립해야 한다. IMSC에 파견되는 장교는 합참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IMSC와 청해부대가 직접 연락을 주고 받아서는 안된다. 청해부대는 작전활동의 경우 합참의 통제를 직접 받아야 한다. 이와함께 합참은 청해부대의 교전규칙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자위권적 조치의 범위도 엄격하게 설정해서 즉각적인 위협이 아니라면 합참의 통제를 받도록 해야 한다.

청해부대의 활동 범위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아덴만에서 주로 활동하되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 만 진입은 우리선박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경우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합참의 통제를 받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군은 청해부대의 활동지역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만일 활동지역의 확대가 전투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지역에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국회의 추가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란과 적대적인 관계가 되어서는 안된다. 만일 이란과 군사적인 충돌이 발생하면 수십년 동안 열사의 땅에서 고생해온 그 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IMSC에 연락장교를 파견하는 것과 동시에 이란과  우발적 군사적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조치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란 대사관에 임시무관을 파견해서 이란군과 대화채널을 유지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호르무즈 지역 상황의 미묘한 상황에 비추어 우리 정부와 군의 대비는 뭔가 '핀트'가 맞지 않는 듯하다. 정부와 군은  청해부대가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군사적인 대비를 자랑하기 보다, 우리가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에 말려들지 않도록 전략적 접근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한미동맹은 가장 중요하다. 동북아 안보상황의 특성 때문이다. 한미동맹이 중요하지만 우리 안보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에게 미국은 사실상 유일한 동맹국이지만, 미국은 전세계 수많은 국가와 우리와 같은 동맹을 맺고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을 벗어난 문제는 냉철한 손익계산이 필요하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국력이 강해졌지만 우리는 아직 그에 걸맞는 전략적 사고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 안보당국자들이 좀 더 깊이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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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ys123@pressian.com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