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호 "99개 투자협정 개정해야 제2론스타 막는다"
2020.01.13 14:28:28
13일 북콘서트 열어..."구글에 세금 매겨 4차 산업혁명 대응 필요"
신간 <남북 신통상>(한티재 펴냄)을 쓴 국제통상 전문가 송기호 변호사가 "제2의 론스타 사태를 막기 위해 한국이 체결한 국제 투자 협정 대부분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신간 출판을 기념해 13일 서울 정동프란치스코회관에서 가진 북콘서트에 출연해 "애초 론스타와 같은 서류 회사(paper company)는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SDS) 특혜 대상이 될 수 없"지만 "한국은 서류 회사의 '혜택 부인' 조항이 빠진 투자협정을 99개 맺어 론스타 사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라의 국회, 행정부, 법원을 통해 작동해야 할 민주주의가 다른 이유로 인해 흔들리는 것은 있어서 안 되는 일"이라며 "'제2의 론스타' 사태를 막기 위해 한국이 체결한 99개 투자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체결한 협정 99개에서 ISDS 폐지해야"

한미 FTA뿐만 아니라, 한국이 체결한 국제 투자 협정 대부분에서 ISDS 문제가 있다고 구체적인 숫자까지 적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송 변호사는 지난 2017년 제20차 아시아태평양인도동반자협정(RCEP) 협상 당시도 이 협정에서 ISDS 제도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오랜 기간 ISDS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으나, 그 부작용이 컸음이 확인되자 RCEP에서 ISDS 제도를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ISDS의 폐단은 한국의 FTA 체결 후 곧바로 확인됐다. 한국이 FTA에 포함된 ISDS로 인해 국제중재소로 끌려간 사건은 10건에 달한다. 국제적으로도 ISDS의 부작용이 확인되고 있다. 최근에는 콜롬비아 정부가 지난해 말 우버 서비스를 중단토록 했다가 우버로부터 ISDS 절차 위협을 받고 있다. 

ISDS를 FTA에서 퇴출하자는 움직임이 국제적으로 일어나는 배경이다. 인도를 포함한 여러 나라가 ISDS 조항이 들어간 투자보장협정(BIT)을 폐기하고 있고, ISDS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미국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시 캐나다와 ISDS를 폐지하고 멕시코와는 부분 허용하는 방침을 고려했다. 

▲ 송기호 변호사(오른쪽)가 신간 <남북 신통상> 출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를 1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었다. 같은 법무법인 노주희 변호사(왼쪽)와 책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다. ⓒ프레시안(이대희)


"2차 미중 분쟁 발생할 것"

송 변호사는 한편 현재 한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미-중 무역분쟁이 조만간 보조금 분야에서 재발하리라고 보고, 한국이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년 가까이 끌어온 두 나라의 대결은 13일부터 1차 무역합의 서명절차에 돌입, 사실상 분쟁이 마무리되는 국면이다. 

하지만 중국 시장 개방 문제와 보조금 문제에서 미중 두 나라의 견해차는 전혀 좁혀지지 못했다. 특히 보조금 분야는 기업 자유를 강조하는 미국이 건드리기 가장 쉬운 중국의 '아킬레스 건'이다. 

송 변호사는 미중 두 나라 갈등이 격화하는 근본 이유로 4차 산업혁명을 들었다. 송 변호사는 "국제 분업 질서가 확립됐던 과거에는 미중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으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이 같은 흐름이 해체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이 구조적인 경쟁관계에 돌입해 분쟁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송 변호사는 이 같은 대외적 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이 4차 산업혁명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이른바 '구글세' 도입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빅데이터 서비스가 국경 없이 소비되는 상황에서 '빅데이터 통상법'을 만들어 국제 통상 규범을 강화해야 한다"며 구글을 예로 들었다. 

그는 "구글은 전 세계에서 소비자가 제공하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사업을 펼치지만, 해당 국가에 세금을 내지 않고, 해당국 주권 영향도 받지 않는다"며 "제조업 법인세와 구별되는 디지털 법인세를 도입해 기술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 신통상 시대 만들어야

한편으로 송 변호사는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지정학적 변화의 시대에 남북 분단 체제 극복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역설했다. 

그는 "북한에도 시장경제가 자리 잡고 있다"며 "시장 발전에는 반드시 법치가 필요한데, 북한이 이에 대응하는 보통국가로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독재 체제의 폭력성에 익숙한 한국으로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송 변호사는 주장의 근거로 최근 입수한 북한 법전을 들었다. 그는 "전에는 외국 투자기업 해산을 북한 관리기관이 할 수 있도록 했던 법이 최근 재판기관만 가능토록 개정됐다"며 "아울러 민법상 계약법이 발달하지 않은 북한 현실을 보완하기 위해 해당 부분에 국제거래계약규칙을 적용토록 한 것도 달라진 부분"이라고 전했다. 즉, 북한이 외국 투자를 받기 위한 내부 정비를 조용히 하고 있다는 얘기다. 

송 변호사는 이 같은 시대 변화에 남북의 적극적인 교류가 더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송 변호사는 자신의 책에서 제시한 '농업+경제개발구 모델'을 북한에 전면화해 북한의 개방을 돕는 한편, 남한도 이 모델을 통해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농업+경제개발구 모델로 유엔 제재를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북한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며 "남북이 새로운 통상협력 모델을 통해 북한의 군사주의를 바꿀 선택지를 넓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경제개발구 모델은 북한의 경제개발구를 배후 소비시장으로 삼아 그 주변 농촌 농업 생산성을 높이자는 모델이다. 송 변호사는 자신이 감사로 재직한 사단법인 통일농수산사업단의 성공 경험에서 이 모델을 따왔다. 

이날 북콘서트에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와 같은 당의 최재성 의원, 송영길 의원이 참석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김경호 강남향린교회 목사, 김호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등도 얼굴을 비쳤다. 

이우재 통일농수산사업단 전 대표,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과 숭실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 재학 중인 이병주 씨가 게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노주희 민변 국제통상위원회 부위원장이 대담 진행을 맡아 송 변호사와 함께 콘서트를 이끌었다. 

우 전 원내대표는 "이제 송기호 변호사가 사람들 앞에 나서서 세상 일을 본격적으로 했으면 좋겠다"며 "제가 원내대표 시절 송 변호사를 특보로 모시고 통상 문제 자문을 구했다. 앞으로도 우리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 지혜와 용기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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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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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되면 거지부터 왕까지 누구나 만난다고 들었다. 거지한테 혼나고 왕은 안 만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