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학교를 수직으로 다양화했다"
2019.07.09 08:53:53
[인터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은정 선임연구원, 홍민정 상임변호사

전북 상산고와 부산 해운대고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가운데 9일 오전 서울시 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서울시 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 대상 고교는 13개다. 전국의 자사고는 43개다. 자사고의 30%가량이 서울에 몰려있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간을 맞아 논란도 격화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가 청와대 앞에서 자사고 폐지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집회를 열었다. 8일에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50여 개 단체가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폐지를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자사고 지정 취소는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쪽은 "세금 지원 없이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자사고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사고 폐지에 찬성하는 쪽은 "특권적 입시기관이 된 자사고가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고 일반고를 황폐화시킨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프레시안>에서는 자사고 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활동하는 김은정 선임연구원과 홍민정 상임변호사를 만났다. 이들에게 자사고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를 좀더 자세히 들어보았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왼쪽부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홍민정 상임변호사, 김은정 선임연구원. ⓒ프레시안(최용락)


"자사고는 고교 교육 체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프레시안 :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왜 폐지돼야 하나?

김은정 : 자사고가 수직적 계열화를 만듦으로써 고교 교육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자사고는 학생선발권을 갖고 있다. 광역 단위 자사고는 지역에서, 전국 단위 자사고는 전국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한다. 이것이 일반고에 영향을 미친다.

예전에도 특목고는 있었다. 그런데 수가 적어 그 영향을 체감할 수 없었다. 지금 서울 시내에 자사고가 24개다. 여기에 특목고, 영재학원 등을 합하면 더 많다. 일반고는 200여 개 정도 된다. 성적 기준으로 상위 10% 정도의 학생이 자사고로 빠져나간다.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서열화를 체감한다.

홍민정 : 자사고 설립의 애초 목적과도 다르다. 자사고는 교육과정의 다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지금 교육과정을 다양화하라면서 자율권 부여 등 특혜에 가까운 여러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면 국영수 등 입시에 유리한 과목 위주로 교육과정이 획일화되어 있다. 2015년에 서울시 교육청이 자사고 교육과정을 지적하고 개선하기 전까지는 국영수 수업 비율이 60%를 넘었다. 입시 위주 교육을 하는 학교다.

2018년 12월에 '자사고 일반고 학생 동시 선발'에 대한 헌법재판소 공개 변론이 열렸을 때, 자사고 측이 "고급영어, 고급수학을 가르치고 있으니 교육과정이 다양화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러니하다고 느꼈다. 국영수 위주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걸 자인했을 뿐인데 이걸 다양성으로 포장한다. 설립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폐지하는 게 맞다.

프레시안 : 자사고에 대한 교육 주체들의 반응은 어떤가.

홍민정 :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피로감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있다. 원래 사제 간에는 돈으로 측정할 수 없는 인간적 유대관계가 있었는데 돈이 얽히면서 이것이 왜곡됐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등록금을 세배로 내니까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식을 갖는다. 교사들은 교사대로 위축된다.

'해외로 수학여행을 가기로 결정됐는데 그 돈을 낼 수 있을까' 혼자 고민한다는 학부모들도 있다. 밖으로 말은 못 하고.


김은정 : 학비로 1년에 600~700만 원, 많게는 2000만 원까지 부담한다는 게 어떤 일인지 생각해보면 학부모들이 느끼는 부담감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프레시안(조성은)


프레시안 : 현재 평가기준에 못 미치는 자사고의 경우, 재지정 취소, 즉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논란과 잡음이 일고 있다. 이를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홍민정 : 평가에 대해 말하자면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제도 설계에 따라야 한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5년간 운영을 잘했으면 재지정하게 돼 있다. 법과 규정과 지침에 따라 엄격하게 평가하고 자격이 안 되는 자사고는 지위를 회수해야 한다. 제도 설계가 그렇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 민사법상 신뢰보호 원칙이 중요하니 학부모와 학생들의 신뢰보호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유예기간이나 경과조치를 두고 폐지하는 게 맞다.

프레시안 : 올해 진행된 2기 재지정 평가 과정에서 전라북도만 점수를 80점으로 올려서 평가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김은정 : 두 가지 문제가 섞여 있는 것 같다. 다른 시도와 점수가 다르다는 점과 80점이라는 기준 자체가 높다는 점이다.

다른 시도와 점수가 다르다는 점에 대해 말하자면, 점수를 다르게 설정하는 것은 교육감의 권한이다. 법적으로 각 시도의 여건과 형편에 따라 다르게 정할 수 있게 돼 있다. 2014년 1기 재지정 평가 때도 다른 시도의 기준 점수는 60점인데 서울과 전북은 70점이었다. 또 상산고는 전국 단위 자사고다. 학생선발권에서 광역 단위 자사고보다 더 많은 권한을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더 엄격하게 볼 근거가 있다.

80점이라는 기준에 대해 말하자면 같은 지표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에 따르면 일반고도 일반적으로 평가 점수가 70점이 넘는다. 충남 삼성고도 이번에 79점 가까이 받았다. 민족사관고등학교도 80점 언저리에서 왔다 갔다 한다. 이렇게 보면 전국 단위 자사고에 80점이라는 점수를 기대하는 것이 어마어마한 기대가 아니다.

"수월성 교육, 다양성 교육이라는 개념이 잘못 사용되고 있다"

프레시안 : 수월성 교육과 다양성 교육을 위해 자사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홍민정 : 수월성이라는 개념이 오도되어 있다. 프레임 문제다. 수월성 교육은 엘리트 교육이 아니다. 원칙적으로는 공교육을 통해 일부 학생이 아닌 모든 학생에게 수월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김은정 : 자사고는 고등학교를 수평적으로 다양화하지 않는다. 수직적으로 다양화한다. 수직적으로 다양화했다고 학생들의 교육과정 선택권이 좋아지지 않는다.

프레시안 : 영재 교육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은정 : 영재 교육의 필요성까지 반대하지는 않는다. 영재들에 대한 교육은 영재교육법도 있고 하니 이를 통해 보장하면 된다. 그런데 서울에만 자사고가 24개다. 영재교육의 관점으로 보기에는 너무 많다.

홍민정 : 보충하자면 영재 교육을 받는 데 가정이나 경제력의 영향이 커서는 안 된다. 사회경제적 배경과 무관하게 소질이나 역량에 따라 교육받을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프레시안(조성은)


프레시안 : 평준화와 수월성, 다양성 교육이 같이 갈 수 없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은정 : 평준화가 하향 평준화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평준화는 모두 똑같이 못 하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이 학생 각자에게 맞는 다양성과 수월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공교육 안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균질한 교육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프레시안 : 정부에 일반고 발전 대책이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반고를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김은정 : 세부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논의해봐야겠지만 '자사고는 자사고대로 잘하고 일반고는 일반고대로 잘하고'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 자사고에 학생선발권이 있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다른 데서 공부해도 잘할 학생들을 자사고가 다 뽑아간다. 출발선이 다르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일반고 역량을 강화할 수는 없다.

프레시안 : 혁신학교가 자사고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홍민정 : 일부 특수한 학교를 지정해서 선을 긋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모든 학교가 특별해지는 고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혁신학교가 대항마가 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특수한 학교의 유형을 만드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안은 아니다. 제도 자체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고교학점제 등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필요도 있다.


프레시안 : 말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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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
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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