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北에서 왔어"에 "그게 중요해?"라 답할 수 있는 사회로
2019.06.03 17:50:45
[인터뷰]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남북하나재단(이하 하나재단) 조사에 따르면, 2018년 현재 한국에는 3만2476명의 북한 이탈 주민(탈북자)이 산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기 이후 매년 거의 1000명의 이탈 주민이 한국으로 들어왔다. 적잖은 이들이 생계를 위해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갔다가, 그곳에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다 한국으로 건너왔다. 

이들 상당수는 한국에서도 내일이 불투명한 매일을 보낸다. 여러 이유로 이들의 직업 안정성은 낮다. 2018년 기준 북한 이탈 주민의 월 평균 임금은 189만9000원이고 평균 근속 기간은 26.9개월(하나재단 조사)이다.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연소득 3570만 원)인 국가에서 이탈 주민 대부분은 평균의 한참 아래층위, 더 정확하게는 저소득층에 머문다. 경제적 신분 상승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는 한국 현실에 비춰볼 때, 가난은 대물림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한국 정착에 어려움을 주는 주된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문화적 격차도 주요 이유다. 하나재단 조사 결과 '북한 이탈 주민이라는 이유로 차별·무시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이들은 가장 큰 이유로 '말투, 생활방식, 태도 등 문화적 소통방식이 다르다는 점(57.0%)'을 꼽았다. 이른바 '탈북자'라는 낙인이 찍히면, 이를 극복하기 매우 어려움을 보여주는 결과다. 북한 이탈 주민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인 한국 평균의 세 배에 달한다는 통일부 조사 결과는 그 심각성을 보여준다.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를 지난 달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북한대학원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나 북한 이탈 주민이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 방안은 무엇인가를 물었다. 김 교수는 북한 이탈 주민을 문화·사회적 시각에서 주로 바라보는 연구자다. 

김 교수는 북한 이탈 주민을 타자화하는 한국 사회의 시선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들을 '탈북자'라는 큰 덩어리로 묶어 멸시하는 건 물론, 도와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 역시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북한 이탈 주민의 오늘이 한국 사회의 오늘을 보여준다고도 평가했다. 약자가 살기 힘든 한국이 지닌 문제가 그들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이유다. 역으로 보자면, 북한 이탈 주민이 문제없이 지내는 사회를 추구해야 온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이 개선된다는 뜻이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

▲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한국 원주민도 살기 힘든 사회, 이탈 주민 적응은 어려울 수밖에

프레시안 : 적잖은 북한 이탈 주민이 한국에서 힘겨운 정착기를 보낸다.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고, 평균 근속 기간도 매우 짧다. 자살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북한 이탈 주민 문제에 관심이 적은 이라면 '목숨 걸고 위험한 길을 거쳐 한국에 왔는데, 왜 '자유의 땅'에서 힘들어 하느냐'고 말하고 넘길 법한 대목이다. 그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포괄적으로 설명한다면?

김성경 :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로, 이탈 주민 상당수가 한국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심리적, 육체적으로 큰 트라우마를 경험한다. 이를 미처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들은 아주 낯선 환경에 떨어지게 된다. 기본적으로 정착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남북한 체제 차이로 인한 문화 격차도 그들에게 힘든 요인이 된다. 남북이 상당 기간 교류 없이 각자의 체제를 구축했다. 비록 흔들리고는 있지만, 북한은 그 시간 공산 독재 체제를 유지했다. 이처럼 특이한 체제에서 평생을 보낸 사람이 곧바로 안착하기에 세계적 신자유주의 국가가 된 남한은 결코 쉽지 않은 곳이다. 청소년 자살률, 노인 자살률 등에서 보듯 한국은 평생을 나고 자란 사람도 나가떨어지는 곳이다. 이탈 주민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일자리 문제도 있다. 여러 이유로 이탈 주민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는 매우 제한돼 있다. 남북의 노동 강도에도 차이가 크다. 많은 이탈 주민이 '북한에서 이처럼 힘들게 일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원주민' 입장에서야 '죽을 고비 넘겨 여기까지 와서 이 정도 일도 못 하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한국의 노동 강도는 세계적 수준임을 우리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주변에 기댈 사람이 부족하다는 점도 정착에 어려움을 주는 한 요인이다. 그들은 평생을 꾸려온 커뮤니티와 지인을 모두 고향에 두고 이곳에 왔다. 외로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여러 이유가 모두 이탈 주민의 정착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이 된다. 

프레시안 : 지적한 여러 요인을 하나씩 살펴보면 될 듯하다. 커뮤니티 문제는 얼핏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만나본 이탈 주민 중 적잖은 이가 이탈 주민 커뮤니티에 거부감을 보였다. 의외의 태도였다. 외국으로 이민을 선택하는 한국인 상당수는 교회 등의 한인 커뮤니티에 들어가 현지에 적응하지 않나. 

김성경 : 대체로 하나원 퇴소 기수가 묶인다. 그런데 이들이 하나원을 퇴소한 후, 전국 각지의 임대아파트로 흩어진다. 보통 초기 정착 6개월 정도는 기수끼리 각자의 집에 놀러가면서 우애를 다지고 생활 노하우를 공유한다. 하지만 점차 생활이 바빠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모이기가 어려워진다. 결국 파편화된 개인만 남게 된다. 

이탈 주민 커뮤니티 유지가 어려운 다른 이유가 있다. 이탈 주민이 한국에 정착 후 여러 사람으로부터 가장 먼저 듣는 조언이 '북한 사람끼리 어울리지 말고 남한 사람과 친해져라'는 얘기다. 그래야 적응이 빠르니까. 예를 들어 아이 엄마의 경우도 남한 엄마 커뮤니티에 들어가는 게 아이 교육에 유리하다는 식의 조언을 듣는다. 하나원, 지자체 등이 이탈 주민 커뮤니티에 도움을 주지만, 유지가 쉽지 않다. 

프레시안 : 이탈 주민 대부분이 좋은 직업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들의 경력을 더 잘 살릴 방법은 없나?

김성경 : 하나재단 조사에 따르면 이탈 주민의 73.1%가 중졸 이하의 학력자다. 남한으로 건너와 대학교에 재학 중이라고 응답한 이의 비율은 8.5%에 불과하다. 이탈 주민 대부분이 좋은 일자리를 선택하기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북한 이탈 주민의 일자리 문제는 달리 말해 신자유주의 체제 적응에의 어려움으로 설명할 수 있을 듯한데, 최근 입국하는 이들도 그럴지는 의문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북한에서도 장마당 경제라는 자본주의적 시스템이 나름의 방식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이탈 주민 상당수가 중국에 거주할 때도 자본주의 체제를 몸으로 체화한 상태로 한국에 들어온다. 그럼에도 한국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어려운 요인이 되나?

김성경 : 물론 나이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 20대의 적응 속도는 장년층보다 훨씬 빠르다. 

외모 측면에서도 청년층의 정착이 상대적으로 쉬운 이유가 있다. 30~40대만 돼도 고난의 행군기에 발육했기 때문에 같은 나이대의 남한 태생에 비해 체격이 작고, 체력도 약하다. 이 같은 점이 노동을 계속 이어가기 힘든 조건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공장 생산직이나 요양보호사 등의 직업을 그들이 가장 먼저 갖게 된다. 노동 강도가 매우 강한 직종이다. 몸에 과부하를 주기 마련인데, 장년층 이탈 주민은 이런 노동을 장기적으로 견디기가 힘들다. 

하지만 20대만 돼도 청소년기 먹는 문제를 해결한 상태로 남한에 들어온다. 겉으로 보기에도 남한 친구들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런 점도 나이대에 따라 남한 사회 적응도를 가르는 요인이 된다. 

"탈북 공간은 젠더화 됐다"

프레시안 : 하나재단 조사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이탈 주민의 74.8%가 여성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김성경 : 북한 경제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기를 거치면서 공산 체제가 무너지고 자급자족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 때 기간산업에 주로 종사하던 남성은 그래도 회사에는 나가야 했다. 여성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장마당으로 나왔고, 중국으로 건너갔다. 그러다 한국으로까지 건너오게 됐다. 북중 국경-중국-한국으로 이어지는 공간이 매우 젠더화됐다. 

프레시안 : 적잖은 이탈 주민이 '남성보다 여성이 한국에 더 잘 정착한다'고들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이탈 주민을 취재한 다른 기자 중에도 이 같은 이야기를 하는 이가 있다. 혹 그런 점을 느끼나?

김성경 : 통계적으로 대답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다만, 세계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더 활발히 이주한다. '이주의 여성화'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어느 사회에서건 대체로 성인 남성이 그 사회의 표준이 된다. 전쟁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닌 한, 남성이 국경을 넘을 필요는 상대적으로 여성에 비해 적다. 바꿔 말하자면, 대체로 여성은 그 사회에서 낮은 위치에 있는 만큼 다른 사회로 더 쉽게 넘어간다. 

저임금·저소득 노동에 시달리는 이탈 여성이라도 대부분 남한 태생 여성이 자신과 같은 노동 환경에 처한 상황을 보게 된다. 상대적으로 느끼는 위치가 다르지 않다. 반면 이탈 남성은 다르다. 자신과 비교 대상이 되는 남한 사회 주류를 장악한 남성상이 쉽게 보인다. 이탈 주민 남녀로 꾸려진 가족 중 남편은 술 마시고 여성이 일하는 경우가 종종 보이는 이유의 하나로 추정된다. 

이탈 여성이 남한 태생 남성과 결혼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많지만, (저임금 노동을 할 가능성이 큰) 이탈 남성에게는 남한 태생 여성과 결혼을 통한 남한 적응의 문이 닫혀 있다는 점도 성별에 따른 남한 적응력의 차이로 작용할 수 있다. 하나재단 조사에 따르면, 이탈 남성의 아내 85.9%가 이탈 여성이고 남한 태생 여성 비율은 4.2%다. 반면 이탈 여성의 남편이 이탈 남성인 경우는 29.0%이고 중국 남성이 26.4%며, 남한 태생 남성은 43.9%다. 

프레시안 : 이탈 청소년의 경우 적응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당장 학교에서 주로 배우는 과목부터 남북에 차이가 있다. 그나마 부모와 함께 입국한 청소년은 사정이 낫겠지만, 홀로 입국한 이라면 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경 : 홀로 입국한 청소년의 경우 종교단체 등이 지원하는 그룹 홈에서 여럿이 함께 생활한다. 한겨레 중고등학교를 비롯해 상당수 대안학교도 혼자 온 이탈 청소년을 지원한다. 

이탈 청소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제삼국 출생자인 경우 발생한다. 이탈 주민 부모가 중국에 거주하던 시기 그곳에서 태어났거나, 이탈 주민 어머니와 중국인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건너온 경우다. 이들은 (이탈 청소년 대안학교 지원 등) 이탈 주민 지원을 받지 못한다. 더구나 어린 시절을 중국에서 보냈기 때문에 한국어 능력이 매우 떨어져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학교 적응이 다른 이탈 청소년보다도 어려우니 어린 나이에 학교에서 이탈하기 쉽고, 자연스럽게 미래는 불투명해진다. 

이탈 청소년의 문제는 결국 한국 사회의 문제를 보여준다. 한국은 수쳇구멍 같은 사회다. 모두가 스카이 대학교라는 단 하나의 기준점을 향해 질주한다. 여기서 탈락하면 좋은 미래란 없다는 공포가 자리하고 있다. 명문대를 나오지 않더라도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가 될 생각이 있느냐를 우리가 자문해야 한다. 

▲ 지난 1월 4일 북한 이탈 청소년 대안학교인 경기도 안성의 한겨레중고등학교에서 졸업식이 열렸다.차별 등의 우려가 커 적잖은 이탈 청소년이 대안학교로 진학한다. ⓒ연합뉴스


이탈 주민 혐오 대상 가능성 우려

프레시안 : 이탈 주민을 주된 소재로 다루는 TV프로그램, 유튜브 채널 등이 여럿 있다. 이들 방송에서 주된 소재는 여전히 이념적이다. '한국에 와보니 이런 게 좋다' '북한의 어떤 현실이 매우 악랄하다'는 식이다. 여기에 한국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목소리가 들어설 공간은 없다.  반공적 논리가 조금 부드러운 수준으로 바뀐 것에 불과해 보인다. 

김성경 : 이탈 주민 대부분은 여러 이유로 북한에서 살기 어려워지자 여러 나라 중 남한을 선택한 사람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가는 사람, 한국에서 프랑스로 건너가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특정한 시선으로 그들을 이용한다. 특정 정치 세력이 북한 혐오가 필요할 때 그들을 이용하는 식이다. 이탈 주민이 나오는 유명한 TV 프로그램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단순히 '잘 먹고 잘 살려고 한국에 왔어요' '한국에 와보니 비정규직 문제 너무 안 좋아요'라고 말하는 이가 그 방송에 출연하기란 매우 어렵다. 북한 체제를 잘 아는 듯이 말하면서 정치적 이슈를 꺼내야만 출연 가능성이 커진다. 

새로운 체제에서 각자의 쓰임새를 찾고 계발하려는 욕구는 누구나 가진다. 한국 주류 사회가 이탈 주민에게 열어준 영역은 오직 반공적 공간뿐이다. 다른 능력이 없는 이탈 주민이 자신의 설 자리를 찾는 경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프레시안 : 극우 정치 세력이 이탈 주민을 반공 이데올로기 강화를 위한 도구로 이용하려는 한편, 특히 젊은 층에서는 이탈 주민 자체를 못마땅하게 보는 분위기도 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저성장을 이어가고,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져감에 따라 이 같은 현상은 더 심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성경 : 예멘 난민 혐오 사태에서 보듯, 소수자 혐오 현상은 지구적이다. 신자유주의가 극단으로 치달은 사회에서 사람은 희생양을 원하기 마련이다. 사회의 아래층에 놓인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 약한 희생양을 찾으려 한다. 세계적으로 극우주의가 창궐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북한 이탈 주민이 새로운 혐오의 대상이 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본다. 특히나 밝은 미래가 사라져감에 따라 젊은 세대는 기계적 공정함, 기계적 정의에 매우 강하게 반응한다. 소수자를 같은 출발선에 놓고자 하는 지원도 정당하지 않다고 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 김 교수는 이탈 주민을 타자화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분단 문화'가 가장 큰 장애물

프레시안 : 정부의 이탈 주민 지원에 문제점이 있지는 않나?

김성경 : 한국 정부의 이탈 주민 지원 제도는 이미 잘 갖춰졌다. 정책이 잘못돼서 이탈 주민의 정착이 어려운 게 아니다. 앞서 열거한 여러 이유를 하나로 묶자면, 결국 ‘분단 문화’가 가장 큰 장애물이다. 

한국에 여러 소수자가 있다. 경제적 이주자, 결혼 이주자, 난민 등이 그들이다. 이탈 주민 역시 소수자다. 소수자로서 이탈 주민은 기본적으로 배제의 대상이 된다. 

이에 더해 그들은 분단국 동포라는 특수한 위치에 동시에 서게 된다. 이른바 '먼저 온 통일'이라는 표상이 그들을 규정하게 된다. 이탈 주민 지원 정책이 나온 배경이다. 그런데, 지원의 다른 얼굴은 시혜다. 그들을 시혜의 대상으로만 보는 순간, 남한에서 태어난 원주민은 그들에게 언제고 '왜 자유의 땅까지 와놓고 배은망덕한 소리를 하느냐'고 소리칠 수도 있다. 

그들도 자유인이다.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고,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 이탈 주민을 카테고리화해 차별의 대상으로 보든, 시혜의 대상으로 보든 결국 그들을 타자화한다는 맥락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이탈 주민을 둘러싼 여러 담론에서 앞으로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을 통일의 도구로 보는 시각, 일방적 시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벗어나 그들의 목소리를 담을 공간을 자유롭게 열어주는 것이고, 원주민 인식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 이탈 주민 시민 단체 대부분은 극 보수 성향을 지닌다. 일부 시민 단체는 보수 정권 집권기 관변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탈 주민은 일상에서 정치적으로 존재를 입증하기를 강요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약자에게 한국은 좋은 나라인가' 자문해야"

프레시안 : 이탈 주민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 사회가 그들에게 이쪽이냐 저쪽이냐를 선택하기를 강요한다?

김성경 : 그렇다. 우리는 일상에서 나의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드러냄으로써 내 존재를 입증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이탈 주민은 끊임없이 정치적으로 나를 증명해야만 한다. 북한이라는 징표가 일본이나 중국의 그것만 되어도 얼마나 좋을까 싶다. 이 정도의 포용성만 한국 사회가 발휘하더라도 그들의 삶은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다. 

프레시안 : 한국 사회에 문제가 있으므로 이탈 주민이 어렵다는 게 논지의 핵심이다. 

김성경 : 그렇다. 약자가 살기에 한국이 좋은 나라냐고 자문해야 한다. 저학력·저소득 이탈 주민의 삶의 질이 올라간다는 건, 결국 한국 저소득층 삶의 질이 올라간다는 뜻이다. 이탈 주민 지원은 단순히 타자인 '그들'을 돕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길이다. 

이탈 주민을 도움이 필요한 자로 보든, 배척의 대상으로 보든 그들을 타자화한다는 점에서 같다. 청진에서 태어난 A씨를 개인으로 보지 않고 '이탈 주민'으로만 보려는 순간 그들은 카테고리화된다. 궁극적으로 A씨가 '나 북한에서 왔어'라고 할 때 '너와 나 사이에 그게 왜 중요한데?'라고 누구나 답할 사회가 되어야 한다. 쉽지 않은 이야기다. 

북한을 일방적으로 악마화하려는 세력의 반대편에는 '북한을 더 잘 이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북한을 이해하느냐 마느냐가 핵심이 아니다. 북한을 더 안다고 해서 그들을 타자화하는 우리의 시선이 바뀌진 않을 테니 말이다. 그들에게 과도한 시대적 프레임, 정치적 프레임을 덧씌울 필요가 없다. 

이탈 주민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민낯을 보게 된다. 소수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그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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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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