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노조 위원장, 조직 내 비선 폭로 "허수아비였다"

이가현 위원장 자신의 SNS에 알바노조 조종한 '언더조직' 폭로

알바노조 현직 위원장이 조직 내에 언더조직, 즉 특정 정파가 존재했다고 밝혔다. 이 특정 정파가 조직 내 공식 의사결정기구를 무시하고 모든 결정을 했을 뿐만 아니라 미리 결정된 사항도 여기를 거치면서 변경돼 다시 조직에 통보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운동권 내 특정 정파의 문제점이 지적되기는 했으나, 이렇게 현직 위원장이 정파 문제를 공개한 경우는 드물다.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31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알바노조의 모든 것은 그곳(언더조직)의 선배들이 결정했다"며 "알바노조의 공식자리에서 미리 결정된 사항들도 그곳을 거쳐 변경되어 통보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이 언더조직은 전인적 운동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입했을 뿐만 아니라 혼전순결과 낙태 불가를 가르쳤다. 또한 알바노조만이 아니라 노동당, 청년좌파, 평화캠프의 모든 결정사항이 이뤄졌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하는 양 연기해야 했다"

이 위원장은 한때나마 자신도 이 언더조직에 속해 있음을 밝혔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자신이 위원장이기 전인 과거, 한 활동가가 비밀리에 자신을 보자면서 '너가 모르는 언더조직이라는 게 있어. 저들 중에 언더조직에 속해진 사람들은 계속 이 운동을 하겠지만, 나머지는 아니다. 너는 지켜보니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생각돼 언더조직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알바노조 활동을 하고 싶기에 이 조직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조직이 조직 내 모든 의사결정을 했다"며 "나는 알바노조 공식자리에서 그들의 결정을 마치 처음 듣는 제안인 냥, 우리는 민주주의 하는 양 연기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러한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했음에도 그렇게 한 이유는 "알바노조 활동을 하고 싶어서, 알바노조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믿어서 버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언더조직에 속한 상태에서 활동을 하는 게 매우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조직에서는 너가 '후배를 조직하지 못한 거라 했다. 권위를 가져야 한다고, 왜 언더조직에서 결정한 것을 밖(알바노조)에서 통과시키지 못하냐고 했다"며 "그 순간 믿음이 깨졌다.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언더조직 못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사람을 대상화하고, '세월호 이제 그거 끝났지'라고 농담스레 이야기하고, 백남기 농민의 장례식장에서 '아 우리 사진 찍으러 왔지' 웃는 사람들"이라며 "내가 누군가들과 친하게 지내면 왜 자기 후배 조직하냐고 화내던 사람들"이라고 언더조직 내 인사들을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결국, 내가 지금 무슨 운동을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번뜩 들어 알바노조 말고도 언더조직도, 청년좌파도, 노동당도 다 그만두었다"며 "개인은 무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평범하게 토익공부 등을 하며 생활하던 이 위원장에게 또다시 언더조직에서는 집행부를 제안했고, 이 전 위원장은 언더조직원의 신분이 아닌 상태에서 집행부직을 수락했다. 알바노조 활동을 계속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허수아비 역할도 중요하다니..."

하지만 문제는 여전했다. 집행부 회의에 들어가면 이미 결정된 사항들이 올라왔다. 또한 회의 내용도 구악에 가까웠다. 여자가 단식하는 게 이미지상 좋다고 필요하다고 할 뿐만 아니라, 청소년 운동은 힘이 없으니 알바노조에서도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러다 당시 알바노조 위원장이 성폭력 문제로 사퇴했고 위원장 자리가 공석이 됐다. 언더조직에서는 이 위원장에게 위원장 출마를 독려했다. 이 위원장은 "위기의 순간에서야 등장할 기회가 생기는 여성"이라며 "유리바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위원장은 "계속해서 나를 설득했고, '언더조직원이 아니어도 괜찮다', '너는 지금 알바노조에 필요한 여성주의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며 "(자신의 역할이) '허수아비 아니냐'고 묻자 '그런 역할도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후 "위원장에 출마했고, 당선됐다"며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나도 모르는 사업들이 진행되고 나도 모르는 입장문이 홈페이지에 올라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언더조직에서 한 조직의 수장인 위원장을 불러 질타를 한 일도 있었음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언더조직에 불려가 '운동가는 본인 인생을 희생해가며 살아야 한다'고 혼나기도 했다"며 "결국, 나와 상관없이 굴러가는 곳에서 애정이 사라졌고 희망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그와 동시에 이 위원장은 사퇴의 압박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모든 것은 내 잘못이 되었다"며 "'너가 친절하지 않아서, 너가 엄마처럼 사람들을 돌보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날 두고 사퇴하라고 소리쳤다. 화를 내셨다. 삿대질했다. 책상을 쾅 내려쳤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무서웠지만 그래도 사퇴하겠다는 말은 목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며 '그 후 알바노조의 공식행사에서는 위원장인 나의 역할을 다른 선배가 대신하기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나는 살고 싶고 살고 싶다"

이 위원장은 관련해서 문제제기를 했음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죽기 싫어서 살고 싶어서 문제제기를 했다"며 "그래도 사과 한 번 없었다. 그래도 나쁜 사람들은 아닐 거라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믿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제소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마다,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싶을 때마다, 사람들에게 모든 걸 다 털어놓고 쉬고 싶을 때마다, 손톱이 손바닥에 박히도록 참았다"며 "운동을 잘하고 싶어서, 사회를 바꾸고 싶으니까 그랬겠지, 나쁜 사람들은 아니야 실수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끝에 끝까지 선배들에게, 언더조직에 사과는 받지 못했다"며 "나는 살고 싶고 살고 싶다. 이제는"이라고 말하며 관련자들의 사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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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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