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실험에 동원된 영·유아들의 대부분은 흑인, 라틴 아메리카계 고아들이고, 그락소스미스클라인, 파이저, 지넨테크 등 세계적인 제약외사들이 약품과 제정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평소 '어린이의 천국'으로 자부해온 미국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충격적 사건이다.
***영 <옵저버> 폭로, "미 고아들 대상, AIDS 신약 실험"**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인 <옵저버>는 미국 뉴욕의 AIDS 바이러스 보유자 전문 요양시설인 '인카네이션 어린이 센터(Incarnation Children's Centre)'가 1989년 설립 이후 2002년까지 영·유아 100명을 대상으로 주로 AIDS 치료제의 독성과 안전성, 내성 등을 검증하는 임상 실험을 실시했다고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인카네이션 어린이 센터'는 AIDS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AIDS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을 수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에 대한 임상 실험은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보호원에 수용된 영·유아들의 경우 뉴욕시의 아동보호청이 시험을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6개월 된 아기에게도 생체 실험, 부작용으로 숨지기도**
임상 실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더 끔찍하다.
<옵저버> 보도에 따르면, 이들 영·유아들에게는 부작용이 큰 것으로 알려진 AZT 등 AIDS 치료제와 단백질분해효소억제제 등 시험용 약품이 대량으로 투여됐다.
특히 영·유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7가지 약품을 혼합한 칵테일 요법'이 4세 된 어린이들에게 실험됐다. 6개월 된 아기에게 허용량보다 배나 많은 양의 홍역 백신을 투여한 뒤 반응을 지켜보는 실험도 이뤄졌다.
약을 먹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위벽을 뚫어 직접 위에 약물을 투여할 수 있는 튜브 시술이 이뤄졌고, 상당수 어린이들은 이런 약물 투여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으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약품은 대부분 동물실험도 거치지 않은 약품들로 알려졌다. 일본군이 2차세계대전때 포로들, 일명 '마루타'에게 행했던 것과 마찬가지 만행을 영-유아들에게 행한 것이다. 미국판 '마루타' 사건인 셈이다.
***그락소 등 거대 제약회사 후원, 정부 기관이 주도적으로 참여**
한편 보호원에 수용된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은 뉴욕 아동보호청 외에도 미국 정부 기관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거대 제약회사들이 후원을 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번 임상실험은 컬럼비아 대학 병원인 '프레스비테리언 병원(Presbyterian Hospital)'이 주관하고,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 알레르기 및 감염병 연구소와 국립아동보건연구소가 후원하는 등 정부 기관들이 대거 관여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실험에는 영국의 다국적 제약기업인 그락소 외에도 파이저, 지넨테크 등 세계적 제약회사들이 약품과 재정지원을 했다. <옵저버>는 그락소가 1995년 이래 흑인, 라틴 아메리카계 고아들을 대상으로 한 생체 실험에 최소한 4차례이상 후원을 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같은 사실은 인권운동가 리엄 셰프가 1월에 '생체 시험'에 대한 A4 8쪽 분량의 탐사보도를 인터넷에 올려 폭로한 데 이어, 지방지인 <뉴욕포스트>가 2월말 기사화하면서 표면화됐다. 보건단체들은 어린이들이 마치 실험용 동물처럼 취급되고 있다며 미 식품의약국(FDA)이 이 사건을 철저히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뉴욕시 보건당국은 4월부터 진상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그락소를 비롯한 관련 기업 및 기관들은 책임 회피와 해명에 서둘러 나섰다. 그락소의 한 대변인은 "그락소의 참여는 약품 연구 또는 자금 지원에 국한한 것으로 환자들과 직접적인 관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과 관련된 기관 관계자들도 "AIDS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 아동들이 다른 방법으로 받을 수 없는 첨단 치료를 제공받고 있다"면서 실험을 옹호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돈벌이에 혈안이 된 미국정부 및 다국적 제약기업들의 '세기적 만행'이라는 세계언론의 혹독한 비난을 받고 있어, 앞으로 그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리엄 셰프의 탐사보도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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