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SNS에 올린 추모글에서 "(김 전) 대통령님이 떠난 지 10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여전히 삶의 곳곳에서 당신을 만난다"며 "1990년, 13일 목숨을 건 단식으로 다시 열어낸 지방자치는 지금 국가 균형발전의 초석이 되고 있다. '복지는 인권이다'라는 신념으로 이뤄낸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건강보험 통합은 '전국민 전생애 건강보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1998년 세계 최초 초고속인터넷 상용화로 시작한 IT강국 대한민국은 또 한번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성공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대통령님은 한국과 일본이 걸어갈 우호·협력의 길에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면서 "1998년 오부치 게이조(小淵恵三) 일본 총리와 함께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은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명문화했고, 양국 국민이 역사의 교훈을 공유하며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자는 약속이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저는 대통령님을 추모하며 '역사를 두렵게 여기는 진정한 용기'를 되새긴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작현충원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불참했고, 정부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국회에서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5당 대표가 모두 추도식에 참석했다. 문 의장은 추도사에서 "대통령님의 생애는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통해 국민 통합의 길을 걸어온 여정이었다. 당신을 탄압했던 세력과 결코 타협하지 않았으며 훗날 그들을 용서하기까지 하셨다"며 "(이같은) 통합과 화해의 정치는 국민의 단결과 단합으로 이어졌다. 유례 없이 짧은 시간 안에 IMF 국난을 극복하고, 국민과 함께 일어설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고 고인을 기렸다.
문 의장은 "당신께서는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의 조화를 정치인에게 필요한 능력이라고 하셨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 최악을 피하려는 차악'을 선택할 줄 아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하셨다"면서 "하지만 지금의 정치는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었다. 민족 대도약의 기회를 맞아 국론을 모아야 할 정치권은 서로를 탓하며 반목과 갈등의 골만 깊어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더더욱 대통령님의 빈자리가 그립다"고 했다.
문 의장도 "특히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통해 양국관계의 해법과 미래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당시 일본 의회 연설을 통해 '두 나라가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라고 역설한 것은 한일 양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꿰뚫은 놀라운 통찰력과 혜안이 아닐 수 없다"고 찬탄했다. 문 의장은 "그러나 안타깝게도 20년이 지난 지금, 양국관계가 큰 벽에 서고 말았다"고 지적하고 "우리 국민은 능동적이고 당당하게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갈 것이다. 우리에게 용기와 지혜를 주시고 하늘에서 지켜봐 주시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저에게 대통령님은 정치적 스승이셨다"며 "시간이 지나갈수록 더욱 그리움이 쌓이고, 시대가 흘러갈수록 존경이 더해 가는 사람을 일컬어 백세지사(百世之師)라고 한다. 한국 현대사에서 이 단어에 적합한 한 분을 고르라면 아무런 주저없이 김대중 대통령"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화해와 용서, 화합과 통합의 정치로 우리 민주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여셨다"며 "대통령님 재임 시절, 전직 대통령들과의 부부동반 청와대 회동 사진이 기억난다. 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과 현직 김대중 대통령이 함께 찍은 사진"을 언급하고 "정치 보복은 없었다. 국민들이 갈망하는 통합과 화합의 역사적 상징"이라고 현 정권을 에둘러 겨냥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반대 세력의 요구에 따라 줄 것을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진정한 '협치의 달인'이셨다. 자기 사람을 마다하고, 비서실장을 TK 인사로, 전 정부 국무총리를 주미대사로, 연립정부 상대방 인사를 재경부 장관에 임명해 정치를 안정시키고 외교·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면모를 추억하며 "의회주의와 정당정치의 달인 김 전 대통령이 오늘 절실하게 그리워진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무엇보다도 닮고 싶은 것은 대통령님의 불굴의 투지와 시대를 헤쳐 오신 도전자로서의 삶"이라며 "대통령님께서 일찍이 제안해 주셨던 '승자독식 선거제도' 개혁을 온몸 던져 완수하겠다. 정의롭지 못한 정치, 평화롭지 않은 정치, 민생을 외면하는 정치를 반드시 바꿔내서 대통령님께서 길을 여신 민주주의와 정의, 평화와 인권의 새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김 전 대통령님 시절이 한일관계 최전성기였다"면서 "외교는 우리에게 명줄과도 같다. 정치는 실패해도 바로잡을 수 있지만, 외교는 실패하면 되돌이킬 수 없다. 나중에 오는 사람들은 내가 왜 그토록 4강 정상외교에 심혈을 기울였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지도자들은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고인의 말을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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