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日 도발 뿌리 '65년 체제' 극복해야"

"위안부 등 피해자 모욕 행위 처벌 가능하도록 법 개정"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초미의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8.15 광복 74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65년 체제 극복'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일 관계의 근간이 되어 온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및 한일 기본조약 등 4개 협정 체제가 한계에 달했다는 인식으로 보인다. 심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의 전략적 도발은 불평등한 65년 한일협정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당시 박정희 정권은 절박한 생존 문제를 앞세워 굴욕을 수용했다"며 "그 후과가 반세기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제안은 "지난 1965년 일본과 맺은 한일기본조약 등 4개의 협정을 전면 파기하자는 주장이 아니"라며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에 대한 인정을 전제로 정의와 인권을 복원하는 역사를 새로 쓰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 일본의 식민 지배를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 과거사 극복을 위한 앞선 노력들을 토대로 "새로운 한일 관계를 제도화하자는 것"이라고 심 대표는 덧붙였다.

이를 위해 그는 대통령 산하에 '65년 체제 청산과 새로운 한일관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정부와 여야 추천 인사를 참여시켜 구성하고, 이와 별도로 분야별 전문가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자문회의를 구성해 위원회 활동을 지원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내부의 낡은 '65년 체제' 극복을 시작하면서, 일본의 정계와 시민사회를 포함하는 양심세력과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 대표는 또 65년 체제 극복의 3대 과제로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대한 원칙적 해결 ▲한일 경제관계 전환 ▲한도와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체제 실현을 꼽았다.

우선 그는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판결을 이행해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분명한 책임과 원상회복을 위한 모든 노력을 명기하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책임 있는 배상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을 개정해 고의로 역사를 왜곡하고 피해자를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일제 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해 '위안부' 피해자 등에 대한 모욕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준거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그는 회견 뒤 "오늘 제안을 했기 때문에 후속 입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또 "한국기업의 이익을 일본경제가 고스란히 받아먹는 이른바 '가마우지 경제'의 뿌리 역시 65년 체제의 일부"라며 "이참에 대일본 경제의존도를 낮추고, 한일 경제의 분업, 협력구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재벌대기업 편향의 산업생태계를 혁신하기 위한 공정경제, 경제민주화 없이는 부품, 소재, 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나 기술독립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심 대표는 "더 이상 일본과 안보에 대한 신뢰와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일 간의 유일한 군사협정인 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은 이미 그 존재 의미가 소멸되었다"며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 제외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이 협정이 연장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불신과 갈등의 시대에 이 협정은 한국 안보의 자산이 아니라 짐이 된다"고 했다.

심 대표는 한반도 평화체제 완성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북일 간의 대화도 촉진하는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북한은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에 이어 일본과도 수교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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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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