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친 집값' 잡는데 필요한 건 '충격'과 '공포'

[기고] 서울 아파트 값 폭등은 문재인 정부 책임이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실정과 극악함에 대한 반사이익, 북미 및 남북관계 급진전에 대한 성급한 흥분, 감동적이긴 하나 결국 거품처럼 사라질 정치적 퍼포먼스 등에 의지하던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부동산이라는 현실 앞에 눈사태처럼 무너지고 있다.

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졌다.(관련기사 : [한국갤럽] 文대통령 지지율 끝내 '50% 붕괴')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한 직후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지지율이 80%에 육박했던 데 비하면 격세지감도 이런 격세지감이 없다. 역사적으로 봐도 불과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기간에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율이 절반 가깝게 폭락한 경우는 찾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의 자유낙하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정치의 기본이자 근간은 시민들의 의(衣), 식(食), 주(住)를 책임지는 것이고, 이에 철저히 실패할 때는 그 어떤 정부와 지도자건 처절한 민심의 응징에 직면한다.

시민들은 박근혜-최경환 정부가 '빚 내서 집 사라'고 할만큼 투기를 조장한 극악무도한 정부였음을 잘 안다. 그리고 시민들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적어도 투기를 막고 가격 상승을 억제할 것이라는 강한 기대와 믿음이 있었다. 불행히도 시민들의 기대는 무참히 짓밟혔고, 시민들의 믿음은 배신으로 보답받았다. 경악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서울 아파트 가격의 폭등은 분명 박근혜-최경환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상승의 기울기와 투기 범위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의 상황이 한결 나쁘다.

보유세로 상징되는 불로소득 환수의지의 적극적 표명에 일관되게 미온적이었던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6일 보유세 개혁 의지가 없음을 확정적으로 공표해 부동산 시장을 통제불능의 도박판으로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은 온전히 문재인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세상에 불로소득만큼 나쁜 것도 드물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피나는 노력을 통해 새로운 상품이나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어 사회적 부의 확대에 기여하고 자기도 엄청난 부를 이룬 사람들을 존경할 뿐 미워하지 않는다. 그들의 노력과 사회적 기여를 인정하고, 그들이 쌓은 막대한 부가 정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로소득에 이르면 시민들의 판단은 완전히 달라진다. 불로소득 중에서도 가장 악성이라 할 부동산 불로소득을 보자. 부동산 불로소득은 사회적 부의 증진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며, 오히려 공공과 타인들이 피땀 흘려 만든 부를 합법적으로 약탈한다는 것이 본질이다. 게다가 이 불로소득을 얻거나 못 얻는 것은 거의 전적으로 운(運)의 영역이다. 2014년 서울 마포에 새 아파트를 대출 끼고 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희비를 가른 것이 운이 아닌 다른 무엇일 리 없다.

부동산 불로소득의 본질이 이렇기 때문에 투기로 인한 서울의 아파트 가격 폭등은 여러 겹에 걸친 적대와 균열의 전선을 만든다. 예컨대 '서울 VS 지방', '서울 아파트 소유자 VS 무소유자', '서울 아파트 소유자 VS 서울 내 다른 유형의 주택 소유자', '서울 내에서도 더 오른 곳에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 VS 덜 오른 곳에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처럼 말이다.

투기로 인한 부동산 가격 폭등은 사회와 가정을 갈가리 찢어 구성원 간의 일체감을 현저히 약화시키고, 시민들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로 몰아넣는다. 분단이 남과 북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각설하고 지금의 시장상황은 비이성적 과열과 자기실현적 예언이 지배하는 투기판이다. 투기심리가 시장을 지배할 때 시장참여자들을 투기의 주술에서 벗어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충격'과 '공포'뿐이다. 시장에 '충격'과 '공포'를 주는 경로는 투 트랙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시장이 가장 위험하다고 여기는 사람에게 부동산정책을 총괄시키는 것이 한 트랙이고, 시장이 상상할 수도 없는 압도적 수준의 보유세 로드맵을 조속히 발표하는 것이 나머지 트랙이다. 그 길만이 투기의 사전적 예방에 실패한 문재인 정부가 지금 국면에서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사후적 해결책이다. 혁명적 보유세 로드맵 발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시장의 경착륙은 대한민국이 마땅히 치러야 할 고통이자 비용이다.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 혁파를 위한 전면적 수술을 미루고 모르핀에만 의존하다 이 지경까지 오고 말았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충격'과 '공포'로 진정시킬 생각을 하지 않고 끝내 미봉으로 일관한다면 2006년 가을에 경험했듯 투기광풍이 서울을 넘어 수도권 전역으로 전염병처럼 퍼질 지 모른다. 그때 누가 나에게 '정치적 올바름과 윤리적 판단은 유보한 채, 부동산이 없는 소득하위 8할의 시민들에게 이명박 정권 때와 지금 중 어느 시절이 더 살기 좋았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말문이 막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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