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로 북한을 끌고 나오려면

[기고] 평창 이후 북한, 우리가 만들기에 달렸다

엘론 머스크가 구상하는 '하이퍼루프'(Hyperloop)를 북한 땅에 놓는 상상을 해보자. 하이퍼루프는 시속 1200km로 거의 날다시피 달리는 캡슐형 초고속열차다.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499km를 통과하는데 30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중간에 정거장도 필요없다.

하이퍼루프에 올라탄 사람과 물자는 북한을 논스톱으로 통과해 신의주 너머 단둥으로 바로 빠져나갈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은 남에서 올라오는 사람과 물자를 만날 틈도 없고, 만날 이유도 없다. 북한은 통행수수료만 잘 챙기면 된다. 하이퍼루프가 현실화되었을 때 이런 조건으로 북한에 논스톱 물류 프로젝트를 제안한다면 북한은 이걸 받을까, 안 받을까?

이제 겨우 쌀을 씻고 있는데 밥상 차리고 있는 상상을 한다고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북한이라는 끊어진 연결선(missing link)을 잇기 위한 상상과 시도는 우리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서도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다.

통일이 반드시 선행되지 않더라도 한반도가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제 역할을 회복하고 그 위에 우리의 교역과 외교가 올라탈 수 있다면 사실상 통일과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북한이라는 거대한 알박기에 가로막혀 있다.

오늘날의 동북아는 말하자면 북한이 알박기를 하고 있는 재개발 구역이라고 할 수 있다. 갈수록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한국은 신북방정책과 한반도신경제지도 실현을 통해 재개발효과를 노려야 할 시점이고, 중국은 낙후지역인 동북3성 재개발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데 북한이 빗장을 걸고 핵과 미사일 도발로 시위를 하며 알박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북한을 상대로 재개발 붐을 일으켜야 하는 게 우리의 과제이다.

알박기를 상대로 재개발을 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원하는 만큼 보상을 해주는 방법이다. 둘째, 알박기를 둘러싸고 초고층 건물을 올리거나 도로를 놓아서 알박기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상대가 궁극적으로 알박기를 풀고 재개발에 동참할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셋째 방법은 강제 철거다.

북한은 물론이고 알박기를 상대로 첫째와 셋째 방법을 쓰기는 쉽지 않다. 북한이 원하는 보상을 해주고 대화를 하거나, 강제 철거식으로 군사 옵션을 통해 핵과 미사일 시설을 타격하는 것은 극단적인 유화책과 강경책의 변주일 뿐이다. 그렇다면 남는 방법은 북한이 궁극적으로 알박기를 풀고 동북아판 재개발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견인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북한과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알박기를 하는 것보다 재개발에 동참하는 이익이 더 크고 확실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물론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까지 모든 가능성을 포기할 수는 없다. 더 이상의 핵 개발이 없도록 상황 동결을 입구로 하고,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개발 프로젝트 참여를 출구로 하는 코리아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한다.

재개발 지역 원주민에게 삶의 터전을 떠나지 않고 더 좋은 집에서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재개발에 협조하고 동참하도록 끊임없이 설득하고 맞춤형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것처럼 정교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반도와 동북아 상황에서는 구체적으로 유라시아를 향하는 한국의 신북방정책이 중국의 동북3성 경제 개발과 시너지를 내는 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예컨대 중국은 지린성 성장이 인민대표대회에서 개발 역점사항으로 러시아 자루비노항 건설 동참과 중국 훈춘~러시아 자루비노~한국 부산항으로 이어지는 노선 강화 등을 수년째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대일로 전략의 일환으로 장춘~만저우리~유럽을 잇는 국제화물운송 열차 운행도 2015년도부터 신규로 개시했다.

이런 중국의 프로젝트에 한국이 자본과 기술을 적극 투자하고 중요한 역할을 해서 북한의 배후인 동북3성에 못해도 수백억 달러짜리 물류 융성 프로젝트를 일으킬 수만 있다면 북한이라는 알박기를 둘러싸고 초고층 건물을 올리거나 큰 도로를 내서 알박기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수백억 달러짜리 개발 효과를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로 망치려는 걸 중국이나 러시아도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도 동참해서 더 큰 시너지를 내도록 우리와 함께 설득작업을 한다면 동북아 물류융성 프로젝트는 성공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스스로를 가두고 있던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금씩 문을 열고 나오고 있다. 하지만 평창 이후 많은 대가를 요구할 공산이 크다. 북한의 청구서는 한국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동북아와 세계평화 전체에 부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주변국에 이 점을 확실히 알리고 협조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한반도신경제지도와 신북방정책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동북아 물류공동체를 만든다는 큰 틀의 구상을 가지고 강력한 대북압박과 제재를 병행하며 스마트하게 대북전략을 구사하여 우리의 번영과 평화를 적극적으로 기획해나가야 할 때다.

(정대진 연구위원은 통일학 박사로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요 저서 및 논문으로 <북한의 변화와 한반도 미래>(공저), <남북한 합의서의 규범적 성격연구>, <한반도 유사시 북한 지역 개입문제: 판단기준과 국제법적 쟁점>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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