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아기' 가능성, 윤리 논란 부른다
2017.08.11 14: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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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인간 배아 유전체 교정,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필자는 이전 글에서 중국 과학자들에 의해 크리스퍼 유전자 교정/편집 기술을 인간 배아에 적용한 경우에 대해 설명했었다. 그러나 그때 사용된 인간 배아는 염색체에 문제가 있어 착상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배아였고 단지 크리스퍼 기술이 인간 배아에서 작동할 수 있을지를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이런 시도들을 보면서 필자는 우리가 유전병이 없는 아기를 얻기 위한 선택지가 꼭 크리스퍼를 통한 유전자 교정인지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현재의 기술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착상 전 초기 배아의 유전정보를 검사해서 유전적으로 이상이 없는 배아를 착상시키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인간에게 남겨진 마지막 판도라의 상자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이 인간의 유전정보에 손을 대기 시작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번 주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고 이런 논의 자체가 큰 의미가 없게 되었다. 


인류가 자체의 유전체를 임의로 교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착상되면 인간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정상 배아에 CRISPR/Cas9 유전자가위를 적용하여 특정 유전자 교정에 성공했다는 논문이 이번 주 8월 3일 과학전문 잡지 <Nature>에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OHSU)의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팀과 서울대 김진수 교수 연구팀의 공동연구로 진행되었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우리나라는 인간 배아의 유전정보를 교정할 수 있는 기술력을 이미 확보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이 연구는 난자와 정자의 인공수정 단계에서 정자가 인간 배아에서 심장근육 단백질 중 하나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MYBPC3'라는 유전자의 변이가 있어 염기4개(GAGT)가 사라진 경우를 CRISPR/Cas9 시스템을 수정 시 함께 넣어주어 난자가 가지고 있던 정상적인 MYBPC3 유전자를 주형으로 하여 수정된 배아에서 부모에게서 받은 MYBPC3 유전자가 모두 정상적인 유전자로 교정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MYBPC3'라는 유전자의 변이는 심장근육이 비대해져 심실벽이 두꺼워지는 심근증이 나타나는 유전성 심장질환으로 운동선수처럼 심장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 젊었을 때 돌연사를 유발하는 중요 요인으로 알려져 있어 이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평생 무리한 운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한다. 이 유전 질환은 부모 중 한쪽에서만 변이 유전자를 물려받아도 증세가 나타나는 우성 유전질환으로 부모 중 한 명이 환자라면 자녀에게 50%의 확률로 유전되며, 미국에서는 500명 당 1명에서 나타나는 빈도가 높은 유전병이다.


이 연구는 기술적 측면에서 기존의 CRISPR/Cas9을 이용하여 동물의 유전체를 교정하던 연구에서와 달리 몇 가지 진보를 보여주었다. 우선 기존 연구들이 유전체를 교정할 때는 이미 수정된 수정란에 CRISPR/Cas9을 넣어 주어 그 사이 수정란이 분열하면 전체 배아 중 어떤 세포는 의도한대로 유전체의 유전자가 교정되고 또 다른 세포는 교정되지 않아 배아가 두 종류의 다른 유전체를 갖는 상태로 발생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런 배아가 발생과정을 거치면 개체에 교정된 세포와 교정되지 않은 세포가 섞여있는 모자이크적인 개체가 만들어 질 수 있었다. 이런 모자이크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이 연구는 수정을 위해 정자를 난자에 삽입할 때 동시에 CRISPR/Cas9 시스템을 같이 넣어 모자이크 개체의 생성을 억제할 수 있었다. 또 CRISPR/Cas9 모두를 세포 내에서 발현되는 유전자 형태로 난자에 넣지 않고 유전자가위로 절단 기능을 갖는 Cas9을 직접 이미 발현되어 정제된 단백질 형태로 넣어주어 즉각적으로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다. 또 기능적인 단백질의 수명이 짧기 때문에 초기 수정란에만 짧게 유전자가위 시스템이 작동하고 그 이후에 계속 작동할 가능성을 차단하였다. 두 번째로 이 연구는 CIRSPR/Cas9 유전자가위 시스템으로 유전자를 교정할 때 유전자가위와 함께 교정하고자 하는 염기서열의 정상유전자 염기서열을 같이 넣어주어 주형으로 작용하도록 했으나 이 연구에서는 난자가 가지고 있는 정상 유전자를 주형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정상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따로 넣어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전체에서 CRISPR에서 지정한 변이된 MYBPC3 유전자 위치를 찾아가 Cas9 유전자가위가 이 부분을 잘랐고, 잘린 후 생체가 가진 DNA복구 기전이 정상적인 난자의 MYBPC3 유전자를 주형으로 정자에서 온 변이 부분을 정상적으로 복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진은 이렇게 크리스퍼/유전자가위를 적용한 수정란 각각이 분열해 생긴 배아를 확인한 결과 58개 중 42개(72.4%)에서 MYBPC3 유전자가 제대로 교정된 것을 확인했고, 이들 배아는 모체에 착상할 수 있는 단계인 '배반포기'까지 정상적으로 발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고하였다. 또 보통 유전자가위 시스템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유전체 내에서 의도하지 않은 임의의 염기서열을 자를 수 있는 '표적이탈 효과 (off-target effect)'를 확인한 결과 실제로 표적 외에 절단된 곳은 없었다고 보고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인간의 수정란에서 하나의 유전자 이상을 표적으로 한 경우 기술적으로 정확하게 유전자가위가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인간 배아의 유전자 교정이 정확히 가능할 수 있다는 결과는 하나의 유전자 이상으로 야기되는 혈우병, 헌팅턴 병 등 특히 하나의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많은 유전성 난치 질환을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배아를 놓고 원하는 형질로 유전자를 편집하는 '맞춤 아기'도 기술적으로 가능할 수 있으므로 여러 가지 윤리 문제와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런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CRISPR/Cas9을 적용하는 연구는 2015와 2016 중국에서 발표된 연구와 더불어 스웨덴과 영국에서는 연구목적으로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허용되어 진행 중이다. 미국은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연구비를 사용하는 연구는 인간 배아연구를 금하고 있고 사적인 영역에서 지급되는 연구비로는 인간 배아 연구가 가능하다. 미국의 이번 연구도 사적 영역의 연구비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현행 생명윤리법에서 인간 배아에 대한 연구를 금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연구에 참여한 김진수 교수 연구팀도 배아 실험은 현지 규정에 따라 미국 연구진이 진행했고 한국 연구진은 유전자가위를 제작하고 교정의 정확도를 분석하는 작업을 맡았다고 밝혔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기 전에는 열어야 할 것인지 말아야 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나는 우리가 배아 선별이라는 다른 선택지가 있는 이상 인간이 인간의 유전체에 손대는 상황으로 가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미 상자가 열리고 만 현재의 시점에서는 더 이상 인간 배아를 놓고 실험해야 할지 말지를 논의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과학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해 전 세계가 금지하지 않는 이상 실효성 면에서 각 국가의 제재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조만간 우리나라의 생명윤리법도 인간 배아 연구를 허용하는 쪽으로 개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므로 지금은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인간 배아 연구를 허용할 것인지 사회적 공론화와 심각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내가 염려하는 것은 우리에게 이런 중요한 과학적 발견 앞에서 사회적인 논의가 아주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종교계는 어떤 종교이든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명에 대한 경외를 이런 과학적 발견 앞에서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거의 침묵하고 있는 한국의 종교계는 이 발견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는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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