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보수층 환심 사려 'DJ 지우기' 나섰나?

[정욱식 칼럼] 사드와 햇볕정책이 양립할 수 없는 이유

국민의당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자임한 정당이다. 그런데 스텝이 단단히 꼬이고 말았다. 안철수 후보가 사드 배치 찬성으로 돌아서고 국민의당도 '사드 반대' 당론 변경을 검토하면서 말이다.

논란이 커지자 박지원 대표는 11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사드와 햇볕정책은 배치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다. "햇볕정책도 튼튼한 한미 동맹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면서 사드 배치와 햇볕정책 추진이 양립 가능한 것처럼 주장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 찬성은 햇볕정책을 부정하는 것이자 포기를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왜 그럴까?

먼저 김대중 정부의 선택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햇볕정책을 천명한 김대중 정부는 출범 첫해에 북한과 미국 양쪽 모두로부터 상당한 도전에 직면했었다. 1998년 8월의 사건들이 대표적이었다.

미국의 정보기관은 북한이 금창리 지하에 비밀 핵시설을 가동하고 있다는 의혹을 언론에 흘렸다(나중에 현장 사찰 결과 텅빈 동굴로 판명났다). 당연히 북한의 제네바 합의 위반 논란이 격화되었다. 그런데 북한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8월 31일에 소형 인공위성 '광명성 1호'를 쏘아 올린 것이다. 이를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1호로 명명한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근거로 미사일 방어체제(MD)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에 MD 참여를 요구했다. 일본은 참여를 선언했지만, 김대중 정부는 불참을 선언했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한반도의 지리적 여건을 고려할 때 MD는 방어적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남북관계와 주변국 관계 모두 위태롭게 만들 소지가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즉, MD 참여와 햇볕정책은 양립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리곤 클린턴 행정부를 집중적으로 설득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병행 발전의 시대를 열었다.

두 번째 도전은 2001년 초에 찾아왔다. 당시 새롭게 등장한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햇볕정책과 MD는 양립할 수 없다고 보고는 대북 포용정책을 중단하고 '북한 위협론'을 구실로 MD에 박차를 가하려고 했다.

그리고 3월에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김대중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워싱턴을 방문하기 전에 미국의 MD를 지지하고 MD 시스템의 한국 배치에 동의한다고 선언하면 한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것이라는 게 그 요지였다.

하지만 김대중은 부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워싱턴의 환심을 사기 위해 평양-베이징-모스크바와 등을 돌릴 수는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김대중은 "부시한테 뺨을 맞았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홀대를 당했다. 개인적인 모욕과 한미동맹의 일시적인 긴장을 감수하면서까지 김대중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햇볕정책이었다.

그렇데 햇볕정책 계승을 자처하는 정당이 사드와 햇볕정책이 양립 가능한 것처럼 궤변을 늘여놓고 있다. 사드 배치 찬성으로 보수층을 공략하고 햇볕정책 계승론으로 호남 민심을 얻어 보겠다는 얄팍한 셈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아마도 김대중의 가장 큰 업적인 햇볕정책과 한미동맹은 양립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보여준 일일 게다. 그것도 미국 주도의 MD 참여를 거부하면서 말이다.

이는 오늘날 사드 대란에 휩싸인 한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 사드가 한미동맹의 전부인 양, 그래서 사드 배치를 유보하거나 철회하면 한미동맹이 무너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는 정치인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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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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