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360명 "서울대병원, 오류에 면죄부 주고 있다"

"책임 있는 행동 취하지 않을 경우, 2차 성명 진행할 것"

전국의 의사 360명이 고(故) 백남기 씨의 사인을 두고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대병원에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과 동문들에 이어 전국 15개 의과대학 의대생들이 백남기 씨 사인을 두고 '병사'라고 한 서울대병원 측에 자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의사 360명은 7일 성명서를 내고 "이것은 후배 의대생들의 부름에 대한 응답이자, 우리 사회가 의사에게 바라는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행동"이라며 "고(故) 백남기 씨의 사인은 '외상성 급성경막하출혈'이고 '외인사'"라고 밝혔다.

이들은 "사망진단서와 같이 사실을 적시하는 공적 문서의 오류는 수정되어야 한다"며 "사실 이외에 어떠한 가치 판단이나 개인 의견도 (사망진단서에)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성' 운운은 의사의 사망진단서 작성 행위 전체를 우스갯거리로 만들 뿐"이라고 수정을 촉구했다.

지난 2일 서울대병원 특별조사위원회는 백남기 씨 사망진단서 논란을 두고 "사망진단서는 작성 지침을 어겼지만, 의사가 진정성을 갖고 작성했다"며 수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백남기 씨 담당의사가 가족들이 치료를 거부해 사망했기 때문에 '병사'가 맞다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도 "사망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병사'가 맞다고 고집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연명치료 여부에 따라 사망 원인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사망진단서 관련, 서울대병원에서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을 두고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들은 "고인의 사망진단서에는 의사의 서명 뿐 아니라 서울대병원의 직인도 찍혀 있다"며 "(그런데도) 모호한 입장은 명백한 오류인 사망진단서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오류를 방치해 의학과 의료가 권력에 의해 정치적 수단으로 오용되도록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며 "실수를 교정하고 오류를 바로잡는 것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고, 이는 그 어떤 것보다 환자를 최우선에 두겠다는 의사의 소명을 다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의사들이 신뢰받는 전문가로서 오직 환자에 대한 의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서울대병원은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서울대병원은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성명서 발표를 진행한 이현의 신경과 전문의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전국 의대생의 성명이 나왔고 이에 대한 선배 의사로서 답을 해야 한다고 판단해서 성명을 준비했다"며 "서울대병원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경우, 추후 더 많은 의사들과 함께 2차, 3차 성명을 진행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전문.

이제 서울대병원이 책임있는 행동으로 답해야합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과 동문들의 성명에 이어, 전국의 의대생들이 故 백남기 씨 사망진단서의 오류를 지적하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우리 선배 의사들도 이에 함께 합니다. 이것은 후배 의대생들의 부름에 대한 응답이자, 우리 사회가 의사에게 바라는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행동이기도 합니다. 故 백남기 씨의 사인은 '외상성 급성경막하출혈'이며, '외인사'입니다.

서울대병원 특별조사위원회는 '사망진단서는 작성 지침을 어겼지만, 의사가 진정성을 갖고 작성하였고, 수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사망진단서와 같이 사실을 적시하는 공적 문서의 오류는 수정되어야 합니다. 사실 이외에 어떠한 가치 판단이나 개인 의견도 개입되어서는 안 됩니다. ‘진정성’ 운운은 의사의 사망진단서 작성 행위 전체를 우스갯거리로 만들 뿐입니다.

서울대병원의 모호한 입장은 명백한 오류인 사망진단서에 면죄부를 주고 있습니다. 오류를 방치하여 의학과 의료가 권력에 의해 정치적 수단으로 오용되도록 놓아두어서는 안 됩니다. 사망진단서에는 의사의 서명 뿐 아니라 서울대병원의 직인도 찍혀 있습니다. 서울대병원은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故 백남기 씨 담당의사는 가족들이 치료를 거부해 사망했기 때문에 '병사'가 맞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담당의사가 가족들이 치료를 거부해 사망했다는 식으로 사망의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병사'가 맞다고 고집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연명치료 여부에 따라 사망 원인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사들이 신뢰받는 전문가로서 오직 환자에 대한 의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서울대병원은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실수를 교정하고 오류를 바로잡는 것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고, 이는 그 어떤 것보다 환자를 최우선에 두겠다는 의사의 소명을 다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이기도 합니다. 이제 서울대병원이 책임있는 행동으로 답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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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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