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한미FTA 비준 동의안 주먹으로 '쾅쾅쾅'

야당 저지 속 "가결" 선포 처리…야당 "인정 못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22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회에서 다시 여야 의원들이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박진 위원장은 주먹으로 책상을 세 번 두드리며 '가결'을 선포했지만, 친박연대를 제외한 야당 의원들은 절차상의 이유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좌규성-우기갑'

이날 오전 10시 개의된 외통위 전체회의는 시작 전부터 민주당 천정배, 최인기, 최규성, 조배숙, 김상희, 김우남, 김영록, 유선호 의원 및 민주노동당 강기갑, 곽정숙, 권영길, 이정희, 홍희덕 의원 등이 위원장석을 둘러싸며 긴장 속에 진행됐다.

▲ ⓒ프레시안

박진 위원장 왼쪽에는 '버럭' 강기갑 의원이 오른쪽에는 거구의 최규성 의원이 버티고 서서 한미 FTA 비준안 처리시 '덮치겠다'는 시위를 벌였다. 최 의원은 원래 농식품위 소속이나 이번 비준 동의안 처리를 막기 위해 이날 사보임을 통해 이미경 의원을 대신해 외통위원이 됐다.

21일 개성에서 열린 남북 접촉과 PSI 참여 문제에 대해 외교부 유명환, 통일부 현인택 장관이 현안보고를 하고 3교섭단체 간사들의 질의를 받았지만, 관심은 온통 한미 FTA 처리 시도 여부였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박진 위원장은 천정배, 최인기, 김상희, 유선호, 강기갑, 곽정숙, 이정희 의원 등 외통위 소속이 아닌 의원들에게 방청석에 착석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이들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고,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또 국제적으로 욕 먹으려 그러느냐"(김충환), "남의 상임위에 와서 왜 이러느냐"(구상찬)고 야당 의원들을 비난했다.

이 사이 한나라당 황진하 간사가 박진 위원장과 귀엣말을 나누고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전달하며 '대책회의'를 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송영선-정옥임 투입으로 작전 개시

본격적인 몸싸움은 11시 8분께 개시됐다. 사전에 조를 짠 듯 여성 의원인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과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이 위원장석으로 가더니 이정희, 김상희 의원을 밀쳐내며 파고들어 의사봉을 확보했다.

▲ '의사봉 사수조'? 이정희(맨 왼쪽) 의원을 밀쳐내고 위원장석에 선 정옥임(가운데) , 송영선(오른쪽) 의원. ⓒ프레시안

그러자 박진 위원장은 의원 보좌진들에게 퇴장을 요구하는 한편 기자들도 퇴장한 뒤 풀 취재진을 구성해 재입장할 것을 요구했다. 이 요구에 일부 기자들이 '취재 제한'을 항의하며 고성이 오갔고, 외통위원인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기자들을 달래며 협조 요청을 하는 사이 10여 분이 흘렀다.

결국 보좌관들과 일부 기자들이 퇴장해 회의장 정리가 되자 11시 27분께 박진 위원장은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상정을 선포했고, 이 순간 천정배 의원이 정옥임, 송영선 의원이 막고 있는 의사봉을 빼앗으려 했으나, 완력으로 제압하는 거구의 한나라당 정진석 의원에게 밀려났다.

이밖에 구상찬 의원이 김우남 의원을 끌어내고 송영선 의원이 강기갑 의원을 끌어내는 등 홍정욱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 몸싸움에 가세하자 삽시간에 위원장석 주변은 난장판이 됐다.

이 와중에도 박진 위원장은 마이크를 잡고 "여야가 토론시간을 거치겠다", "토론을 거쳐 표결하겠다"고 말하려 했으나 마이크를 빼앗으려는 야당 의원들과 밀고 당기기를 하느라 마치 고장난 마이크처럼 말이 끊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진 위원장은 법안심사소위원장의 보고까지 절차를 준수하기 위해 애썼다.

11시44분께 소위원장의 보고가 끝난 뒤 박 위원장은 "질의를 해달라"고 했고, 자리에 앉아 있던 선진과 창조의 모임 박선영, 문국현 의원 및 민주당 신낙균 의원이 질의를 신청했다.

주먹으로 쾅쾅쾅 "가결 선포"…야당 "장난치나"

▲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주먹으로 쳐서 가결시키려는 박진 위원장을 민주당 천정배 의원이 막고 있다. ⓒ프레시안
그 사이 위원장석의 야당 의원들은 결사적으로 박 위원장을 저지하려 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들을 떼내려 뒤엉켰으며, 자리에서는 박선영 의원이 낭랑한 목소리로 "질문있습니다"라고 수차례 외쳤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이를 무시하고 가결을 선포하더니 주먹으로 책상을 세 번 쿵쿵쿵 내리쳤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케이. 됐어. 됐어"라고 '가결'로 스스로 결론 내리며 자축한 뒤 박 위원장과 함께 외통위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격렬한 몸싸움 후 땀을 뻘뻘 흘리며 자리에 돌아온 정진석 의원은 자신의 자리 바로 앞 자리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게 "당신들이 참여정부에서 처리했어야지"라고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5선의 민주당 박상천 의원은 "표결을 안 했잖아. 최소한 가부 여부라도 물어봤어야지. 이게 뭐야"라며 혀를 끌끌 찼고, 민주당 문학진 간사와 선진과 창조의 모임 박선영 간사 역시 "질의를 신청했는데 받아주지도 않았고, 표결 절차도 거치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했다.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은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없이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되기 때문에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하고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따라서 이번 처리 과정에서의 절차 준수 여부가 또다시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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