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 갇혀온 폐광 속 원혼들, 세상 밖으로

진실화해위, 경산 코발트 광산 발굴개시

갱도 입구에서 눈에 보이는 뼈만 60여 개. '6.25 경산 코발트광산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을 널리 알린 <부산일보> 김기진 기자는 현장 답사를 갔다가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발에 밟히는 것들이 온통 뼈들이어서 유골들을 훼손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 추정되는 희생자만 3600여 명에 이른다.

그렇게 57년 간 거의 방치돼 온 경산 코발트광산 유골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 작업이 개시된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는 "8일 경북 경산시 코발트광산 제1수평굴 앞에서 사망한 영령들을 위로하고 유해발굴 사업의 안전을 기원하는 개토제를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진실규명을 신청한 유족들에 따르면 1950년 6.25 발발 직후 퇴각하던 국군은 대구형무소 재소자들을 포승줄로 묶어 수직으로 파여진 갱도 앞에 세워놓고 총살시켰다. 산 채로 갱도에 떨어져 죽은 사람들도 있었다. 이렇게 희생된 형무소 재소자만 2574명으로 추정된다.
▲ 갱도 내부 답사와 일부 발굴 지역에서 나온 유골들. ⓒ진실화해위원회

형무소 재소자들 뿐만이 아니었다. 국군과 경찰은 경산, 청도, 영천 등지의 국민보도연맹원 1000여 명을 역시 경산 코발트광산으로 끌고 가 집단 학살했다. 그리고 '빨갱이들' 묻힌 곳으로 낙인이 찍힌 광산의 입구는 50여년 동안 굳게 닫혀 있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묻힌' 것도 아니고, 그냥 갱도에 방치돼 온 것.

이 광기어린 집단 학살의 증거가 광산 안에 그대로 남겨져 있다. 광산 주변 '대원골'이라는 골짜기에서도 암매장한 유골들이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발견됐다.

진실화해위는 "사건 현장에는 수평갱도 2개소와 대원골 골짜기에 유골 수백 구가 원형 그대로 방치돼 있고, 폐코발트 광산으로서 동굴이라는 특성 때문에 유골과 유해가 비교적 잘 보존돼 있다"며 "다만 인근 골프장 건설로 현장훼손의 우려가 있어 시급한 조사와 대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송기인 위원장은 "경산 코발트 광산 사건은 민간인 피해가 수천 명이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의 유해발굴은 결정적인 물질적 증거로서 진실규명에 큰 도움이 되고 유족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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